서울을 떠난 지 10달, 4천km를 걸은 병산을 만나다

2018.05.11 12:26:35

네팔 방문기 (4) 2월4일 일요일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병산은 네팔의 남부 룸비니 공항에서 아침 11시 비행기로 출발한다고 했는데, 안개 때문에 비행기가 지연된다고 카톡으로 연락이 왔다. 아마도 낮 2시 이후에 출발할 것 같다고 한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나는 관광 지도를 살펴보았다.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더르바르 지역이 관광지로 표시되어 있다. 그래서 생수 한 병을 배낭에 넣고 휴대폰을 들고 구글 지도를 참고하여 카트만두 더르바르 사원을 걸어서 찾아갔다. 더르바르는 사원이 있는 작은 광장 같은 곳이었는데, 안내판에 있는 사진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었다.

 

안내판을 자세히 읽어 보니 2015년 4월 25일 네팔에서 큰 지진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나중에 추가로 검색해 보니 모멘트 규모 7.8 지진의 진앙은 네팔의 고르카 지역이며 이 지진으로 인해 네팔, 중국,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지에서 8,400명 이상이 사망하고 16,000명이 부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네팔에서만 6,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고 인도에서도 7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 외에도 지진으로 인해 네팔에 있는 유네스코 등재 세계 문화유산이 많이 파괴되었다. 카트만두 더르바르 광장의 건축물이 붕괴되었는데 1832년에 지어진 다라하라 탑이 무너지면서 최소 180명의 사망자가 났다. 그밖에도 고르카에 있는 마나카마나 사원을 비롯해 여러 사원이 지진으로 무너졌다. 에베레스트 산에도 지진으로 눈사태가 발생해 베이스캠프에서 17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2015년에 지진이 발생했으니 지금부터 3년 전인데, 더르바르 광장 옆의 골목길로 들어가 보니 무너진 고층 건물을 다시 세우는 공사를 아직도 하고 있었다. 모래와 자갈과 시멘트를 반죽하는 모습, 인부가 등짐으로 자재를 지어 나르는 모습 등이 내가 어렸을 때, 아마도 초등학교 때에 보았던 그 모습이었다.

 

심지어는 여성 노동자가 머리에 자재를 이고 나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기계가 대부분의 일을 하는 우리나라 건설 현장과 비교해 보니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체노동을 힘들게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측은하기까지 하였다. 나라가 발전하지 않으니 국민들이 고생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새삼스럽게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이 대견해 보였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게 생각되었다.

 

낮 4시 쯤 비행기가 도착했다고 병산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런데 뜻밖에도 자기는 공항에서부터 호텔까지 6km 정도의 거리인데 걸어오겠다고 한다. 중간에 한국음식점을 하나 점찍어 두었는데 거기서 만나자고 한다. 구글 지도로 확인해 보니 호텔에서 한국음식점까지는 3km 정도 거리이다. 그래서 나도 걸어가겠다고 병산에게 대답했다.

 

번화한 시가지 도로를 따라 걸어가려니 복잡하고 시끄럽고 차량의 배기가스로 인하여 매연이 심했다. 거리에는 차가 많았지만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도 무척이나 많았다. 아리랑이라는 한국음식점에서 마침내 병산을 반갑게 만났다. 병산은 서울을 떠난 지 10달 동안 거의 4,000km를 걸었다고 말했다.

 

매일 20~25km를 걸으니 살이 10kg 빠져서 자연적으로 다이어트가 되었다고 웃는다. 그런데 병산이 연신 기침을 해서 물어보니 인도에서 걷는 동안 기관지가 좀 나빠진 것 같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자세히 물어보니, 인도는 길이 먼지가 많이 나고 또 차량 매연이 많아서 2달 동안 걸으면서 고생을 좀 했다고 실토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일은 하라 추네모리라는 이름의 일본인 한 사람이 라오스에서부터 순례에 동참하여 병산과 함께 걷는다고 한다. 병산은 그 일본인을 하라상이라고 부른다. 하라상을 만나 두 손을 합장하면서 네팔 식으로 ‘나마스테’라고 수인사를 하였다. 하라상도 ‘나마스테’ 하면서 손을 모으며 경건하게 인사를 받는다. 나마스테는 인도, 네팔, 그리고 티베트 등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인사말이다. 그러나 나마스테는 가벼운 인사말이 아니다. 우리말의 ‘안녕’ 또는 영어의 ‘Hello’ 등과는 격이 다른 인사말이다.

 

나마스테의 정확한 의미는 “내 안의 신이 당신 안에 있는 신께 축복을 드린다.”는 뜻이다. 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에 상대가 모시는 신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 신을 존중하면서 경배의 뜻으로 반드시 두 손을 합장하고 고개를 숙이면서 하는 매우 경건한 인사가 나마스테이다.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와는 달리 네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힌두교인데 수많은 신을 믿고 있다. 여행사에서는 네팔을 ‘신(神)과 설산(雪山)의 나라’ 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내가 믿는 신을 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불교나 힌두교는 기독교처럼 배타적인 종교가 아니다. 매우 포용적이고 이교도에게도 친절한 종교이다. 내 안의 신이 당신 안의 신께 축복을 드립니다! 나마스테!

 

세 사람은 아리랑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주문하여 모처럼 맛있는 식사를 했다. 하라상도 김치를 잘 먹는다. 밥알까지 다 긁어먹은 후에 잘 익은 김치 한 조각을 씹으면서 입가심을 하니 느낌이 개운하고 기분이 좋았다. 김치는 한국의 대표적인 반찬임이 틀림없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나오니 사방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세 사람의 순례자는 가로등이 희미하고 차 소리가 시끄러운 밤길을 3km 걸어 호텔로 갔다.

 

이상훈 교수 muusim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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