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첫 한국절을 지은 푸른눈의 목수를 만나다

  • 등록 2018.11.26 11:18:11
크게보기

우르바니츠 야노시 씨 집 방문기

[우리문화신문=헝가리 에스테르곰 이윤옥 기자]  “10년 전쯤이었을 겁니다. 한국의 청도에 있는 청도한옥학교(현, 청도한옥아카데미) 교장 선생님께 딱 사흘간(2박3일) 한옥 공부를 했습니다. 그때 가르침을 주시던 변숙현 교장 선생님께 다시 감사 말씀 올립니다. 변 교장 선생님께서 황당하셨을지 모릅니다. 푸른 눈의 헝가리인이 와서 시간이 없다고 딱 사흘만 가르쳐 달라고 했으니 말입니다. 당시 그림을 그려가면서 한옥을 지을 때 중요한 요소를 전수 받았는데 비디오로 18시간 정도의 분량을 모두 녹화해서 헝가리로 돌아와 그것을 토대로 헝가리 원광사 참선방을 지었습니다.”

 

이는 어제 25일(현지시각) 아침 9시, 헝가리 에스테르곰 시내 외곽에 있는 헝가리 목수 우르바니츠 야노시(47살) 씨 집을 방문했을 때 그가 한 말이다.

 

 

 

“우르바니츠 야노시 씨는 헝가리 3대 목수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분입니다. 이 분이 헝가리 원광사의 참선방을 지은 분이시지요. 현재 2020년 까지 그의 일정은 꽉 잡혀 있는 상태입니다. 그 이후에나 우르바니츠 야노시 씨에게 일을 맡길 수 있을 겁니다.” 헝가리의 대목수인 우르바니츠 야노시 씨와 대담을 주선하고 통역을 맡은 청안스님은 우르바니츠 야노시 씨의 집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그렇게 말했다.

 

기자는 우르바니츠 야노시 목수를 만나기 하루 전인 24일(현지시각), 헝가리 최초의 한국절인 원광사(주지 청안스님)의 새법당(큰방 및 종무소) 낙성식에 참여 그가 지은 한옥을 직접 보았었다. 원광사에서는 이번에 낙성식을 가진 새법당 외에 10년 전에 지은 한옥건물인 참선방이 있는데 이 건물을 지은 사람이 바로 우르바니츠 야노시 목수다.

 

 

 

놀라운 것은 그가 한옥을 공부한 시간이 딱 3일이라는 점이다. 참선방을 짓기 위해 2주간 한국을 방문하여 2박 3일간 청도의 한옥학교에서 한옥 공부를 마친 게 고작이지만 그가 지은 참선방은 멋진 한옥으로 탄생했다. 물론 우르바니츠 야노시 씨는 당시 3일간 한옥 공부를 마치고 청안스님이 수행하던 수덕사, 남해 용문사, 화계사 등을 두루 견학한 바 있다. 그것이 한옥에 대한 견문의 전부였다. 그러나 그는 원광사의 참선방을 훌륭하게 지어냈다. 그리고 10년 만에 24일 낙성식을 가진 새법당을 지어낸 것이다. <헝가리 대목수인 우르바니츠 야노시 씨와 대담 참조>

 

 

 

어제(25일, 현지시각) 우르바니츠 야노시 목수 집의 방문은 이번에 원광사 새법당 설계를 맡은 한겨레건축사사무소 최우성 대표와 새법당 낙성식에서 차공양을 맡은 초의차문화연구원의 연구원 일행 등과 함께였고 청안스님이 통역을 맡아주셨다.

 

에스테르곰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전원에 있는 우르바니츠 야노시 씨 집은 물론 본인이 직접 지은 집이다. 거실에 들어서니 커다란 항아리형 흰색 벽난로와 시원하게 높이 올린 천정 등 목수의 손길이 곳곳에 미친 집안 분위기에 일행들은 연신 탄성을 자아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가족들의 생활공간을 편리하게 설계한 목수의 배려가 곳곳에 눈에 띈 집에서 차를 마시며 한옥과의 인연 이야기를 나눴다.

 

거실로 안내되기 전에 기자 일행은 우르바니츠 야노시 목수의 집 옆에 있는 커다란 작업장으로 안내되었다. 작업장 안에는 작업 중이던 목재와 연장들이 가득했다. 특히 그가 한옥을 위해 특수하게 제작한 한옥에 맞는 전동 톱과, 끌과 대패 등의 공구들을 기자 일행 앞에 주섬주섬 꺼내 보여주는 데 놀랐다. 오로지 이 연장들은 한옥을 짓기 위해 특수 제작한 것이라니 한옥 연구를 위한 우르바니츠 야노시 씨의 숨은 내공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작업장 앞마당에서는 원광사 새법당을 지을 때 사용했던 육중한 대들보 등을 들어 올리는 대형 크레인을 우르바니츠 야노시 씨가 직접 무선 조작으로 시연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헝가리 최초의 한국절인 원광사의 ‘참선방’과 ‘새법당’을 지은 헝가리 목수가 어떻게 독학으로 한옥건물을 지었는지 현장에 와 보니 그 궁금증이 풀렸다. 그는 끊임없이 한옥 공부를 스스로 하면서 그에 걸맞은 연장들을 특수 제작하여 오늘의 ‘참선방’과 ‘새법당’을 지은 것이다.

 

 

 

 

“이번에 준공한 새법당은 (큰방 및 종무소) 10년 전 참선방 건물을 지을 때보다 수월했습니다. 왜냐하면 자세한 한옥설계도를 한국에서 보내주셨기 때문에 별 어려움이 없이 공사를 진행 할 수 있었습니다. 한옥 설계를 맡은 건축가를 직접 만나니 저도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이 있습니다.”

 

헝가리 목수와 한국의 한옥 설계사는 ‘한옥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특히 이번 새법당 설계를 맡은 최우성 대표는 자신이 직접 발로 뛰어 쓴 《사진으로 보는 한국의 108산사》(1) 책을 우르바니츠 야노시 목수에게 선물하여 한국의 고찰을 사진으로나마 익힐 수 있도록 하는 배려를 잊지 않았다. 한글로 된 책이지만 사진으로 나마 한국 건축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사찰의 아름다운 모습’을 눈으로 익혀 둔다면 훗날 대웅전(원광사 대웅전은 아직 짓지 못했으며 앞으로 지을 예정)을 지을 때는 더 완벽한 건축물이 나올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르바니츠 야노시 목수의 한옥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원광사의 숙원인 큰선방(2020년 목표) 과 대웅전(향후 건축예정) 공사로 까지 이어져 이곳이 헝가리 한국절의 성지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대담을 마쳤다. 우르바니츠 야노시 씨 집을 방문한 기자 일행을 따뜻하게 맞이해준 가족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 말씀 드리고 싶다.

 

 

 선을 중시하는 한옥, 곡선의 예술 담겨

 [대담] 헝가리 원광사 새법당을 지은 헝가리 목수 우르바니츠 야노시 씨

 

- 올해로 목수 일을 한지는 얼마나 되며 선대부터 목수를 이어받았는지요?

 

“25년째입니다. 아버지는 탄광 관련 일을 했습니다.”

 

- 한옥을 지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10년 전에 지은 ‘참선방’은 설계도도 없이 청안스님이 주신 한옥 책들을 보면서 지은 것이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지은 ‘새법당(큰방 및 종무소)’은 상세한 한옥설계도(한겨레건축설계사 사무소 대표 최우성 제공) 50여 장이 있어서 별 어려움이 없이 지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한옥은 헝가리 건축과 달라서 나름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기초공사부터 마지막 마무리 공사까지 일념(一念)으로 임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한 치의 오차 없이 남의 나라 건축물을 시공한다는 그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음을 고백합니다.”

 

- 한옥 건축을 배운 적이 있습니까?

 

“2박 3일간 한국 청도한옥학교에서 교장(변숙현) 선생님께 직접 배웠습니다. 그때 교장 선생님은 한옥에 대한 설명을 그림으로 그리면서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셨는데 당시 내용을 비디오로 찍어왔습니다. 모두 18시간 분량인데 ‘참선방’은 이것을 수십 번 틀어보면서 완성한 한옥 작품 1호입니다. 한옥은 저에게 매우 생소한 건축이었지만 집을 짓는 과정에서 한옥의 특징을 이해하게 되었지요.”

 

- 한옥의 아름다움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헝가리 건축처럼 서양 건축은 면을 중시하는 데 견주어 한옥은 선을 중시하는 건축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한옥은 각 부재(기둥이나 보, 기둥머리 등)가 외부에 드러나는 데 서양 건축은 벽면에 숨어버립니다. 지붕 역시 곡선의 예술이라고 봅니다. 한마디로 말씀 드리자면 전체적인 비율의 조화가 빚은 자연미가 한옥에는 내재되어 있으며 그것이 서양 건축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밖에 한옥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서양건축에서 목재를 사용할 때는 기본적으로 못을 써야합니다. 뿐만 아니라 꺾어지는 부분에서는 연결부재를 사용합니다만 한옥에서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끼리 끼어 맞추는 공법을 사용한다는 게 특이합니다. 이번 새법당 건축시에는 적용(기계로 깎음)하지 못했지만 한옥에는 ‘배흘림 기둥’ 같이 인공적으로 깎고 다듬지 않은 부재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름다움이자 특이한 점입니다.”

 

- 한옥 시공에 대해 한국에서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까?

 

“10년 전 2박 3일이라는 아주 짧은 기간 동안 한옥을 공부하고 돌아와서 한옥설계도 1장 없이 원광사 ‘참선방’을 지었습니다. 그 뒤 이번에 새법당(큰방 및 종무소)은 50여 장이나 되는 상세한 한옥설계도가 있어서 한결 수월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한참 부족합니다. 앞으로 원광사에서는 ‘큰선방(108평)’을 지을 예정인데 그에 앞서 단기간이라도 한국에서 다시 한옥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32. 그린오피스텔 306호 | 대표전화 : 02-733-5027 | 팩스 : 02-733-5028 발행·편집인 : 김영조 | 언론사 등록번호 : 서울 아03923 등록일자 : 2015년 | 발행일자 : 2015년 10월 6일 | 사업자등록번호 : 163-10-00275 Copyright © 2013 우리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