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마니반메훔’은 “오! 연꽃 속의 보석이여!” 뜻

  • 등록 2019.07.14 11: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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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애보살, ‘나도 이제는 생명탈핵 실크로드 회원이다’
한국의 돈키호테와 다람살라 방문기(18)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달라이 라마 친견이 무사히 끝나고 우리는 지애 보살과 함께 다시 OK 카페에서 만나 뒷풀이로 차를 마셨다. 지애 보살은 친견은 잘 진행되었다고 말하면서, 오후에 자기가 비서실에 가서 우리 사진을 찾아오겠다고 말한다. 지애 보살은 티베트 전문가이기 때문에 나는 평소에 궁금했던 옴마니반메훔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다람살라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가게 입구에 5색기가 걸려 있다. 5색기에는 차례대로 Om Ma Ni Padme Hum 이라고 적혀 있다. 5색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궁금했다. 음양오행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옴마니반메훔’은 산스크리트어 진언(眞言)으로서 ‘oṃmaṇi padme hūṃ’을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이다. 한자로는 ‘唵麽抳鉢銘吽’이라고 번역하였다. 이 진언을 ‘관세음보살 본심미묘육자대명왕진언(觀世音菩薩 本心微妙六字大明王眞言)’이라고 하는데, 이 진언의 원래 뜻은 “오! 연꽃 속의 보석이여!”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진언을 지극정성으로 외우면 관세음보살의 자비에 의해 번뇌와 죄악이 소멸되고, 온갖 지혜를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람살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깃발의 다섯 가지 색깔은 역시나 오방색이라는데, 다섯 분의 훌륭한 스님을 나타낸다고 한다.

 

옴마니반메훔 외에도 진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가 목욕을 하면 몸이 깨끗해지듯이 불교도들은 진언을 계속해서 외우면 잡념이 사라지고 영혼이 깨끗해진다고 믿는다. 진언은 다른 종교에서도 볼 수 있다. 일본에서 나온 창가학회에서는 ‘남묘호랑개교’를 반복적으로 외운다. 우리나라 불교에서는 ‘관세음보살‘을 반복적으로 외운다. 언젠가 천태종에 속하는 관문사라는 절에 가보니 관세음보살 백만 독송 기도회가 있었다. 여러 사람이 조를 짜서 이어가기처럼 관세음보살을 100만 번 외우는 기도회이다. 천주교에서는 묵주기도를 할 때에 성모송을 반복적으로 외우는데 이것 또한 일종의 진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지애 보살과 헤어져 숙소로 왔다.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병산에게 물어보니, 병산은 히말라야 산길에 있는 한 카페에서 12시에 현철씨와 로자씨를 만나서 점심을 먹기로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 카페(Common Ground Cafe)는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다.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하고 이어서 현철씨, 그리고 로자씨가 제일 나중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은 뒤에 카페에서 히말라야 산맥을 바라보며 차를 마셨다. 다람살라 어디에서나 눈 덮인 히말라야를 쉽게 볼 수 있다.

 

대화 주제는 “달라이 라마의 사후에 티베트는 어떻게 될까?”였다. 병산의 주장으로는 중국은 시진핑이 죽고 나면 소련이 분열되어 러시아만 남았듯이, 변방의 소수민족들이 모두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한다. 그 때에 티베트는 독립할 것이라고 낙관적인 분석을 한다.

 

내가 그러한 주장의 근거를 묻자, 병산은 시진핑이 2017년 10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불문율이던 격대지정(隔代指定: 임기 5년의 차기 지도자를 지명하지 않고 대를 건너서 차차기 지도자를 지명하는 것)의 전통을 깨뜨리고 국가주석 임기제를 폐지함으로써 영구집권의 길을 열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진핑이 장기 집권하다가 죽으면 필연적으로 권력다툼이 치열하게 일어나고 중국은 분열된다는 것이다.

 

티베트 사람들이 들으면 기분이 좋은 매우 희망적인 분석이었다. 시진핑이 영구 집권의 길로 들어섰다는 뉴스는 나도 들어본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중국의 미래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병산이 근거를 제시하며 중국의 분열 가능성을 주장하자 나는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귀국 뒤에 우연히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2017년에 시진핑이 독재의 길로 들어섰다는 언론 보도는 오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친구에게 근거를 묻자 도올 김용옥이 그렇게 주장한 유튜브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핸드폰으로 검색하여 도올의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했다. 도올의 주장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언론이 시진핑의 연설문을 읽어보지 않고 외신 보도를 비판 없이 전달하기만 했다는 것이다. 도올이 연설문 전체를 구해서 읽어보니 시진핑이 종신 집권하겠다는 뜻이 아니란다.

 

외신들은 시진핑이 격대지정을 따르지 않고 차차기 지도자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도올은 시진핑이 칠상팔하(七上八下, 67살까지는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이 될 수 있지만 68세부터는 물러나는 인사 제도)를 철저히 따랐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실제로 현재 공산당 정치국위원 25명뿐만 아니라 그 아래 204명의 중앙위원들 전체가 칠상팔하 원칙에 따라 68살 이상은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이 주제에 대해서 나는 판단을 보류하고 싶다. 독자 여러분이 아래 기사를 읽어보고 tbs 김어준의 뉴스 공장에 출연하여 발표한 도올의 주장을 검토하기를 바란다.

 

▲ 도올의 주장 들어보기

 

히말라야 산맥을 바라보며 이야기가 계속되었지만 나는 약간 지루함을 느껴 카페를 나왔다. 산길에서 히말라야산맥 쪽으로 약 10m 왼쪽에 소나무 비슷한 커다란 나무가 보인다. 나는 그쪽으로 걸어가서 나뭇잎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나뭇잎이 키보다 약간 높게 달려있는데, 조금만 뛰면 손으로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2~3번 점프를 하였다. 드디어 나는 잎이 달린 가는 줄기 하나를 손에 넣었다. 잎을 살펴보니 바늘 같은 잎은 소나무 잎보다는 짧다. 잎이 하나씩 줄기를 빙 둘러가며 나 있어서 전나무와는 달라 보였다. 그러면 아마도 이 나무는 삼나무인가 보다.

 

소나무과의 여러 나무를 구별하는 방법은 갈라진 잎의 개수를 세어보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다. ‘1전 2송 3리 5잣’을 외워두면 편리하다. 이 말은 갈라진 잎이 하나이면 전나무, 2개이면 소나무, 3개이면 리기다소나무, 5개이면 잣나무라는 뜻이다. 나무 도감을 검색해 보니 삼나무의 잎은 1.2~2.5cm의 크기로 소나무 잎의 반 정도라고 한다. 이 나무는 삼나무임이 분명하다.

 

삼나무 잎을 관찰한 후에 걸어 내려오는데 모습으로 보아서 대학생 같은 인도 청년을 만났다. 마침 그 앞에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는데, 잎 전체가 말라 있다. 그래서 나는 인도 청년에게 이 나무는 왜 죽었느냐고 물었는데, 그는 자기도 잘 모르겠다고 유창한 영어로 대답한다.

 

그 때에 현철씨가 나 있는 쪽으로 걸어와서 세 사람이 영어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젊은 티베트 스님이 나에게 다가와서는 “Sir”라고 부르더니 내 손말틀(휴대폰)을 건네준다. 나는 깜짝 놀랐다. 아니 이게 웬일인가? 내가 삼나무 잎을 따려고 점프하면서 웃옷의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땅에 떨어졌고, 산길을 올라가던 티베트 스님이 그 휴대폰을 주운 것이다. 그런데 그 스님은 세 남자가 서 있는데, 어떻게 내 휴대폰인지를 알고서 나에게 왔을까? 휴대폰을 흘릴 사람은 세 사람 중에서 제일 늙은 사람일 것이라고 짐작한 것일까?

 

어쨌든 나는 너무나도 고마워서 “Thank you so much!” 라고 말하니 스님은 “You are welcome!”이라고 말하고서 총총히 히말라야 산맥 쪽으로 사라졌다. 아, 그 티베트 스님은 정말로 친절했다. 순간적으로 진한 감동과 고마움이 밀려와 가슴이 찡했다. 내가 거기에서 손말틀을 잃어버렸다면 이후 여행은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 후 우리 네 사람은 히말라야 산길을 조금 더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숲에는 나무가 울창했는데, 잔가지에서 새 순이 조금씩 돋아나고 있었다. 히말라야 산맥에도 봄이 오는가 보다. 달라이 라마에게서 선물로 받은 작은 불상 이야기가 나왔다. 병산은 그 불상을 탈핵기념관에 기증하겠다고 한다. 웬 기념관? 병산은 항상 멀리 보는 사람이다. 병산의 목표는 또 다른 UN 곧, 제2의 UN을 만드는 것이다. 병산은 목표를 달성한 후에 그 동안의 경과를 기록하고 자료를 전시하는 탈핵기념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병산은 그 때에 불상을 기념관에 기증하겠다는 것이다. 아, 병산은 정말로 야무진 꿈을 꾸는 남자이다.

 

산길을 조금 걷다가 우리는 되돌아왔다. 우리는 내일 다시 만나서 히말라야 산맥 쪽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보자고 약속하고 헤어졌다. 병산과 나는 오후 늦게 지애 보살을 카페에서 만나 오전의 친견 사진을 담은 USB를 받았다. 동영상은 없고 사진만 들어있을 것이라고 한다.

 

병산이 지애 보살에게 우리를 안내하고 또 통역해 주어서 감사하다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병산이 사례비가 든 봉투를 주니, 지애 보살이 굳이 사양한다. 병산이 계속 받으라고 강권하니 지애 보살은 “나도 이제는 생명탈핵 실크로드 회원이다. 돈을 받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병산이 “그렇다면 후원금으로 입금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옆에서 보기에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이상훈 교수 muusim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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