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꼬랭이를 쥐꼬리로 둔갑시키다

  • 등록 2019.10.06 11: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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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거짓말
[엄마가 들려준 엄마의 이야기 23]

[우리문화신문=김영자 작가]  엄마는 내가 어릴 때 늘 “례절이 바르고 거짓말하지 말며 남의 물건을 탐내지 말아야 한다.”고 하셨단다. 엄마들 마음이란 항상 자식에게 “먼저 사람이 되라.”고 강요하는 것이었지. 하기에 어릴 때 거짓말을 한다면 엄마들은 사정없는 교육을 했단다.

 

얼마 전에 손자놈이 나하고 “할머닌 어릴 때 선생님과 거짓말 해봤습까?”하고 불시에 묻더구나! 하기에 내가 “너 무슨 일 있었니?” 하였더니 자기네 반급의 어느 애가 선생님과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 소리에 나는 갑자기 내가 1학년 때 선생님과 첫 거짓말하던 그때를 눈앞에 그려 보면서 “거짓말? 어떤 거짓말? 나도 빨간 거짓말은 해본 적 있지.”하고 웃었단다.

 

“할머니, 거짓말에 무슨 빨갛구 까만 것이 있나요? 별난소리 다 한다야.”

“응, 거짓말에도 남에게 기쁨을 주는 아름다운 거짓말이 있는가하면 나쁜 마음으로 남을 기편하는(사람을 속이고 재물을 빼앗는) 거짓말도 있기에 색갈이 있다고 하는 거다. 빨강, 파랑, 노랑, 하얀, 까만, 거짓말 말이다.”

 

“너 들어봐라, 혁명시기 놈들에게 붙잡혀 고문을 당하던 혁명가들은 ‘모른다. 죽어도 모른다……’ 당연히 알면서도 비밀을 지켜가는 이런 거짓말은 놈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하얀 거짓말이지. 얼마나 호탕하니? 또 없는 사실을 왜곡하여 독살스레 남을 해치려는 거짓말, 이런 검은 거짓말은 참 독기가 있었지. 또 어떤 일을 상상적으로 꾸며내어 다른 사람에게 재미있게 보여주는 거짓말들은 아마 파란거짓말이라고 해야겠다. 그리고 남을 얼려 넘기기 위해 자기의 얼굴을 홍당무처럼 빨갛게 상기 시키면서하는 거짓말도 있지 않니? 이런 거짓말은 바로 빨간거짓말이 아닐까?”

 

내가 너만큼 컸을 때 이런 빨간 거짓말을 하였단다. 그것도 선생님께 말이다. 하여 나는 엄마한테 욕 먹구 교육도 받던 일 어제만 같구나!

 

이전엔 왜서 벌레도 그렇게 많구 쥐들도 그렇게 많았는지… 1953년 내가 소학교 일학년 때 일이란다. 학교에선 학생들이 가짜 회보(보고)를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번데기를 잡아도 병에 넣어 바쳤고 쥐를 잡으면 쥐꼬리도 종이에 싸가서 담임선생님께 바쳤단다. 그런데 나는 원래 특별히 쥐를 겁나하는데 어떻게 임무를 완성할 수 있었겠니? 나는 매일 울상이되어 둘째오빠만 바라보았단다.

 

그러나 둘째오빠는 고급학년이여서 임무가 더 많으니 언제 나를 데리고 쥐잡이할 수 있었겠니? 그래도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둘째오빠와 떼질 썼단다. “쥐꼬리 좀 달라구.” 3 ~ 4일뒤에 오빠는 나를 가만히 불러 비밀만 지켜준다면 쥐꼬리 10개를 준다고 했지. 나는 너무도 좋아 임무가 8개인데 초과 완성까지 하게 되여 오빠와 손가락 걸고 약속을 지키겠다고 맹세하였단다.

 

오빠는 나보고 김치움에 들어가 작은 무 여남은 개를 가져오라고 하였단다. 내가 “오빠, 우리가 노배(순무)를 다 먹으면 엄마가 욕하지 않을까?”하면서 근심스레 움에 들어가 제일 작은 것으로 꺼내왔단다. 오빠는 히히 웃으면서 또 “절대 비밀이다.”고 말하곤 무우꼬랭이 끝을 살짝 긇어 놓곤 그 노배를 도로 갖다 놓으라는 했지. 나는 영문을 몰랐단다. 오빠는 그 무꼬랭이를 햇볕에 슬쩍 시들게 말려서 자기가 잡은 쥐꼬리와 막 썩어 놓더구나! 그러니 정말 모두 진짜 쥐꼬리 같더구나!

 

 

월요일 아침 나는 신나서 엄마 몰래 오빠가 주는 “쥐꼬리” 10개를 선생님께 바쳤단다. 선생님이 종이를 헤쳐 보는 순간 내 가슴은 콩당콩당 뛰었고 얼굴엔 저절로 울기(답답한 기분)가 피어오르더구나! 선생님은 “네가 잡았니? 10개구나! 임무 초과완성 했구나!” 반급아이들이 모두 나를 보는 것 같아 “내가 우리 오빠와 같이 삽으로 때려잡았다. 왜?” 하고 아이들을 향해 큰소리 쳤단다. 마치 “똥싼년이 큰소리치듯” 말이다.

 

애들은 모두 잠자코 있더구나! 나는 입으론 큰소리쳤어도 선생님께 들킬까봐 무서워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하였단다. 다행이도 선생님께선 종이로 도로 싸서 처리하곤 별 말씀 없으시었단다. 나는 그날 집에 돌아와서도 “노루 제 방귀에 놀란다.”고 엄마 눈치만을 살피고 엄마 앞에서 좋은 일만 하느라 애썼단다.

 

그럭저럭 한 달이 지나 내가 차츰 거짓말하던 “쥐꼬리사건”을 싹 잊고 있었는데 하루는 엄마가 조용히 날 부르더구나! 엄마는 요즈음 내가 말도 잘 듣고 좋은 일을 많이 한다면서 칭찬을 하시곤 또 최근에 네가 잘못한 일들에 대해 로실하게(진실하게) 말해보라는 것이었다. 사실 엄마는 내가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나의 행동이 변상적(보통 때와 다른 상황)이어서 나를 부른 것이었단다.

 

나는 엄마를 속이고 선생님을 속인 것이 너무 무서워 엄마 앞에서 그만 “쥐꼬리사건”을 말하였단다. 엄마는 당장 오빠와 나를 앉혀놓고 사람은 성실해야하고 더욱이는 선생님을 속여 거짓말하는 것은 매우 나쁜 버릇이라고 차근차근 말하면서도 얼마나 독이 있던지 나와 오빠는 무릎을 꿇고 잘못했음을 빌었고 다시는 거짓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단다. 그리고 선생님께 바칠 반성문을 쓰던 일이 어제만 같구나!

 

처음으로 거짓말하고 엄마의 “교육 몽뎅이”에 얻어맞았지만 엄마의 말씀은 늘 나의 생의 길에서의 가로등이 되어 나의 길을 비추어 주었단다.

 

김영자 작가 15694331966@16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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