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에서 벌어진 조선판 비정상회담!

2020.01.09 11:13:52

한국국학진흥원 웹진 담(談) 1월호 “근하신년, 이웃나라” 펴내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중국을 정점으로 하는 외교의 자리, 신년하례식

여러 나라가 함께 만나 서로의 관계와 질서를 확인하다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조현재)은 지난 1일, “근하신년, 이웃나라”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1월호를 펴냈다. 이번 호는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적 긴장관계가 고조되는 가운데, 조선시대 외교사절단의 활동과 각국의 교류양상을 되돌아보자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웹진 담은 해당 주제와 관련한 외부 기사 2건과 웹툰으로 재구성한 ‘이달의 일기’, ‘미디어로 본 역사이야기’와 ‘편액이야기’, 국학진흥원 소식을 담은 ‘스토리이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선왕조실록》 정월 초하루의 기록에는 임금이 궐내에서 여러 신하를 거느리고 신년을 축하할 뿐만 아니라, 조선국왕이 중국황제의 신년을, 올량합과 왜인들이 조선국왕의 신년을 축하하고 있다. 태조 대부터 조선의 국왕은 이 망궐례(望闕禮, 명절 때나 임금ㆍ왕비의 생일에 각 지방의 관원이 ‘궐(闕)’ 자를 새긴 나무패에 절하던 의식)를 해마다 하였는데, 태종 2년의 기록은 왜와 올량합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편 정월 초하루 북경의 자금성에서도 중국황제에게 이웃나라의 국왕과 신하, 사신들이 신년을 축하하는데, 이 자리는 중국, 조선, 올량합, 왜와 같은 나라들이 만나 서로의 관계와 질서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중국사행단 가운데 가장 막중한 역할을 하였던 이들이 바로 신년을 축하하기 위해 파견된 사신들이었다. 이는 조선뿐만 아니라 이웃나라들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정월 초하루 자금성에는 여러 나라 사신들로 북적였다. 정은주 연구원(한국학중앙연구원)은 [북경 자금성의 신년 조회와 만국래조도]라는 기사를 통해, 그림 속에 함축된 청나라와 각 나라 간의 상하 관계, 청나라의 다른 나라에 대한 이해를 읽어준다.

 

 

 

조선 선비 이기헌, 서잔관으로 북경에 가다

청나라 황제 앞에서 자신들의 전통의상을 고집하는 태국 사신들

 

정용연 작가는 ‘이달의 일기’에서 조선후기 이기헌(李基憲)이 쓴 《연행일기계본(燕行日記啓本)》이라는 사행일기를 재구성한 내용을 소개하였다. 1801년(순조 1년) 서장관으로 간 이기헌이 자금성에 갔다가 태국 사신들을 만난 일화가 기록되어 있다. 황제에게 인사하기 위해 명나라의 관료들과 외국 사신들이 모두 나와 기다리던 참이었다. 기다림 끝에 실제 황제의 용안을 보지는 못하였으며, 기대했던 것보다 황제의 의장물은 매우 간단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때 이기헌은 태국 사신들을 눈여겨보았는데, 그들의 차림새와 만남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어 흥미를 끈다.

 

 

조선의 사신들과 태국의 사신들의 만남도 이루어졌는데, “공사(正貢使)는 비아소골립순가가팔라소돌(呸雅騷滑粒巡叚呵叭喇昭突)”과 “삼공사(三貢使)는 랑발차나비문비돌(廊勃車哪鼻們卑突)” 같이 태국 사신들의 성명이 몹시 길다고 하였다.

 

덧붙여서 이기헌은 태국사신들에 대해 “비록 고대의 예법에 맞는 복식은 아니었지만, 저들 나름의 조복(朝服)을 갖추어 입은 것을 보니 그들의 문화 역시 마냥 오랑캐의 것으로 치부할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필담으로 하는 관계의 시작,

“말이 통하지 않아도 글로 쓰면 되지 않겠소.”

 

조창록 수석연구원(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은 [필담으로 하는 조선판 비정상회담]이라는 글에서, 한자를 중심으로 한 필담으로 이뤄진 교류를 소개하고 있다. 필담을 나누었던 홍대용과 엄성은 “천애지기(天涯知己, 하늘 끝에서 자기를 알아주는 벗)”가 되었고, 박규수와 심병성은 “진정한 벗”이 되었으며, 한필교와 박지원은 사행에서의 교류를 통해 당시의 현실을 인식하고 다양한 정보를 얻기도 하였다.

 

북경에서 벌어진 조선판 <비정상회담>을 상상하며

격동하는 2020년,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는 이웃 나라 되기를

 

나라 바깥 구경을 하기가 몹시도 어려웠던 조선시대였지만, 신년하례를 목적으로 중국을 드나들었던 선비들이 남겨놓은 사행 기록을 통해 이웃나라의 이야기들을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스토리테마파크’에서 창작소재들로 만나볼 수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스토리테마파크(http://story.ugyo.net)에는 조선시대 일기류 247권을 바탕으로 5,480건의 창작소재가 구축되어 있으며, 검색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매월 한 가지의 주제를 선정하여 웹진 담을 발행하고 있는데, 전통적인 일기류를 소재로 하지만 주제의 선정은 지금의 일상과 늘 맞닿아 있다.

 

조경란 편집장(세종대왕기념사업회 편수부장)은 “이웃나라, 이웃나라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는 것은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비롯된다.”면서,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북경에 가서 경험했을 법한 조선판 <비정상회담>을 상상하며, 현대 사회와 세계시장에서도 주목받을 수 있는 문화콘텐츠의 창작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한영 기자 sol119@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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