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기일을 홀로 추모한 우에노 미야코 시인

2021.02.16 22:25:19

[맛있는 일본 이야기 588]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동지사대학(同志社大學)에 다녀왔습니다. 추웠지만 날씨는 맑았습니다. 시비(詩碑) 앞에는 많은 꽃이 놓여있었습니다. 헌화를 보면서 역시 윤동주 시인을 잊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시비 앞에서 몇 편의 시를 혼자서 낭독하고 왔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습니다만 틀림없이 하늘에까지 닿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일본어로 완역한 우에노 미야코(上野都) 시인이 보내온 문자 메시지다. 메시지를 받고 얼른 교토에 사는 우에노 시인에게 국제전화를 걸었다. “코로나19로 사람들과 함께하기가 곤란하여 혼자 갔습니다. 교정에는 매화꽃이 활짝 피어있어 봄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은 적적했지만 혼자서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며 시 몇 편을 낭독했지요.”

 

 

어제(16일)는 윤동주(1917-1945) 시인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스물일곱의 나이로 숨진 지 76주기를 맞은 날이다. 코로나19가 아니라면 도쿄 릿쿄대학에서도, 교토 동지사대학에서도 그리고 후쿠오카의 형무소 자리에서도 제각기 추모제가 열렸을 텐데 아쉽다.

 

윤동주 시인의 시를 사랑하여 평생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공부한 사람이 우에노 미야코 시인이다. 중학생 때부터 한국어를 배워 윤동주의 시를 번역해보겠다는 당찬 꿈을 꾸었던 시업(詩業) 50여 년을 헤아리는 중견시인 우에노 씨의 윤동주 시 사랑은 남다르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거외다 - 윤동주 ‘별 헤는 밤’ 가운데-

 

 

우에노 미야코 시인은 윤동주 시비 앞에서 별 헤는 밤, 서시, 쉽게 씌어진 시, 비둘기 등 4편을 낭송했다고 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캠퍼스에는 시인의 낭랑한 목소리만 울려 퍼졌으리라. 그러나 고독하거나 쓸쓸하진 않았을 것이다. 윤동주 시인이 드나들었던 캠퍼스 곳곳에 활짝 핀 매화꽃도 우에노 시인의 목소리를 들었을 테고 그 어딘가 하늘가에서 윤동주 시인도 우에노 시인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었을 것만 같다.

 

윤동주 시인을 사랑하는 수많은 일본인에게 완벽한 일본어로 윤동주 시를 소개한 시인, 잊지 않고 윤동주 시인의 기일(忌日)에 한 아름의 꽃을 사들고 시비(詩碑)를 찾는 시인,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길 기다리던 윤동주 시인의 주옥같은 시를 소리 내어 읽어주는 시인 우에노 미야코!

 

보는 이 없어도, 들어주는 이 없어도 언제나 한결같이 윤동주 시인을 기려주는 우에노 미야코 시인이 있어 그의 기일은 쓸쓸하지도 외롭지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년 기일에는 코로나19가 끝나 윤동주 시비 앞에서 우에노 미야코 시인과 함께 시낭송을 하고 싶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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