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언어 의식, 현재 모습은?

2021.03.10 12:08:24

국립국어원, 2020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결과 발표
다만, 국립국어원의 보도자료부터 쉬운말로 쓰는 모법 모여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은 ‘2020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조사는 국민의 국어와 국어정책에 관한 관심 수준, 언어 사용와 언어 교육 문제 등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2005년부터 5년마다 시행하고 있으며, 이번 제4차 조사는 국립국어원이 (주)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하여 실시하였다.

 

맞춤법과 발음, 단어의 유래와 의미에 관한 관심 50%p 가까이 높아져

 

우리 국민의 55.4%는 국어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하여 2010년 제2차 조사 이후 지속해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05년 60.9%→‘10년 45.6%→‘15년 53.0%→‘20년 55.4%) 그 가운데 말하기(78.5%), 언어 예절(73.9%), 맞춤법과 발음(69.8%), 글쓰기(69.1%) 분야에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말하기’와 ‘언어 예절’은 대화나 회의 상황과 같이 직접 소통할 때 필요한 능력으로, 국민은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 직접적이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맞춤법과 발음(’05년 19.9%→’20년 69.8%), 단어의 의미와 유래(’05년 4.2%→’20년 53.7%) 분야의 관심도는 지난 15년 사이에 50%p 가까이 높아졌다. 이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어문 규범을 지키는 것은 필수적인 소양이 되었고, 국어에 관한 관심의 폭도 현대에 머물지 않고 과거로까지 넓어졌음을 의미한다.

 

욕설과 비속어를 습관적으로 사용한다는 답변 늘어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5명은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욕설이나 비속어를 자주 또는 가끔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욕설: 46.9%, 비속어: 48.1%). 그런데 본인에 관한 질문에는 10명 중 2~3명만 욕설이나 비속어를 자주 또는 가끔 사용한다고 응답하였다(욕설: 24.8%, 비속어: 30.4%).

 

 

한편,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하는 까닭으로는 응답자의 32.6%가 기분이 나쁜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답했고, 23.1%는 습관적으로, 22%는 친근감의 표현이라고 답했다. 2005년 결과와 비교하면, 기분 나쁨 표현(’05년 55.6%→’20년 32.6%)은 크게 줄어들고, 습관적으로 사용한다는 답변은 21.9%p나 높아졌다(’05년 1.2%→’10년 14.7%→’20년 23.1%). 온라인 소통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욕설과 비속어가 쉽게 전파되고, 일상적으로 이런 말들을 접하게 되면서 문제의식 없이 습관적으로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어 사용자는 줄었으나 지역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높아져

 

평소 표준어를 사용한다는 응답자는 56.7%로 2005년에 비해 9.1%p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었다(’05년 47.6%→’20년 56.7%). 그동안 교육, 방송 등 공적 영역에서 표준어가 사용되고,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면서 표준어 사용에 관심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표준어를 쓰는 사람이 지속해서 늘어나면서, 지역어 사용자의 줄어듬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지역어 사용자에게 친근하고 편안함을 느낀다는 답변은 79.9%로, 최근 10년 사이에 21%p 높아졌다(’10년 58.9%→’15년 42.5%→’20년 79.9%). 특히 모든 세대에서 70% 이상이 지역어 사용자에게 친근감을 느낀다고 응답하였다. 우리 사회가 언어적 다양성과 지역 문화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문․방송에서 나오는 말 중 의미 몰라 곤란한 경험 89%

 

우리 국민의 89%는 신문ㆍ방송에서 나오는 말 가운데 의미를 몰라 곤란했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가끔 있다: 52.7%, 자주 있다: 36.3%). 특히 자주 있다는 응답은 최근 5년 사이 30.7%p 늘어났다. 그리고 곤란함을 겪은 말로는 전문용어(53.3%), 어려운 한자어(46.3%), 신조어(43.1%)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코로나19 상황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전문용어와 어려운 한자어가 다수 사용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측된다.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언어, ‘쉽다’가 33.4%, ‘어렵다’가 22.9%

 

이번 조사에서는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의 난이도를 어떻게 느끼는지도 알아보았는데, ‘쉽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33.4%였고, ‘어렵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22.9%로 나타났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공공언어를 어렵게 여기는 사람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공공언어를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렵게 여기는 사람보다 많게 나와, 그동안 정부에서 추진해 온 공공언어 개선 활동이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공공언어가 되도록 더욱 쉬운 말로 쓸 필요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공공언어에서 개선해야 할 점을 두 개씩 꼽아 보라는 질문에는 ‘복잡하고 길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과 ‘낯선 한자어 등 어려운 단어 사용’이 각각 50.8%와 48.2%를 기록했다. 공공언어에서 간결한 문장 쓰기와 어려운 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는 일이 시급한 과제임을 알 수 있다.

 

조사 결과는 <제4차 국어발전 기본계획(2022~2026)>에 반영

 

이번 조사 결과는 국민이 어문 규범을 쉽게 이해하고 우리말 역사 자료를 편리하게 찾아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한편, 지역어 보존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함을 보여 준다. 또한 사회 전체적으로 욕설과 비속어 사용을 줄이는 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과 홍보가 필요하며, 공공언어와 신문·방송 언어가 모든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더욱 쉽고 간결해질 필요성이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이번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결과는 <제4차 국어발전 기본계획(2022~2026)> 수립에 반영할 예정이며, 더욱 면밀한 검토와 후속 연구를 거쳐 우리 언어 현실과 정책 수요자에게 딱 들어맞는 맞춤형 국어정책을 추진하는 데에도 적극 활용하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조사를 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크게 환영할 것이지만, 문화체육관광부나 국립국어원의 보도자료부터 더욱 쉽게 쓰는 노력이 앞서야 한다는 비판도 귀담아들어야만 한다. 그것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 부서가 한자말이나 외래어를 예사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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