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내일은 24절기 가운데 열째인 하지(夏至)입니다. 이 때 해는 황도상에서 가장 북쪽에 자리 잡는데, 그 자리를 하지점(夏至點)이라 합니다. 한 해 가운데 해가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길기 때문에 북반구의 땅 위는 해로부터 가장 많은 열을 받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쌓인 열기 때문에 하지 이후로는 기온이 올라가 몹시 더워집니다. 또 이때는 가뭄이 심하게 들기도 하고, 곧 장마가 닥쳐오기 때문에 농촌에서는 일손이 매우 바쁩니다.
누에치기, 메밀 씨앗 뿌리기, 감자 거두기, 고추밭 매기, 마늘 거두고 말리기, 보리 수확과 타작, 모내기, 늦콩 심기, 병충해 방재 따위는 물론 부쩍부쩍 크는 풀 뽑기도 해주어야 합니다. 남부지방에서는 단오를 앞뒤로 시작된 모심기가 하지 무렵이면 모두 끝납니다. 감자가 많이 나는 강원도 평창에서는 하지 무렵 감자를 캐어 밥에다 하나라도 더 넣어 먹어야 감자가 잘 열린다고 믿었습니다. “하짓날은 감자 캐 먹는 날이고 보리 환갑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하지가 지나면 감자 싹이 죽기 때문에 ‘감자 환갑’이라고 했으며, 이날 ‘감자천신한다’고 하여 감자를 캐어다가 전을 부쳐 먹었습니다.

한방에서는 하지가 되면 양기가 많이 올라 음양의 기운이 서로 상충하게 되므로, 자칫하면 육신의 균형을 잃기 쉬운 날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격렬한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남녀 사이 잠자리도 피하며 심신을 편안하게 하도록 권했지요. 또 몸의 균형을 잃어 탈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음식을 조심하는 것은 물론 경솔하게 나돌아다니거나 화를 내는 것도 금기로 여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