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살리기]1-32 놉

2021.03.23 11:33:26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의 토박이말 살리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꽃샘추위, 잎샘추위, 꽃샘잎샘이 찾아 와서 사람을 움츠러들게 합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기 앞에 날씨가 춥다는 것을 알고 나갔는데도 바람을 맞으니 절로 자라목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집 앞에서 밤새 추위와 바람에도 떨어지지 않고 잘 견딘 벚꽃이 손을 흔들며 난 괜찮다고 말을 하는 듯이 느껴졌습니다.

 

세 이레를 함께 보낸 아이들에게 그동안 잘해 주어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많이 나아진 배움이를 추어올려 주면서 손뼉도 함께 쳐 주었습니다. 살짝살짝 서로의 울타리를 넘나드는 게 눈에 띌 때도 있지만 크게 부딪히지는 않고 있습니다.  제 바람대로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제 바람대로 다 할 수도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이들이 바라는 쪽에 무게를 두려고 합니다. 

 

어제 저녁은 봄내음이 물씬 나는 쑥국, 머위 나물과 함께 아주 맛있게 먹었는데 다른 사람의 수고로움이 더해져 더 맛난 저녁이었습니다. 언제 더 맛있는 걸로 갚아 드려야겠습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놉'입니다. 이 말은 '하루하루 품삯과 먹거리를 받고 일을 하는 품팔이 일꾼. 또는 그 일꾼을 부리는 일'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제가 어릴 때에 둘레 어른들께서 늘 쓰시던 말인데 요즘은 참 듣기 어려운 말이 되었습니다. '놉을 사다' 또는 '놉을 대다'라는 말을 자주 했으며 모내기나 나락을 벨 때 놉을 여럿 대서 하던 생각도 납니다.

 

요즘 이런 사람이 어디있나 하면서 이런 말은 쓸 일이 없는 것처럼 여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용직'이니 '일당직'이라는 말을 쓰는데 '일용직 또는 일당직을 구한다' 고  할 때 '놉 구합니다/삽니다'처럼 쓰면 좋겠습니다.  말집(사전)에는 '날품팔이'와 비슷한 말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지만 '놉'에 그런 뜻을 담아서 살려 쓰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말이 마뜩잖으면 '날일'이라는 말도 있고 '날일자리'와 같은 말도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파트 타임', '아르바이트'와 같은 말도 참 많이 쓰는데 '뜬벌이'라는 토박이말을 살려서 쓴다면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말이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고 둘레 분들께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온봄달 스무사흘 두날(2021년 3월 23일 화요일) 바람 바람.

 

 

 

 

 

 

 

이창수 기자 baedalmaljig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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