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시조는 곧 기본시조라는 뜻

2021.07.06 00:00:20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31]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충남 부여에서 열린 2021년도 정례 강습회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보존회는 회원들의 공개발표회도 열고 있어서 활성화되고 있다는 이야기, 이날 발표는 평시조를 비롯하여, 사설, 여창지름, 남창지름, 반각, 중허리, 엮음지름 등을 선보였다는 이야기, 시조창은 고악보에 보이는 <경제(京制)의 평시조(平時調)>가 원형으로 보이고, <향제시조>는 그 지방의 환경이나 풍속, 성격, 기호에 따라 토착화되면서 지방의 특징을 지니고 전승되어 온다는 이야기, 충청의 내포제, 전라의 완제, 경상의 영제를 비롯하여 더 세분된 형태 등이 있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일찍이 이병기는 시조시의 연원을 신라로 올라가 향가(鄕歌) 가운데서 시조의 형식과 유사한 것이 있었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안랑은 불가(佛歌)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였고, 정래동은 한시(漢詩)의 번역 중에서 발견한 시형(詩形)이라고 하였다. 또한 김태준은 고려조의 한문 악장에 대하여 생긴 별곡이 파괴되어 장가(長歌)와 단가(短歌)로 구분되는 과정에서 단가가 시조로 분화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여하튼 시조시의 연원은 고려조로 볼 수 있겠으나, 시조창, 곧 가락을 얹어 부르는 노래의 역사는 조선조 후기, 영조 무렵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시조창은 이세춘이 처음 부르기 시작했다는 석북집의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조 이후의 거문고나 양금의 악보에는 시조창의 악보가 보여서 그 전체적인 형식이나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시조창의 선율이나 장단형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면서 조금씩 달라진 다양한 형태의 시조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가람 문선》에서 이병기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경성(京城)에는 정악기(正樂妓), 판시조, 위댓시조, 사계((四契)집 시조니 하는 따위가 있었고, 지방에서는 영남(경상남북도)에 온령판, 반령판이니 하는 것이 있었으며, 호중(충청남북도)에는 내포제, 위내포제, 아래내포제니 하는 것이 있었다. 이렇게 많은 유파가 있고 그 유파마다 그걸 배우는 이가 있어 기껏 잘해야 그 조백(早白)이나 알 뿐이요, 명창이 되기는 썩 어려운 것이다.”

 

 

이처럼 경제나 향제는 지방에 따라, 또는 부르는 계층에 따라, 여러 종류, 여러 유파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후대로 내려올수록 최초의 시조였던 평시조에서 지름시조를 비롯한 여러 갈래의 시조들이 생겨난 것도 알 수 있다. 가곡, 가사, 서울 경기지방의 시조 명인으로 초대 국립국악원장을 지낸 이주환은 그의 저서 《시조창의 연구》에서 평시조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오랜 세월을 지내는 사이에 변화와 발전을 보게 되어 평지름시조, 사설시조, 중허리시조, 여창지름시조, 사설지름시조, 우조시조, 우조지름시조, 등 여러 종류의 시조들이 생겨났다. 그러므로 이들 여러 종류의 시조들을 총칭하는 이름이 곧 <시조>고, 최초의 단일 곡이었던 시조는 그것이 기본시조, 평탄한 시조라는 뜻에서 <평시조>로 호칭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시조, 또는 시조창은 매우 단순하고 간단해 보이지만, 지역에 따라 또는 가락이나 창법에 따라 여러 종류의 시조로 늘어나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은 시조창의 발전이오, 확산의 과정이라 할 것이다. 시조와 평시조, 기타의 다양한 시조와의 관계를 매우 간결하게 정리해 주고 있는 것이다.

 

국악개론서나 사전적 의미로서 시조의 음악적 특징은 첫째가 박자가 매우 느리다는 점, 그래서 리듬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점이고, 둘째는 3음 음계로 구성된 계면조라는 점, 그리고 셋째는 요성(搖聲)과 역동성을 특징으로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 경기지방에 전승되어 오는 경제시조와 지방제 시조와는 같을까? 다를까? 다르다면 무엇이 어떻게 다르고,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글쓴이는 오래전 충청지방에 전승되어 오는 내포제시조와 서울 경기지방의 경제시조를 비교하여 논문으로 발표한 적이 있다. 결론적으로 양자는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부분적으로는 선율이 다른 부분도 있고, 노랫말 붙이는 박이나 위치가 다른 부분도 있었으며 고음(潢)의 출현 여부와 이를 처리하는 세청(細淸), 곧 속소리 창법도 비교되었다. 그 밖에도 장식음이나 강약처리, 모음(母音)을 분리하여 발음하는 방법, 그리고 끝내는 박의 위치 등등, 양자의 다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혹자는 중앙과 지방에 따라 또는 부르는 사람마다 자기가 부르고 있는 시조창만이 가장 훌륭한 시조창이며 정통성을 지닌 시조라고 주장하면서 전국에 산재해 있는 시조창의 통일을 역설하기도 한다. 오랜 세월 자연스럽게 전승되어 온 전통음악의 다양한 형태를 어떻게 하나로 만든다는 말인가?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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