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교육부 외국어교육정책은 후진적이다

2021.09.03 12:10:34

2022 개정교육과정 외국어교육 전문가 정책토론회 열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고교시절, 영어 외 제2외국어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억나는 외국어로는 일본어,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이 떠오른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사실 영어도 외국어다. 그럼에도 이 녀석은 항상 제2외국어 친구들과 거리를 둔 채 부동의 제1외국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특수 신분인 ‘영어’는 차치하고, 지금 교육현장에서는 ‘제2외국어교육의 문제점’을 두고 시정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시정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곳은 ‘외국어교육정상화추진연합’(상임대표 단국대 정형 교수, 아래 ’정추련‘)으로 지난 8월 21일(토), 전국의 제2외국어 전공 교수 및 교사 130여 명이 비대면 화상으로 모여 열띤 토론을 했다. 이날 모임의 주제는 <2022 개정교육과정 외국어교육 전문가 정책토론회>였다. 왜 전국의 교사와 교수들은 제2외국어 교육에 대한 정책적 토론을 벌여야 했을까? 이날 토론한 ‘외국어교육 정책토론’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진다.

 

정추련에서 마련한 토론회 취지는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외국어교육 정책에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 해결방안을 교육부에 제안’하고자 함에 있었다. 이날 개회사에서 정형 정추련 상임대표는 “급속한 다문화사회로 돌입해가고 있는 한국이 영어 제일주의에 빠져 다양한 외국어교육을 등한시하고 있다.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중언어교육’ 정책을 폭넓게 수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2022 개정교육과정 개편에서 글로벌 인재교육을 위한 외국어교육 정책이 반드시 수립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토론회는 제1부 주제발표, 제2부 종합토론 시간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제발표에서는 한국외대 최희재 교수(프랑스어), 유신고 임승규 교감(중국어), 가톨릭대 최창완 교수(일본어), 이화여고 이선영 교사(독일어) 등이 영어 편중이 아닌 다양한 외국어교육의 필요성과 더불어 학교 현장에서 갈수록 축소되어 가고 있는 제2외국어 교육의 학습권 보장과 제2외국어 과목 개설의 다양성 문제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발표하였다.

 

 

종합토론 시간에는 서울대 권오현 교수의 “기존의 교과 영역을 폐지하고 학생들이 영어와 함께 또 다른 외국어를 다양하게 선택하여 학습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했고, 한양대 위행복 교수(중국어)는 “영어와 제2외국어를 분리하는 후진적 수준을 탈피하여 다문화사회에 걸맞은 다양한 외국어교육 실시”를 주장했다.

 

2022년이면 바로 내년이다. 올해 하반기에 개편이 완료되는 이번 개정교육과정에 대하여 교육 일선에 있는 교수와 교사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는 생각보다 컸다. 이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정추련 상임부대표인 임승규 (유신고등학교 교감) 선생을 어제(2일) 학교에서 만났다. 다음은 임승규 상임부대표와의 대담 내용이다.

 

 

영어와 제2외국어를 분리하는 것은 후진적인 외국어정책

[대담] 외국어교육정상화추진연합(정추련) 임승규 상임부대표

 

 

- ‘외국어교육정상화추진연합’(이하, 정추련)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달라.

 

“정추련은 2003년에 설립한 제2외국어 전공 교수와 교사들의 연합체로 현재(2021) 약 11,500여 명이 회원으로 있다. 설립목적은 크게 세 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첫째 국가의 선진국 도약을 위한 다중언어 교육 실현(영어 일변도 외국어교육 정책 개선 등), 둘째 다문화 공동체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기틀 마련(다언어, 다문화 이해를 기반으로 한 포용적 문화관 형성 등), 셋째 국가 교육과정 편제상 제2외국어 필수화 실현(대입전형에서 제2외국어 과목 학생부 반영 등) 등을 꼽을 수 있다. 요약하면, 영어와 더불어 다양한 외국어를 대학과 중등학교에서 효율적으로 교육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향상과 다문화사회의 안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비영리단체라고 이해하면 된다.”

 

- 현행 외국어교육에 대한 교육당국의 정책상 문제점은 무엇인가?

 

”현재 제2외국어교육은 16단위(학점)로 ‘생활ㆍ교양’ 영역 속에 묶여 있다. 생활ㆍ교양 영역은 2009년 교육과정 개정 때 편성된 영역인데 외국어, 한문, 기술가정, 교양 등 너무나 성격이 다른 교과들로 구성되어있어 그 운영의 효율성에 대하여 많은 지적을 받아온 영역이다. 현재 각 고등학교에서는 이 과목들 가운데 일부과목을 개설하고 학생들은 그 가운데서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소리와 문자를 배워야 하는 제2외국어 기피 경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다양한 외국어가 요구되는 지구촌 사회 속에서 외국어교육의 강화가 아닌 후퇴를 자초하는 현행 외국어정책은 국가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뿐더러 튼실하게 자랄 인재들의 싹을 자르는 꼴이 되기에 우려스럽다.“

 

-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제2외국어교육 정책이 바뀌어야 하나?

 

”가장 올바른 방법은 현행 ‘생활ㆍ교양’ 영역 속에 섞여 있는 제2외국어를 영어와 함께 ‘외국어’ 영역으로 편성하여 필수 이수단위를 영어 8단위(학점), 제2외국어 8단위(학점)으로 구성하여야 한다. 차선책으로는 위에서 지적한 대로 ‘생활ㆍ교양’ 영역에 여러 과목을 모아서 16단위로 구성돼 있는 것을 ‘제2외국어, 한문’ 8단위(학점), ‘기술ㆍ가정, 교양‘ 8단위(학점)으로 필수이수단위를 구분하여 과목들을 재구성하여야 한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에게 필요한 외국어교육과 정보화교육을 균형감있게 시행할 수 있게된다.

 

 

지구촌 인재교육을 국가 교육과정의 핵심 의제로 설정한다면 편향된 현재의 영어 일변도 가지고는 역부족이라고 본다. 정추련에서는 설립(2003) 이후 줄곧 ‘영어와 함께 다양한 외국어를 동급으로 취급해야한다’라고 외쳐왔으나 18년째 공염불 상태다. 제2외국어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교수와 교사들의 의견을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는 반드시 수렴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 다문화사회로 급속히 진행되는 한국에서 제2외국어교육의 중요성을 말해 달라.

 

”우리나라는 2019년 출입국외국인정책통계월보 자료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 약 253만 명(전 국민의 약 4.8%)으로 사회학적으로는 다민족국가에 근접하고 있다. 특히 결혼이주자 가정의 급증으로 인한 급속한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는지 오래다. 이들 다문화가정을 포용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각 지자체 단위의 다문화 정책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김치 담그기’ 행사라고 나라 밖 언론사에서 비꼬는 보도가 나돌고 있는 것을 예사로 넘겨 볼 말은 아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가정을 이뤄 살기 위해서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워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반대로 한국인들 역시 공교육을 통해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익혀 다문화인들과 소통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영어 외에 제2외국어로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베트남어의 8개뿐인 과목을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

 

 - 그 밖에 제2외국어와 관련하여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제2외국어 과목은 다양한 국가의 언어와 문화를 고르게 학습할 수 있는 지구촌 인재 육성의 필수과목이라고 생각한다. 영어만 따로 떼어 두고, 나머지 외국어를 뭉뚱그려서 ‘제2외국어(Second Foreign Language)’라고 취급하는 것은 국제적 관례나 학술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또한 현행처럼 영어와 제2외국어를 분리하여 국가교육과정을 편제하는 것은 개발도상국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후진적인 외국어정책이다. 우리와 같이 비영어권 국가인 중국, 일본, 프랑스 등에서도 ‘외국어’ 영역으로 모든 외국어를 편성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2022년개정교육과정에서는 영어와 외국어를 동급으로 취급하여 편제하길 기대한다.“

 

 

- 이번에 외국어교육 전문가정책 토론회에서 채택한 선언문을 소개해 달라.

 

”글로벌 인재 교육을 국가 교육과정의 핵심 의제로 설정하여 영어와 함께 다양한 외국어를 국가교육과정 ‘외국어영역’ 필수과목으로 편제, 현 국가교육과정 ‘생활·교양’ 영역 제2외국어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여 학생들의 지구촌 인재교육의 기반 마련, 현 국가교육과정에 16단위로 편성되어 있는 ‘생활·교양’ 영역의 필수 이수단위를 16단위 이상으로 편성하여 글로벌 인재교육은 물론 고교학점제 전면시행에 따른 다양한 과목선택 기회 제공“ 등이 선언문의 주요 내용이다.”

 

임승규 정추련 상임부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2022 개정교육과정 외국어교육 전문가 정책토론회>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편향되어 있는 제2외국어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는 임승규 상임부대표의 열정이 느껴졌다. 대학 및 중등교육현장에서 그토록 ‘영어와 제2외국어를 동급으로 취급해야 한다’라고 부르짖는데도 ‘영어와 제2외국어는 다르다’고 외면하는 교육부의 태도에 씁쓸한 마음을 금치 못하겠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그것은 영어만이 영원한 외국어 권좌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교육부는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감지하고 일선학교의 교수와 교사들이 외치는 ‘제2외국어교육 정상화’에 귀 기울여주길 바란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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