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동하 작가]
아버지는 소나무를 참 좋아하셨다.
사계절 푸르른 솔이 산에 빼곡하게 있어야
정말 산(山이)라 할 수 있다고 늘 주장 하셨다.
소나무가 많지 않은 바위산이나 삭막한 가지만 있는 겨울산은
산도 아니라고 늘 얘기하셨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에게 금강산의 일만 이천 봉우리는
그저 돌덩어리일 뿐일 것 같다고 늘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제주의 유명한 <비자림 숲>을 산책하고 오시면서도
비자나무만 가득한 숲을 가리켜,
“솔이 좀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하셨다.
그래서 내가 딸아이의 이름을 ‘솔’이라 지었을 때,
여자 아이 이름에는 ‘희’ 자나 ‘숙’자가 들어가야 하지 않느냐며 하시다가도
곧, “그래도 ‘솔’이 항상 푸르니 좋다.”라고 하셨다.
내가 아버지에게 가장 잘한 일 하나가 있다면
바로 딸아이 ‘솔’을 아버지의 손녀로 안겨드린 일,
그것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