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 '코로나19' 이겨내

2022.04.19 08:53:59

서울 중앙보훈병원 정원에서 4월의 봄을 느끼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가녀린 연초록 나뭇잎들이 꽃보다 아름다운 계절, 서울 둔촌동 서울중앙보훈병원 정원에 모처럼 환한 미소가 번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년 넘게 유지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첫날인 어제 18일(월) 낮 2시, 생존해 계신 유일한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애국지사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았다. 병원 출입은 자유로웠지만, 병실 출입은 아직 제한적이며 혹시 모를 감염을 우려해 훨체어를 탄 상태로 보훈병원 정원에서 개별 면회를 했다.

 

 

그간 2년 여, 코로나 상태에서도 두어 달에 한 번씩 병원 로비에서 면회를 하고왔으나 지난 12월부터 갑자기 확산한 오미크론 변이로 일체 면회가 허용되지 않아 이번 면회는 4달 만이다. 올해 연세 96살, 돌아오는 5월 2일(음력 4월 3일)이 생신이니 만으로 95살의 연세임에도 옛 광복군 시절의 정신이 오롯이 남아있는 모습에 다소 안도의 숨을 쉬게 된다. 뜻밖에 코로나라는 복병을 만나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면회 단절 등 환자들의 입원 생활에도 코로나19는 크나큰 장애물이었다. 지난 넉 달 동안 오미크론 재확산 시기에 어머님(오희옥 지사)의 근황을 함께한 김흥태 아드님께 물었다.

 

 

“코로나19 때는 병원 로비에서 면회가 허용되었으나 무서운 속도로 재확산된 오미크론이 확산하는 동안에는 가족들의 면회조차도 일체 금지되어 하는 수 없이 아침과 저녁 영상통화를 이용하였습니다. 간병사의 간호를 24시간 받고 있는 어머니는 가족과의 영상통화 시간을 날마다 기다리고 계셨으며 저와 가족들은 최대한 이 시간을 이용하여 어머니께서 정신적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사회적인 이슈는 물론이고 날씨라든가 코로나 상황, 가족들의 근황 등등을 실시간으로 알려드렸습니다. 콧줄 영양(코에다 튜브를 끼어 영양을 공급하는 것)을 하는 상태라 긴 대화는 어렵지만 짧은 대화와 펜글씨 등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셔서 어렵지 않게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의 면회가 금지되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루도 빼지 않고 동영상 대화를 나눈 것이 큰 힘이 되신 듯합니다. 고령임에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가족들과 소통하고 계심에 감사드립니다.”라고 하는 아드님의 이야기에서 가족들의 따스한 마음이 느껴졌다.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진지 올해로 5년째 접어드는 오희옥 지사는 병원에서 늘 “봄이 되면 집에 가고 싶다”라는 말씀을 입에 달고 사셨다. 이제 다시 맞이한 봄! 코로나19의 거리두기도 완화된 상황이지만 그토록 원하던 ‘집으로의 귀가’는 녹녹지 않은 상태다. 돌아가야 할 집이 헐릴 위기에 있기 때문이다. "집이 헐릴 위기라고?" 묻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 시대의 유일한 여성 생존 애국지사의 집이 곧 헐릴 예정에 있다.

 

 

용인시 처인구 보개원삼로 1640-2번지에 있는 오희옥 지사 집은 ‘독립유공자의 집’으로 해주 오씨 문중이 땅을 제공하고 용인시 그리고 재능기부 기관과 시민단체들이 십시일반으로 지은 집으로 지난 2018년 3월 1일 준공 테이프를 끊었다. 그러나 꿈에도 그리던 고향땅에서의 정착을 하기도 전에 오희옥 지사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중, 원삼면 일대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SK하이닉스ㆍSK건설ㆍ용인일반산업단지(주) 등 6개 기관, 아래 ‘SK하이닉스’)이 들어선다는 계획 때문에 오희옥 지사의 집이 아무런 대책 없이 헐릴 위기에 놓여있었다. 적어도 지난 연말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언론과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현재는 이전 계획이 잡혀있는 상태다.

 

 

“오희옥 지사께서 광복군에 투신한 것은 일반 광복군 출신들과는 다른 각도로 봐야 합니다. 오희옥 지사는 열네 살 어린 나이에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에 입대한 뒤 광복군에 편입한 분으로 그 투철한 독립정신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영원한 표상이 되고도 남는 일이지요. 이러한 애국지사께서 머물 집이 헐리기 직전인데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 겁니까? 퇴원하셔서 입주할 주거 대책이 시급합니다.”

 

이는 지난해 12월 30일, 헐릴 위기의 오희옥 지사 집을 방문했던 한국광복군기념사업회 이형진 회장이 한 말이다. 그렇다면 현재 오희옥 지사의 새로운 집 건축에 대한 진전은 어떠한지 아드님에게 물어보았다.

 

 

“그간 관련 기관 등과의 소통이 있었습니다. 주택의 이전은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할 예정으로 잡혀있으나 여건이 허락된다면 좀 더 앞당겨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머니께서 퇴원하여 한시라도 빨리 자신의 집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셨으면 하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기존 집이 헐리기 전까지 코로나 상황을 봐가면서 주말만이라도 집으로 모시고 와서 가족들과 보내시게 하여 정신적인 안정을 찾아 드리고 싶습니다. 평일은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하셔야 해서 주말만이라도 내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신다면 정신적인 안정감을 찾으실 겁니다.”라고 아드님은 말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러한 문제 제기를 후손과 시민단체가 ‘SK하이닉스’ 측에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묵묵부답 상태였다는 사실이다. 보다 못한 용인시 시민단체들이 방송과 언론 등에 이 소식을 전했고 또한 지난해 12월 1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슬픈 대한민국의 오늘(3대독립운동가 주택 철거 방치)’라는 제목으로 청원글까지 올리는 등의 수고를 거쳐 겨우 오희옥 지사의 집을 이전 신축한다는 계획이지만 그것도 잘해야 내년 완공이라니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기자로서는 너무 늦다는 생각이다. 더 앞당길 수는 없는 것인가? 고령의 애국지사가 살아생전에 하루라도 더 편안하게 내집에서 휴식할 수 있게 하는 길이 그렇게도 멀고 험하단 말인가!

 

 

올해 들어 광복군으로 활약한 이영수 애국지사를 비롯하여 세 분이 돌아가셔서 생존 애국지사는 11명(국내 9명, 국외 2명)만이 남았다. 지난 4월 11일 97살을 일기로 세상을 뜬  이영수 지사는 경북 고령 출신으로 1944년 10월 광복군 제3지대에 입대하여 일본군 내 한국인 병사들을 광복군으로 끌어들이는 ‘초모(招募)공작’ 임무를 수행했다. 오희옥 지사는 생존 애국지사 가운데 유일한 여성독립운동가다. 

 

살아계셨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뵙고, 그리고 남은 생을 불편하지 않게 모시는 것이 위대한 독립운동가들의 후손 된 우리들의 책무가 아닐까?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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