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아침 거울 앞에 꽃이 핀다

2022.04.23 11:12:57

김태영, <화장>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8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화 장

 

                            - 김 태 영

 

       볼 때마다

       내가 예쁘다는

       사랑 없었다라면

 

       다듬고 가꾼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생각만으로도

       행복의 꽃이 핀다.

 

       봄날 아침

       거울 앞에 꽃이 핀다.

 

 

 

 

“이 조그만 가슴에 서리고 서려 있는 여인의 봄볕 같은 정을 붓끝으로 어떻게 그 마음마저 고스란히 옮겨 놓았느뇨?” 우리가 익히 아는 미인도는 조선 후기의 화가 혜원 신윤복이 그렸는데 화가는 그림을 그려놓고 스스로 감격에 겨워 그림에 이런 글을 적어 놓았다. 사계절출판사에서 나온 《한국생활사박물관 10》에는 “다리(가체)를 구름처럼 얹은머리에 동그랗고 자그마한 얼굴, 둥근 아래턱, 다소곳이 솟은 콧날과 좁고 긴 코, 귀밑으로 하늘거리는 잔털”이라는 표현으로 이 여인은 우리 전통미인의 전형이자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 그 자체라고 평가했다.

 

조선 후기의 현실적 소재를 다룬 이 미인도는 이 방면 으뜸 걸작으로 꼽히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 여인의 전통적 미인상의 한 전형을 보인 작품으로 비단천 먹 채색으로 그린 것이며, 사실적 기법으로 정통초상기법을 따라 머리털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또 윤곽선(쌍선)을 그린 뒤 그 안에 채색하는 구륵법(鉤勒法)의 그림이라고 하는데 화폭은 113.9cm x 45.6cm로 현재 간송미술문화재단에 소장되었다.

 

그런데 여기 또 하나의 미인도가 있다. 바로 윤두서의 손자인 윤용이 그린 미인도가 그것인데 가냘픈 몸매, 길고 가는 목으로는 지탱하기 어려울 것만 같은 얹은머리에 겨드랑이가 살짝 들여다보일 만큼의 길이가 짧은 것은 물론, 꽉 끼는 소매폭의 저고리를 입고 있다. 또 치마는 깡뚱 조여 맴으로써 허리의 잘록함을 강조한데다 폭넓은 항아리 모양에 주름이 많은 치마다. 그리고 치마의 길이는 지나칠 정도로 길어 발을 완전히 덮고 있다. 신윤복 그림에 견주면 특히 지나치게 큰 얹은머리와 극도로 짧은 저고리가 두드러져 보인다.

 

하지만, 이 두 미인도의 주인공은 지금 사람이 보기에는 미인이라고 할만한 얼굴은 아니다. 다만 당시의 사람들이 볼 때 미인이라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이 미인도의 주인공이 살아 있고, 그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미인이라고 생각할 것은 틀림없다. 여기 김태영 시인은 그의 <화장>이라는 시에서 “볼 때마다 / 내가 예쁘다는 / 사랑 없었더라면 / 다듬고 가꾼들 / 무슨 소용이 있으랴”라고 노래한다. 그래서 이 봄날 아침에도 김태영 시인의 집 거울 앞에선 “꽃이 핀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32. 그린오피스텔 306호 | 대표전화 : 02-733-5027 | 팩스 : 02-733-5028 발행·편집인 : 김영조 | 언론사 등록번호 : 서울 아03923 등록일자 : 2015년 | 발행일자 : 2015년 10월 6일 | 사업자등록번호 : 163-10-00275 Copyright © 2013 우리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