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오희옥 지사'

2022.09.29 11:53:32

어제, 유일한 생존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 병문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휠체어에 탄 오희옥 지사를 모시고 병원 뜰로 나오니 어디선가 비둘기 한 무리가 날아든다. 녀석들도 오희옥 지사를 반기는 것일까? 실외 마스크를 벗어도 좋다는 방역 당국의 발표(26일)가 난 뒤 어제(29일) 찾아뵌 오희옥 지사의 표정은 밝았다. 완연한 가을 날씨는 춥지도 덥지도 않아 병원 뜰에서 가족들과 보내는 환자들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연세가 있으시니까 병세가 더 ‘호전되기보다는 현상 유지만이라도’ 하는 마음으로 병문안을 갈 때마다 가슴이 콩닥거린다. 지난번에 영면한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와 동갑(1926년생, 96살)인 오희옥 지사! 뉴스를 보니 여왕은 별세 전날까지 새로운 총리 지명자와 악수를 하는 등 업무를 봤다고 한다. 오희옥 지사도 사실 뇌경색으로 쓰러지기 4년(2018) 전인 92살까지만 해도 건강한 모습으로 각종 광복과 관련된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셨었다.

 

 

나이와 질병에는 그 어떤 장사도 견디기 어려운 법이라지만, 그래도 오희옥 지사는 그동안 강인한 정신력으로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특히 3.1절이나 8.15 광복절이 다가오면 ‘힘내라 대한민국’과 같은 글귀를 손수 써 보이시는가 하면, 한가위와 설 명절 때도 덕담을 써 주셨다.

 

 ‘남은 삶은 고향에서 보내고 싶다’라고 한 오희옥 지사의 바람이 있어, 2018년, 용인시는 그 뜻을 받들어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 일대에 아담한 ‘독립운동가의 집’을 지어 드렸다. 집 지을 땅은 해주오씨 문중에서 제공하고 건물은 용인시민들과 공직자의 모금, 지역 기업체들의 재능기부로 완성된 집이었다. 그러나 새로 지은 집에 입주도 제대로 못 한 채 오희옥 지사는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원삼면 일대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사업부 지로 확정되는 바람에 집이 철거 위기에 놓였다.

 

 

문제는 이 집이 이주대책 대상에서 제외된 채 철거 대상 가옥이 되어 졸지에 퇴원해도 돌아갈 집을 잃어버린 상황에 놓였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안타깝게 여긴 지자체와 기업체, 보훈단체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재건립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경기도 용인시 발표 2022년 1월 14일)

 

“어머니(오희옥 지사)는  속히  집에 가고 싶어하십니다. 그러나 아직 집은 착수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현재 지연되고 있으나  관계자들께서 이의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자식된 도리로 속히 어머니의 바람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어제 병문안 자리에서 아드님인 김흥태 씨는 이렇게 말했다.

 

 

병원 뜰에 나와서,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바라다보고, 흐뭇한 모습으로 비둘기들의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미소짓는 오희옥 지사! 유일한 생존 여성독립운동가의 남은 생을 병원이 아닌 온 가족의 품 안에서 하루라도 속히 보내실 수 있다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병원 문을 나섰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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