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나고 볼품없는 사람이 큰일을 한다

2023.01.14 11:11:46

신경림, <나무 1 – 지리산에서>
[겨레문화와 시마을 122]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나무 1 - 지리산에서

 

                                        - 신 경 림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 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 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한국 전통집들은 백성집으로부터 궁궐에까지 모두 나무집 곧 목조건축이다. 우리 전통 목조건축의 기둥은 ‘원통기둥’, ‘배흘림기둥’, ‘민흘림기둥’의 3가지 모양이 있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고 최순우 선생은 ‘배흘림기둥’ 사무치는 고마움을 얘기할 만큼 아름답다고 얘기했다.

 

여기서 ‘원통기둥’은 기둥머리ㆍ기둥몸ㆍ기둥뿌리의 지름이 모두 같은 기둥을 말한다. 그와는 달리 ‘민흘림기둥’은 기둥머리 지름이 기둥뿌리 지름보다 작게 마름질한 기둥인데 해인사 응진전(應眞殿), 화엄사 각황전(覺皇殿), 수원 화성의 장안문에서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배흘림기둥’은 기둥의 중간 곧 기둥몸이 굵고 위(기둥머리)ㆍ아래(기둥뿌리)로 가면서 점차 가늘게 되어가는 모양의 기둥이다. 배흘림기둥은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無量壽殿)과 강진 무위사 극락전 구례 화엄사 대웅전 같은 데에서 볼 수 있는데 목재의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살린 기둥이다.

 

그렇게 우리 겨레는 못생긴 나무를 버리지 않고 절의 대웅전같이 중요한 건물의 기둥으로 썼다. 여기 신경림 시인은 그의 시 <나무 1 – 지리산에서>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 제 치레하느라 오히려 /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을 나무를 길러본 사람은 안단다. 또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도 안다고 노래한다. 신 시인은 그래서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뽑거나 베어버릴 수밖에 없단다.”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지는 않겠지만 그는 결국 못나고 볼품없는 사람이 큰일을 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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