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배를 띄울 수도, 뒤엎을 수도 있다

2023.04.06 12:18:31

[정운복의 아침시평 152]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군도 민란의 시대'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하정우ㆍ강동원 주연으로

양반과 탐관오리들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조선 철종 때를 배경으로

힘없는 백성의 편이 되어 세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의적 떼를 소재로 한 영화지요.

 

악당을 맡았던 조윤 역의 강동원은 이런 말을 남깁니다.

"너희들 중 타고난 운명을 바꾸기 위해 생을 걸어본 자가 있거든 나서거라."

악역이 멋있어 보이는 경우는 드믄데…. 그 말의 울림이 오래 남습니다.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은 호민론(豪民論)이란 글을 씁니다.

그 글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하지요.

“천하에 두려워할 존재는 오직 백성뿐이다."

 

그는 백성을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첫째는 항민(恒民)으로 고분고분 법을 따르는 백성이고

둘째는 원민(怨民)으로 한탄하고 불평하는 백성이며

셋째가 호민(豪民)으로

자기가 받는 부당한 대우와 사회의 부조리에 도전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선거를 통한 대표를 만들어 준 것은 백성을 잘 보필하기 위함이지

윗자리에서 방자하게 행동하며

메워지지 않을 끝없는 욕심을 채워주려 함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역사를 되돌아보면 왕조 중심의 역사는 있었으되

서민 중심의 역사는 없었습니다.

왕조실록을 만들어 왕에 대한 기록을 꼼꼼히 하였으되

백성이 어떤 옷을 입고 무엇을 먹고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에 관한

관심과 기록은 없습니다.

 

조선 후기에 단원 김홍도나 혜원 신윤복이 위대한 화가로 평가받는 이유는

그림을 잘 그린 이유도 있겠지만 서민의 역사를 잘 표현한 까닭이 큽니다.

 

 

당나라 사관 오긍의 정관정요 '정치의 요체' 편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君舟民水 水能載舟 亦能覆舟(군주민수 수능재주 역능복주)

"군주는 배와 같고 국민은 물과 같으니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엎을 수도 있다."

 

통치자는 백성의 마음을 살펴야 하고

지도자 또한 구성원의 마음을 잘 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운복 칼럼니스트 jwb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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