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표기는 ‘한글20’으로

2023.05.29 12:09:21

[공학박사의 한글 이야기 17]

[우리문화신문=신부용 전 KAIST 교수]  지금까지 현행 외래어표기법은 영어와 중국어 등의 중요한 발음을 변별력 있게 표기하지 못해 외래어표기법을 없애고 언어별로 새로운 ‘외국어표기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각각 10개의 한글 기본자음과 기본모음을 훈민정음의 원리에 따라 합자하여 외국어의 어떤 발음이라도 변별력 있게 표기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글쓴이는 이 20개의 자모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체제의 한글을 ‘한글20’이라 부릅니다.

 

‘한글20’은 무엇인가?

 

이 세상의 모든 수(數)는 0부터 9까지의 10글자로 표현합니다. 이들은 훈민정음의 합자와 마찬가지로 낱자를 합하여 새로운 뜻을 만들어 냅니다. 예를 들어 9를 합자하여 99를 만들면 왼쪽 9는 10이 9개라는 뜻이고 오른쪽 9는 1이 9개라는 뜻입니다. 999의 왼쪽 9는 100이 9개임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한 자리씩 올라감에 따라 단위가 10배씩 올라가는 것을 10진법이라 하지요. 10진법은 글자가 10개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10이라는 숫자는 이렇게 대단합니다.

 

지난 10번째 한글이야기에서 주시경 선생은 한글의 기본자음이 10개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현행 한글자음 14자 가운데서 ㅋ, ㅌ, ㅊ, ㅍ 네 글자는 각각 ㅎ과의 합자로 보고 뺀 것입니다. 곧 ㅋ은 ‘ㄱ+ㅎ’이고, ㅌ은 ‘ㄷ+ㅎ’으로 대치할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기본모음 역시 10개면 됩니다. 이는 글쓴이의 생각입니다. 그 까닭은 비슷합니다. 현행 한글 모음 10개 가운데 ㅑ, ㅕ, ㅛ, ㅠ는 모두 ‘ㅣ’와의 합자로 보아 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ㅑ는 ‘ㅣ+ㅏ’입니다. 대신 ㅐ, ㅔ, ㅚ와 ㆍ(아래 아 혹은 하늘 아) 등 4개의 단모음은 기본모음으로 포함해야 합니다. ㆍ(하늘 아)는 ‘어’도, ‘아’도 아니며 ‘오’도 아닌 소리입니다. 어린아이가 내는 자연의 소리로 보면 됩니다.

 

훈민정음에서는 이를 모음의 기본으로 보았습니다만 지금은 쓰지 않아 글자가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는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어 coffee의 co는 ‘커’로 들리기도 하지만 ‘카’ 또는 ‘코’로도 들립니다. 이 모음이 바로 ㆍ(하늘 아)인 것입니다. 따라서 coffee를 한글로 표기한다면 ’ᄏᆞᅋᅵ‘가 될 것입니다.

 

기본자음과 기본모음은 각각 더 쪼갤 수 없는 음운의 최소 단위입니다. 이를 음소(音素 Phoneme)라 부릅니다. 놀라운 것은 이 20개의 기본자모 이상의 음소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음가들은 이들 음소를 합성하여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대단한 사실입니다. 우연이라 하기에는 너무 신기합니다. 다만 이는 글쓴이의 주장일 뿐 학계의 인정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마치 숫자가 10개로 되어 활용도가 높듯이 자음과 모음이 각각 10개이기 때문에 엄청난 활용도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기본자모가 모두 20개인 문자 체제를 ’한글20‘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아래 표는 이들 기본자모의 번호를 보입니다. 이들 번호는 순서를 나타내지만 각각 자모를 대신하는 기호로도 쓸 수 있습니다.

 

 

지난번 이야기에서 영어의 f는 ’o+ㅍ‘, 중국어의 권설음 sh는 ’ㅅ+ㄹ‘로 표기했던 것을 상기하실 것입니다. 이렇게 합자를 허용하면 거의 무한한 수의 발음 표기가 가능해집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훈민정음에서는 ㅩ, ㅫ 등 세 자리의 합자도 썼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외국어 발음을 구별하여 표기하려면 이러한 글자들도 사용하여야 할지 모릅니다. 따라서 앞으로 ’한글20‘이 자유롭게 합자를 써서 외국어를 표기하도록 허용하여야 할 것입니다.

 

재론하지만 ’한글20‘은 외국어 표기를 위한 제안일 뿐입니다. 한국어는 현행 한글 자모 24자로 표기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어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한글20‘의 활용가능성

 

한글20의 가장 중요한 활용처는 당연히 외국어 발음표기입니다. 이 밖에도 자음과 모음이 각 10자라는 기적같은 사실은 컴퓨터 시대에 무한한 응용 가능성을 열어 줍니다. 특히 한글로 쓴 문서를 위 표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0부터 9까지의 숫자로 대체할 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은 아래와 같이 수치화됩니다.

 

대한민국 = 3.7/ 9.2.2/ 5.1.2/ 1.6.1

 

모음은 빨간색으로 구별하고 음절은 / 로 분리시켰습니다. 그리고 초ㆍ중ㆍ종성을 점으로 구분하였습니다. 곧 초성자음 다음에 점을 찍으면 다음 자는 모음이고 모음자 다음에 점이 있으면 종성자음이 옵니다. 합자는 두자리 수로 나타납니다. 아래 표에 사용 예를 보입니다.

 

 

위 수치화에서 영어의 ’I’ 는 한글로는 ‘아이’ 로 표기되어 0.2/0.1 두 음절이 됩니다. 그러나 초성 ‘ㅇ’은 음가가 없으므로 0.21 한 음절로 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한글 문서는 간단히 수치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글은 어떤 언어라도 말소리를 표기하므로 인간의 말소리는 다 수치화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결국 ‘한글20’은 인류의 말소리를 글자로, 글자를 숫자로 전환시켜 주는 엄청난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을 발전시키면 글자를 보지 못하거나 말을 못하는 장애인도 말을 하고 글자를 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학문을 ‘한글공학’이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한글공학에 대해 좀더 이야기하겠습니다.

 

신부용 전 KAIST 교수 by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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