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문자 변화와 ‘한글20’의 가능성

  • 등록 2023.06.19 12: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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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박사의 한글 이야기 20]

[우리문화신문=신부용 전 KAIST 교수]  몽골은 우리에게 매우 특별한 나라입니다. 길거리에서 몽골인을 만나면 마치 고향 사람이라도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됩니다. 우리를 정복했던 역사가 있지만 피차 불편한 마음이 없는 것이 이상할 정도입니다. 몽골이 우리에게 특별하듯 우리 역시 그들에게 특별한 나라일 것입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몽골을 방문한 한국인이 10만 명을 넘어 러시아, 중국 다음으로 많았으며 현재 국내 체류 몽골인이 4만 명에 달해 그들 인구의 1%가 넘습니다.

 

이미 한국을 다녀가 우리와 친숙해 있는 인구의 비율은 이보다 더 많을 것입니다. 몽골은 땅이 넓고 사람이 귀한 대신 우리는 그 반대라 서로 바꿀 일이 많을 것입니다.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 러시아와 중국이 좀 더 개방된다면 아래 그림처럼 몽골과 카자흐스탄을 통과하여 이스탄불과 서울을 잇는 통로가 열릴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는 동서양이 육로로 연결되는 세계사적인 사건으로 우리에게 엄청난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몽골은 어떤 나라인가?

 

몽골은 칭기즈칸의 나라입니다. 칭기즈칸의 원나라가 쇠퇴하여 1552년에는 고향 땅인 몽골지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다시 청나라에게 나라를 뺏긴 후 우여곡절 끝에 1924년 몽골인민공화국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남쪽 절반은 중국의 자치구로 남아 내몽골이라 부릅니다.

 

몽골의 면적은 156만 평방m로 한국의 15배나 되지만 인구는 350만 명에 불과해 우리의 1/15이고 내몽골의 인구는 250만이지만 이중 몽골인은 20%도 안 됩니다. 중국은 내몽골을 동화시키기 위해 2017년부터 언어문학, 도덕과 법, 그리고 역사의 세 과목은 중국어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정부가 바뀌지 않는 한 몽골의 남북통일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몽골문자 변천의 역사

 

몽골은 6세기부터 13세기까지 고대 터키문자를 썼습니다. 위로부터 아래로 쓰는 것이 특징인 이 문자는 몽골의 오르콘 계곡에서 유적이 발견되어 오르콘 문자라고도 합니다. 13세기 초 칭기즈칸이 몽골제국을 일으킨 뒤 약 100년 동안은 위구르 문자를 약간 수정하여 썼는데 오르콘 문자보다 다소 둥글둥글한 글씨체였습니다. 이 문자로 몽골비사(The Secrete History of the Mongols) 등 몽골의 역사서들이 쓰여 있습니다. 이 문자가 몽골의 ‘전통문자’이며 내몽골에서도 소수민족어 문자로 쓰이고 있습니다.

 

1265년 몽골제국의 쿠빌라이 칸은 국사 ᅋᅡᆨ스파(Phags-pa)에게 명해 제국을 위한 새로운 문자를 만들게 하여 원나라의 공식문자로 사용하였습니다. 이 문자는 한자와 티베트문자, 위그르문자를 기본으로 만들었으며 몽골어뿐 아니라 티베트어와 중국어까지 기록하도록 했습니다. ᅋᅡᆨ스파 문자는 일부 글자의 모양과 발음까지도 한글과 비슷한 점이 있어 훈민정음이 이 문자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ᅋᅡᆨ스파 문자는 1,368년 원이 망하자 사라지고 몽골은 다시 전통문자로 돌아갔습니다.

 

몽골인민공화국은 애초 소련의 중재로 청나라로부터 독립되어 설립되었습니다. 그 뒤 소련의 영향이 강해져 1941년 크릴문자가 도입되어 몽골문자를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 3월 몽골정부는 몽골문자와 크릴문자를 병행하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한편 젊은 세대들, 특히 대학생들은 라틴알파벳을 통해 정보통신과 온라인 승강장(플랫폼)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영어와 라틴알파벳의 범람에 대해 고유의 문화가 잠식된다는 우려와 함께 반대로 적극적으로 영어를 통해 현대문명을 받아들여 세계와 경쟁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몽골은 주변 여건의 변화에 따라 터키문자로부터 시작하여 위그르 계통의 몽골문자, ᅋᅡᆨ스파, 키릴문자 등을 채택해 왔으며 현대에 들어서서는 라틴 알파벳의 사용이 늘어나고 있어 국가의 문자체계가 복잡하게 전개되어 왔다고 할 것입니다.

 

 

 

몽골의 문자 변천이 시사하는 것

 

위에서 몽골의 문자가 여러 번 바뀌었다는 사실을 보았습니다. 이로부터 중요한 교훈을 얻습니다. 곧 이유가 있는 한 문자의 채택이나 일부 변경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는 문자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말을 기록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말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그 표기방식을 바꾸는 것은 충분한 이유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로부터 우리도 충분한 이유가 있으면 외래어표기법을 얼마든지 바꾸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글20’의 가능성

 

어쨌거나 몽골은 현재 전통적인 몽골문자, 키릴문자, 그리고 비공식적으로는 라틴 알파벳까지 쓰는 혼동 속에 있습니다. 교육이나 출판, 그리고 생활에서 혼돈을 겪는 일이 많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인구가 350만이라면 그리 큰 언어시장은 아닙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비하는 연구인력도 충분치 못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다른 나라의 일에 우리가 지나친 관심을 가질 까닭은 없습니다만 몽골은 우리에게 특별한 나라입니다. 앞으로 더욱 돈독한 관계를 위하여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도움이 가능하면 도와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글20’은 여러 문자 간에 다리를 놔주기에 적합합니다. 말은 소리로 이루어지는데 ‘한글20’은 20개의 자모로 소리를 매우 정확히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한글20’을 활용하여 이 특별한 나라의 국민이 문자로 받는 어려움을 기술적으로 도와주는 방법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볼 만합니다. 예를 들어 발음만 알면, 말소리로 혹은 ‘한글20’으로 입력하여 몽골문자든 키릴문자든 아니면 라틴문자로 어떻게 표기하는지를 보여주는 앱을 만들어 준다면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

 

 

신부용 전 KAIST 교수 byt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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