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범피중류 등덩둥덩 떠나간다. 망망헌 창해이며 탕탕헌 물결이라.
백빈주 갈매기는 홍요안으로 날아들고, 삼강의 기러기는 한수로
돌아든다. 요량헌 남은 소래, 어적이언마는 곡종인불견에 수봉만
푸르렀다. 애내성중만고수난 날로 두고 이름이라.”
위는 판소리 <심청가> 가운데 ‘범피중류’ 대목 일부입니다. 이 부분은 심청이가 아버지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 석에 몸이 팔려 배를 타고 임당수로 가며 좌우의 산천경개를 읊는 부분이지요. 느린 진양 장단 위에 얹어 부르는 그 사설이나 가락이 일품이어서 많은 사람이 즐겨 듣고 있고 또한 부르는 대목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이 부분은 가락이 멋스럽고 흥청거리는 대목으로 88서울 올림픽 개막식에서 김소희 명창 외 여러 명이 배를 타고 불러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사설이 다소 생소하고 어려운데, 우선 ‘범피중류(泛彼中流)’라는 말은 배가 바다 한가운데로 떠가는 모습을 표현한 말입니다. 또 하얀꽃이 피어 있는 섬 ‘백빈주(白蘋洲)’의 ‘홍요안’이라고 하는 언덕으로 날아드는 갈매기들이 있으며, ‘삼강(三江)’의 기러기가 한수(漢水), 곧 양자강의 지류로 돌아들고, 어부들이 부는 맑은 피리소리 곧 ‘어적(漁笛)’이 끝났으니, 사람은 보이지 않고, 강물 위에 몇 개의 산봉오리(수봉, 數峯)만 푸르다고 노래합니다. 이어서 나오는 ‘애내성중만고수(欸乃聲中萬古愁)’는 한숨 속에 만고의 근심이 들어있다는 말로 심청 자신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이 <범피중류>는 ‘수궁가‘ 가운데 별주부가 토끼를 꾀어 등에 업고 용궁으로 들어가는 장면에도 들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