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와 검사, 무엇이 다를까?

  • 등록 2024.05.03 10:39:57
크게보기

무심거사의 중편소설 <열번 찍어도> 14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그렇다면 교수라는 직업은 어떠한가? 우선 ‘사’자가 붙지 않았으니 돈 잘 벌고 인기 있는 직종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경제학의 이론을 빌면 수요 공급에 따라 값이 형성된다. 교수 자리는 매우 제한되어 있는데, 최근에 교수를 지망하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아졌다. 당연히 학교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봉급을 많이 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교수봉급은 예전에 견줘 나빠졌다. 최근에는 계약제다 연봉제다 해서 교수 사회에도 경쟁이 도입되고 경쟁에 따른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들은 흔히 대학교수들은 정년이 65살이어서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생각이다. 일반 직장은 대학을 졸업한 뒤에 바로 들어갈 수 있지만, 대학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석사 2년과 박사과정 최소 3년을 더 투자하여야 한다. 남들보다 5년 동안 돈과 시간을 더 투입하고서 교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정년 퇴직은 다른 직장보다 늦지만, 대신 진입 시기가 늦으므로 근무한 연수로 계산해 보면 결국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자기가 얼마 전에 제주도 학회에 갔다가 들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학회 행사를 마치고 그날 밤 제주대 교수의 안내로 술집에 갔었다. 그 술집의 마담이 그럴듯한 용모와 유머를 갖춘 미인이었는데, 제주에서는 유명한 마담이란다. 그 집에는 단골손님으로서 법조인과 교수들이 자주 온다고 한다. 그 마담은 특히 검사와 교수를 견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더란다. 그 마담은 교수들이 오면 대접을 잘해주고 싶은 생각이 난단다. 왜 그러느냐는 이유가 재미있다.

 

교수와 검사의 공통점은 고등학교 다닐 때 공부를 아주 잘했다는 점이다. 그 뒤 일류 대학 졸업하고 20년 뒤에 살펴보니 차이점이 나타났다. 교수와 검사의 차이점은 술집에 오면 교수는 하나같이 모두 자기 지갑에서 술값을 내는데, 검사는 자기 지갑에서 술값을 내는 것을 못 보았다는 것이다. 검사가 지갑을 꺼내기도 전에 술좌석의 누구인가가 이미 술값을 냈기 때문에 검사가 술값을 내는 모습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담은 불쌍한(?) 교수가 오면 서비스 안주도 많이 주고 잘해주고 싶은 생각이 난다는 이야기다.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술자리가 깊어지고, 어느 정도 취기가 올라온 김 교수가 말했다.

“미스 최, 너는 내가 어떠니? 좋으니?”

“오빠가 잘 아시잖아요. 내가 오빠 좋아하는 거.”

“그래 나도 네가 좋다. 그런데 ... 나는 ... 너를 오래도록 사귀고 싶다.”

 

잠시 침묵을 지키며 김 교수를 빤히 쳐다보더니 미스 최가 놀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오빠. 정말 마음에 드네요. 그런 말은 처음 들어요.”

미스 최의 설명인즉 술집에서 “네가 예쁘다” 또는 “네가 좋다”는 말은 모든 남자가 공통으로 한단다. 그리고 “네가 좋다”는 말 다음에는 그러니까 “2차 가자”라는 말로 이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오래도록 사귀고 싶다”라는 말을 한 사람은 아직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직장인이 술집 아가씨를 오래 사귀어서 무슨 좋은 일이 일어나겠는가? 만나다 보면 돈이 들 것은 뻔하고, 심하면 가정 파탄이 일어나는

일 말고 무슨 좋은 일이 있을 것인가? 오래 사귄다는 것은 위험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김 교수는 오래 사귀자고 했으니, 아가씨가 놀랐던 것이다. 김 교수의 모험은 어디까지 펼쳐질 것인가?

 

일행은 노래도 몇 곡 불렀다. 김 교수가 미스 최에게 무슨 노래를 제일 좋아하느냐고 물으니, 최성수의 ‘후인’을 좋아한단다. 최성수의 노래를 좋아하는 김 교수이지만 후인이라는 노래는 생소한 제목이다. 김 교수는 무슨 노래인지 테이프를 사서 한 번 들어보겠다고 약속했다.

 

즐거운 시간은 빨리 가는 법이다. 술잔과 농담을 주고받다 보니 밤 12시가 되었다. 교수들의 지갑이 가볍다는 것은 서로가 잘 알기 때문에 세 남자는 아가씨 팁을 각자 해결하기로 했다. 김 교수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흰 봉투를 꺼내어 미스 최에게 주면서 말했다. “이것도 팁이 아니고 미리 주는 재료비이다. 언제 한 번 집으로 초대해.”

 

두 사람은 ㅇ 교수에게 “잘 먹었다”, “다음에는 내가 한 잔 사겠다”라는 등의 의례적인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헤어졌다. 미스 최는 입구까지 따라 나왔다.

“오빠, 차는 어떻게 했어요?”

“응, 너하고 헤어진 뒤 집에 가서 주차해 놓고 택시 타고 왔어.”

“아, 그러셨구나! 오빠, 고마워요!”

“고맙기는. 내가 오히려 고맙다. 오늘 너하고 참 즐거웠다. 안녕!”

 

(계속)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muusim2222@daum.net
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32. 그린오피스텔 306호 | 대표전화 : 02-733-5027 | 팩스 : 02-733-5028 발행·편집인 : 김영조 | 언론사 등록번호 : 서울 아03923 등록일자 : 2015년 | 발행일자 : 2015년 10월 6일 | 사업자등록번호 : 163-10-00275 Copyright © 2013 우리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