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좋아하는 노래는 나도 배우겠다

2024.06.28 11:30:26

무심거사의 중편소설 <열 번 찍어도> 22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미스 최는 그날 매우 화려한 털 코트를 입고 나왔다. 김 교수는 서양 풍습대로 아가씨가 코트를 벗는 것을 도와주었다. 코트 안에 미스 최는 초미니스커트와 가슴이 많이 파인 얇은 옷을 입고 있었다. 김 교수는 눈을 둘 데가 마땅치 않은 불안한 모습이었다. 상대방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하지만 눈길이 자꾸 가슴 쪽으로 내려감을 감출 수 없었다. 아가씨가 눈치를 채고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오빠, 오늘 옷이 너무 야하지요?”

“야하기는 예쁜 걸 뭐.”

“대개는 옷을 보스에 두고 다니는데, 집에 가져왔어요.”

“왜?”

“오빠, 나 이제 보스에 안 나갈 것 같아요.”

“왜,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니?”

“제가 잘 아는 전무님이 계시는데, 명퇴하고서 술집을 개업했어요. 저보고 몇 달만 도와달라고 해서 오늘부터는 그쪽으로 나가려고 해요.”

“그 전무하고는 어떤 사이인데?”

“오빠, 질투하는가 봐. 자주 오시던 손님이에요.”

“질투는 무슨 질투? 너에게 좋은 사람 생기면 그건 나에게도 좋은 일이지.”

 

두 사람은 전처럼 피자를 시켜 먹었다. 메뉴판을 보니 전통차로서 국화차가 다이어트에 좋다고 쓰여 있다. 차를 마신다고 무슨 다이어트가 될까? 모두 상술일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국화차를 시켰다. 요즘 사람들은 왜들 그리 많이 먹고 살을 찌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살을 찌워놓고 살 빼는 방법이라면 무슨 짓이든지 가리지 않는다. 살 빠지는 약, 살 빠지는 운동, 살 빠지는 체조, 살 빠지는 반창고, 살 빠지는 식품, 등등.

 

가장 우스운 것은 입고 있으면 살이 빠진다는 블라우스 광고다. 초등학교에서 자연 과목을 제대로 배운 사람이라면 속지 않으련만 버젓이 신문에 광고까지 나오는 것을 보니, 블라우스를 입으면 살이 빠진다는 것을 믿는 사람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모든 사람이 김 교수처럼 과학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살아가지는 않는 것이다.

 

차를 마시면서 아가씨가 다정스러운 눈빛으로 김 교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빠. 법정스님의 《무소유》 책도 다 읽었어요. 참 좋은 책이던데요.”

“그래? 너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구나.”

“사실은 2년 전에 방통대 국문과에 다니다가 중퇴했어요.”

“무슨 일이 있었나?”

“1년은 그런대로 다녔는데,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었어요.”

“일단 시작했으면 끝을 보아야지. 거 있잖아.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감만 못하다고.

다시 시작하여 끝을 내도록 해라. 내가 도와 줄 게.”

“말씀은 고마워요. 오빠. 그러나 다시 시작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오빠, 요즘 속담은 이렇다는데요. 가다가 중지하면 간만큼 남는다.”

“그런 속담이 있었어? 하하하, 재미있네. 싫으면 할 수 없지.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라. 속된 말로 배워서 남 주니? 그 이야기는 이쯤 해 두자. 그런데 네가 좋아하는 노래는 무엇이니?”

 

“진시몬의 ‘애수’라는 노래를 좋아해요.”

“진시몬? 진시몬이라는 사람이 한국사람이냐?”

“네, 오빠. 신곡이에요.”

“어떻게 시작하는데?”

“‘아직도 모르겠어~~ 난 정말 ... 꿈이라 생각해야~~ 하는지 ...’ 이렇게 시작되지요.”

“그래? 미스 최, 나는 너의 그런 모습이 좋다.”

“뭐가요?”

“그렇게 꾸준히 새로운 곡을 배우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 말이다.”

“아이고, 술집에서 먹고 살려면 신곡을 배워야지요. 구닥다리 노래만 하면 인기가 없어요.”

“네가 좋아하는 노래라면 내가 꼭 배우지. 테프가 나왔겠지?”

“그럴 거예요. 오빠.”

 

 

(계속)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muusim22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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