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네 킨사쿠의 《교토의 명정원(京の名庭)》

  • 등록 2024.07.20 11: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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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원의 으뜸 학자
<이윤옥의 일본어 서재> 4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학생시절부터 교토의 명원(名園)에 매료된 나는 이후 교토로 이사 와서 산 지 30년이 지났다. 이 30년 동안 나는 금각사정원(金閣寺庭園), 은각사정원(銀閣寺庭園), 서방사정원(西芳寺庭園), 삼보원정원(三宝院庭園) 등을 비롯해 교토의 거의 모든 명원의 보수 및 수리를 담당해 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 정원의 미적 감각이나 예술성을 모두 익히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지금, 일본의 문화는 방향성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는 느낌이다. 다시 한번 과거의 일본문화를 되돌아볼 필요를 절실히 느끼는 지금이야말로 명원을 거닐며 깊은 감상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이는 《京の名庭(교토의 명정원, 1963)》을 쓴 나카네 킨사쿠 교수의 말이다. 일본 책이름의 《京の名庭》에서 필자는 ‘京’을 교토라고 번역했다. 그렇다. 일본에서 ‘京’은 천년고도 교토(京都)를 가리킨다. 이 말은 단순히  과거의 수도 교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京)자를 붙인, 경요리(京料理), 경과자(京果子), 경정(京庭)이라는 말은 ‘일본 전통의 자부심’이라는 으뜸 멋과, 맛과 미를 일컫는 것이다.

 

 

 

나카네 킨사쿠(中根金作, 1917~1995) 교수는 동경농업대학을 졸업하고 오사카예술대학교수를 역임했으며 일본 으뜸 원예학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나카네 킨사쿠 교수의 정원 작품으로는 교토시 성남궁(城南宮, 신사) 내의 약수원(楽水苑), 교토시 다이조인(退蔵院) 내의 여향원(余香園), 오사카 다이센정원(大仙庭園), 시마네현 아다치미술관정원(足立美術館庭園), 하와이호놀루루기념공원 내의 일본정원, 보스톤미술관 내의 천심원(天心園), 싱가폴 일본정원 설계 등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300여 곳의 정원을 설계했다.

 

나카네 킨사쿠는 《京の名庭》(교토의 명정원)에서 “일본의 정원 형식을 생각할 때, 차(茶)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을 만큼 밀접한 관계가 있다”라고 했다. 고요한 정원의 작은 암자에서 마시는 차 한 잔의 여유를 나카네 킨사쿠 교수는 근세의 무장(武將)들 그리고 귀족들 부호들 사이에서 경쟁적으로 유행했다고 지적했다. 말하자면 차와 정원은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원이 받쳐주어야 차맛이 나고 차가 있어야 비로소 정원의 나무와 풀과 꽃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의 정원에서 느끼는 감정은 ‘고요함’ 내지는 ‘한적함’의 정서를 들 수 있다. 교토의 용안사 정원이 그렇고 대덕사 정원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다. 용안사나 대덕사의 정원을 흔히 고산수(枯山水, 가레산스이)라고 한다. 고산수란 물을 이용하지 않고 바위나 모래 등으로 산수(山水)를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요즘은 한국인들이 투어로 교토 방문을 할 때 용안사를 거의 필수 코스로 집어넣기도 한다. 물론 금각사의 정원은 용안사의 고산수와는 또 다르다. 오사카나 나라 등지에서는 맛볼 수 없는 교토 만의 정서를 꼽는다면 단연 '정원 문화'다. 혹시 교토에 갈 일이 있다면 ‘교토의 명정원’을 인터넷에서 검색한 뒤  한번 찾아가 보는 것도 '京'을 이해하는 한 방편일 것이다.

 

*《京の名庭》(교토의 명정원), 1976년판 (초판 1963),  中根金作 지음, 保育社. 680엔에 사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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