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것을 자처한 ‘김민기’ 세상을 뜨다

  • 등록 2024.07.27 11: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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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작은 연못>
[겨레문화와 시마을 19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작은 연못

 

                                                              - 김민기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아침이슬, 상록수, 작은 연못, 내나라 내겨레, 공장의 불빛, 친구, 봉우리, 늙은 군인의 노래 등 수많은 명곡을 세상에 남긴 김민기는 지난 7월 21일 73살 삶을 내려놓고 영면에 들었다. 지난 4월 SBS스페셜 3부작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다큐를 보면서 존경의 마음을 금할 수 없었던 김민기가 세상을 뜬 것이다. 조승우, 설경구, 황정민 등 유명 영화배우와 김광석 같은 전설적인 가수를 키워낸 김민기는 대학로 학전을 운영하면서 늘 ‘뒷것’을 자처했다. 그는 연극계에 처음 계약서를 도입하고 수입을 공개한 다음 일일이 배우들과 제작진들에게 고마움을 담아 월급을 주었음은 물론 배고팠던 배우들의 밥을 꼭 챙겼다는데 배우들은 앞것, 자기는 앞것들의 뒤를 채워주는 뒷것임을 늘 강조했다.

 

김남주 시인의 산문집에는 "할아버지, 따먹을 사람도 없는 것 같은데 이런 산중에다 감나무는 뭣 하러 심어요?“라고 묻는 이에게 ”내 입만 입인감? 아무라도 와서 따먹으면 그만이제“라고 했다지 않은가? 이웃과 더불어 살 때 나도 행복해지는 것임을 김남주 시인은 알고 있었다. 고 노회찬 의원이 꼽은 ‘내 인생의 한마디’는 신영복 선생이 말한 ‘함께 맞는 비’였는데 우산을 왜 안 쓰느냐고 훈수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또 단지 우산만 들어주고 끝나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눈물 흘리며 함께 비를 맞는 사람이 소중하다는 뜻이었다.

 

여기 김민기는 자기가 작사한 노래 <작은 연못>에서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라고 읊조린다. 세상은 더불어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며, 서로 싸움을 그치지 않는다면 결국은 함께 죽는 길임을 가르쳐주고 있다. 세상에 보이는 삶을 살지 않은 뒷것이었지만, 이 시대의 큰 어른이었던 김민기는 그렇게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하는 삶을 살고 갔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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