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부채질할 트럼프의 행정명령

  • 등록 2025.01.24 11: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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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109]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바이든 행정부가 실시하고 있던 행정명령 78개를 무력화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미국 대통령이 정책을 신속하게 실현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다. 행정명령은 의회의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효력을 갖는데, 미국 헌법 제2조의 '행정권은 대통령에게 속한다'라는 조항에 근거를 두고 있다. 행정명령은 주로 연방 정부기관의 운영을 지시하거나 기존 법률을 구체화하는 데 사용된다.

 

바이든 정부의 중요 정책들을 무력화시킨 트럼프의 행정명령 가운데는 파리기후협약 탈퇴가 포함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 직후 성명을 통해 “파리기후협약은 불공정하고 일방적인 강도질”이라며 “미국은 중국이 오염 물질을 마음대로 배출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기업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자가 보기에는 매우 유감스러운 결정이다.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기후 위기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염려된다.

 

파리기후협약은 산업 혁명 이후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면서 대기의 기온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한 국제 협약이다. 2015년에 프랑스의 파리에 196개 나라 대표가 모여서 금세기 말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억제하자는 장기 목표에 합의하였다.

 

파리 협약에서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모든 나라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주: 탄소제로라고도 말한다. 한 나라 영토 내에서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숲에서 모두 흡수하여 이산화탄소 순발생량이 0이 되는 상태를 의미함)을 달성하자고 제안하였다. 유럽과 북미의 나라들은 모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12월에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였다.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임은 이산화탄소의 발생량과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인구(2023년 기준 14억 1천만 명)가 워낙 많아서 1인당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적지만 총량으로 계산하면 세계 제1위의 이산화탄소를 발생하는 나라다. 앞에서 인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약이 불공정하다”라는 발언은 중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추측된다.

 

중국의 입장은 어떠한가? 중국은 2020년 2월에 시진핑 주석이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선진 국가들의 탄소중립 목표연도 2050년보다 10년이나 늦다. 중국은 산업화가 늦었기 때문에 국민소득(2023년 기준 1인당 GDP 12,600달러)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인 이후에 탄소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산업 혁명 이후 각국에서 발생시킨 이산화탄소의 누적량을 계산하면 중국은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적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사실 일리가 있으며 산업화를 일찍 달성한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선진 국가들이 부정하기 어렵다.

 

미국은 부자 나라(2023년 기준 1인당 GDP 76,000달러)이지만 인구(2023년 기준 3억 4천만 명)는 중국의 1/5에 불과하여, 세계에서 두 번째의 이산화탄소 발생 국가이다. 미국은 2016년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 파리기후협약에 가입하였으나 2017년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에 파리협약에서 탈퇴하였다. 2021년에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파리협약에 재가입하였는데, 이번에 트럼프가 취임하자 다시 탈퇴를 선언한 것이다. 대통령에 따라서 온실가스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다.

 

인도는 세계에서 3번째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다. 2023년 기준 인도의 인구는 14억 3천만 명으로 세계 제1위의 인구 대국이다. 그렇지만 인도는 국민소득(2023년 기준 2,500달러) 수준이 매우 낮은 저개발 국가다. 인도의 모디 총리는 선진국들보다 20년이나 늦은 207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2021년 11월에 선언하였다. 인도의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다. 인도의 1인당 국민소득은 중국과 견주어서 1/5, 미국과 비교하면 1/30에 불과해서 환경보호보다는 경제발전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러시아는 세계 제4위의 이산화탄소 배출 국가다. 러시아의 1인당 GDP는 13,500달러로서 중국보다는 약간 높지만, 미국과 비교하면 1/7 수준이다. 그동안 러시아는 지구온난화를 인정하지 않고 파리기후협약에 대해서도 소극적으로 대응하였다. 그러나 국토 면적의 65%를 차지하는 시베리아 동토지대가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녹으면 건물, 도로, 송유관 등 사회기반시설이 엄청난 피해를 볼 것이라는 연구가 발표되자 뒤늦게 파리협약에 동참하였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2021년에 발표하였다.

 

이처럼 이산화탄소를 많이 발생시키는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를 포함하는 4개 국가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합하면 세계 전체 발생량의 약 54%를 차지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들 나라들 가운데 어느 나라도 이산화탄소 감축에 적극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정치 지도자들은 자국의 경제발전이 지구의 온난화 방지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트럼프가 취임하면서 공언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불행하게도 지구온난화를 가속하게 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염려된다.

 

미국이 파리협약에서 탈퇴하면 어떠한 영향이 나타날까? 미국이 파리협약에서 발을 빼면 다른 나라들도 지구온난화 대응 노력이 약해질 것이고, 미국은 석유와 원자력을 더욱 개발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며 재생에너지 산업은 위축될 것이다. 머지않아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나 원자력보다 더 값싼 에너지원이 된다면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2024년은 지구 관측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한해로 기록되었다. 세계기상기구(WMO) 발표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이 1.6도 상승하였다. (주: 산업화 이전 기온은 1850년부터 1900년까지의 평균 기온을 기준으로 하는데 섭씨 13.7도이다.) 국제사회가 설정한 ‘상승폭 섭씨 1.5도’ 방어선이 처음으로 무너졌다.

 

2024년에 지구촌 곳곳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이 나타났다. 스페인과 케냐에서는 대홍수로 수백 명이 죽었다. 필리핀에서는 대형 사이클론과 태풍이 발생했다. 남미 여러 지역은 가뭄과 산불로 고통을 받았다. 미국과 캐나다도 산불로 엄청난 재난을 겪었다.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인 스위스리는 2024년에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3,100억 달러(약444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다.

 

2025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재난이 발생할 것은 자명하다.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이웃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후 위기로 인한 영향이 곳곳에서 나타날 것이다. 계엄과 탄핵 사태로 어수선한 와중에서도 2025년 1월 16일, 한정애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기후위기대응환경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하면서 발족식을 개최하였다.

 

 

한정애 국회의원은 부산대학교 환경공학과를 졸업하고 석사 박사 학위까지 마친 환경전문가다.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국회에서 좋은 정책을 만들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muusim22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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