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는 로힝야족이 많이 삽니다. 이들은 미얀마 대부분의 종족과는 다른 인도아리안계 민족입니다. 원래 이들은 방글라데시에 살던 민족인데, 이 지역을 지배하던 영국이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끌어들였지요. 민족적으로 전혀 다르고 종교도 이슬람교를 믿으니, 이들은 민족 갈등의 원인이 되어왔습니다. 그러나 영국이 지배할 때는 잠재되어 있던 갈등이 영국이 물러나면서 터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미얀마의 군인 네윈이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장기집권으로 들어가면서 이들에 대한 탄압은 가중됩니다. 그리하여 2012년 폭동이 일어나 로힝야족 마을이 습격당하고 학살이 일어나면서 수십만의 난민이 발생합니다. 이러니 이에 대한 반발로 로힝야족에서도 분리주의 반군(ARSA)이 활동하고 이들의 공격으로 미얀마 군인들이 죽는 사건도 일어납니다.

이에 따라 2017년 대규모 로힝야족 집단 살해가 발생하는데, 여기에 페이스북이 가담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의아하게 여기실 분들이 많을 텐데, 결과적으로 페이스북이 가담했다고까지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도 로힝야족 분리주의 반군의 공격이 있었는데, 극단적인 불교 승려 위라투가 로힝야족을 멸절시켜야 한다는 자극적인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 글이 페이스북 알고리즘을 타고 미얀마 전역에 급속도로 퍼지고,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더욱 폭력적인 글들이 페이스북에 올라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로힝야족을 죽여야 한다는 주장이 페이스북을 타고 미얀마 전역을 휩쓸었습니다. 게다가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들이 주도하는 음모론이 페이스북을 타고 퍼집니다. 음로론의 내용은 대부분의 로힝야족이 미얀마 국민이 아니며 최근 반불교 성전(聖戰)을 주도하기 위해 방글라데시에서 미얀마로 들어온 이민자라는 것이지요.
그리하여 이게 실제 폭력으로 나아가면서 로힝야족 집단 살해가 발생한 것입니다. 당시 미얀마인들 대부분이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였기에, 이런 자극적인 주장이 순식간에 미얀마를 덮은 것이지요. 그런데 페이스북은 단지 뉴스가 소비될 수 있는 장터만 제공한 것으로 ,그런 페이스북을 집단 살해에 가담하였다고 하는 것은 너무 나아간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된 것이 페이스북 알고리즘입니다.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자극적인 내용, 분노를 유발하는 내용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알고리즘 설계를 새로 합니다. 곧, 살인ㆍ폭력을 선동하는 것 같은 자극적인 글들이 알고리즘을 통하여 더 많은 미얀마인 사람이 볼 수 있게끔 알고리즘 설계를 한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로힝야족에 대한 폭행, 살인, 강간사건이 인종 청소 수준으로 일어나면서 수많은 로힝야족이 살해되었습니다.
유발 하라리는 이 사건은 비인간 지능이 내린 결정 때문에 일어난 사상 첫 민족 청소운동이라고까지 말합니다.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알고리즘은 이젠 단순히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추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2020년대 초반에 이미 알고리즘은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스스로 생성하는 단계로 옮겨갔다고 합니다. 으~~몸이 으스스해지는군요.
한편, 이러한 알고리즘은 정상적인 뉴스채널을 압사시킵니다. 페이스북은 2016년 미얀마에서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클릭, 조회수의 양에 따라 뉴스채널에 비용을 지불하는 인스턴트 아티클을 도입하였습니다. 그런데 2015년에는 참여도 높은 뉴스 채널 10개 가운데는 과반수가 넘는 6개 매체가 합법적 매체였는데, 2016년 인스턴트 아티클을 도입하고 난 이후 2017년에는 합법적 매체가 2개로 줄어들었고, 2018년에는 하나도 생존하지 못하였습니다.
페이스북은 이 때문에 거액의 소송을 당하기도 하였는데, 장사꾼이 손쉬운 돈벌이 방법을 포기할까요? 현재 유튜브도 이러한 알고리즘에 대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이젠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을 민간기업의 자율에만 맡겨놓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들은 국가의 장벽을 넘어 전 세계를 순식간에 돌고 있으니, 한 국가가 나서는 것도 부족합니다. 뭔가 국제적인 연대와 대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미얀마 사태는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진실에는 별 관심이 없는 유튜버들이 만들어내는 자극적인 가짜뉴스에 대통령까지 포섭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정치에 별 관심이 없던 2030 청년들이 이런 자극적인 유튜브에 노출되고 알고리즘을 통하여 이런 자극적인 유튜브를 자꾸 소비하면서 극우전사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아스팔트 우파에서는 별로 볼 수 없었던 젊은이들이 요즘 아스팔트 우파에 많이 보이는 것이 그때보다 훨씬 더 이런 자극적인 유튜버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도 끝내는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법원 난입 폭력까지 발생한 것입니다.
예루살렘히브리대학교 유발 하라리 교수는 현재 우리는 미래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위험에 놓여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지금 이질적인 지능의 결정과 목표를 따르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정보 네트워크가 등장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우리가 이 네트워크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언제 가장자리로 밀려날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합니다. 그러면 궁극적으로 네트워크는 우리가 없어도 스스로 작동하여 우리의 미래를 통제하는 것이지요. 바로 공상과학영화에서 나오는 인공지능(AI)이 지배하는 미래의 세상이 오는 것입니다. 우울한 인간의 미래입니다.
이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유발 하라리도 이에 대해서 시원한 대답을 주지 못합니다. 단지 자신은 역사학자로서 변화 가능성을 믿으며, 역사의 중요한 교훈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자연스럽고 영원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인간이 만들었으며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결코 안주해서는 안 되며, 선택을 잘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합니다. 유발 하라리가 다음 책에서는 좀 더 시원한 대답을 해 줄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