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순구식(三旬九食), 열흘에 아홉 끼

  • 등록 2025.05.15 11: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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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 굶는 사람은 없는지 돌아보아야 해
[정운복의 아침시평 259]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돌도끼 들고 사슴 쫓던 시대에는 먹거리 해결이 가장 큰 문제였을 것입니다.

수렵과 채집이 여의찮으면 굶는 일도 다반사였을 것이고

저장이 쉽지 않았던 시절이니 다른 동물처럼 먹거리 해결이 큰일이었겠지요.

 

‘삼순구식(三旬九食)’이란 말씀이 있습니다.

순(旬)은 열흘 ‘순’ 자로 10일 단위를 나타냅니다.

한성순보(漢城旬報)는 10일에 한 번씩 발행되는 신문이었고

한 달을 상순, 중순, 하순으로 구분하는 것도 열흘을 기준으로 합니다.

 

곧 삼순구식은 삼십 일 동안에 아홉 번 식사했다는 뜻으로

극심한 가난과 빈곤을 상징하며 그만큼 생활이 궁핍하고 어렵다는 말씀입니다.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바가지로 뒤주 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리면

가장은 식솔 먹일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먹을 것이 없으면 풀뿌리 나무껍질로 연명해야 합니다.

송기도 그중의 하나인데 소나무 속껍질의 얇은 부분입니다.

이 식재료들은 섬유질이 지나치게 풍부하여 위나 소장에서 소화되지 않습니다.

 

결국 필연적으로 변비를 초래하게 되지요.

3박 4일 동안 변을 보려고 노력하다가 드디어 해산의 고통을 안고 성공했는데

거기가 찢어진 겁니다.

그러니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라는 말씀은

사실 눈물이 나는 현실 반영의 표현인 셈이지요.

 

조선시대까지 일반 백성들은 하루에 두 끼를 먹었습니다.

점심이 없는 삶이었던 것이지요.

점심은 ‘點心’으로 마음에 점을 찍듯이 아주 조금 먹는 음식을 의미합니다.

임금이 다섯 끼를 먹은 것과 너무나 비교되지요.

 

요즘은 먹거리가 너무 흔한 세상입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이유도 영양상태가 좋아진 이유가 큽니다.

세상이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평등하지 않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고

후진국은 굶주림을 면하지 못해 허덕이고 있습니다.

 

어찌 되었거나 음식물은 누군가 노력과 땀의 결실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되도록 남기지 않으려 노력해야 하고

음식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수염이 댓 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라는데 지금도 곳곳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야 하는 사람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제 먹거리 걱정에서 여유를 찾은 지금은

이웃에 굶는 사람은 없는지 돌아보아야 하고, 마음을 올곧게 가지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정운복 칼럼니스트 jwb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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