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북(사람책)이 되어 독자를 만나다

  • 등록 2025.08.11 11:3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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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휴먼라이브러리에서 광복 80돌 휴먼북 초대 행사 가져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선생님으로부터 ‘알고있는 여성독립운동가를 말해 보라’라는 질문을 듣고 한동안 멈칫했습니다. 돌아보니 저 자신이 알고 있는 여성독립운동가는 유관순 열사 외에 정확히 떠오르는 분이 없었습니다. 노원중앙도서관에서 광복 80돌 기념 기획으로 ‘독립운동 속 숨겨진 이름’에 대한 강좌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오늘 참여했는데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강연을 통해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하겠다는 각오가 섰습니다." - 김효정(상계8동)-

 

이는 그제 8월 9일(토) 낮 2시부터 노원구중앙도서관 1층 <다인정담>에서 있었던 여성독립운동가 강연에 참석했던 김효정 씨의 말이다. 그제 행사를 주관한 곳은 노원문화재단 노원휴먼라이브러리(관장 김성민)로 행사의 정식 이름은 <서간도에 들꽃 피다: 독립운동 속 숨겨진 이름들>이라는 주제였고 강사는 필자였다.

 

 

 

이번 행사를 앞두고 한 달 전쯤 노원휴먼라이브러리 사서라고 자신을 밝힌 이선희 씨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광복절을 앞두고 휴먼북(사람책)을 초대해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이선희 사서는 “들꽃처럼 피었다 진 우리 여성독립운동가의 삶과 발자취를 조명해 온 이윤옥 휴먼북과 함께 여성독립운동가와 광복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는 취지를 들려주었다. 필자는 망설임 없이 단번에 ‘좋다’고 답을 했다. 왜냐하면 노원휴먼라이브러리와 깊은 인연이 있기 때문이었다.

 

‘휴먼북’이 뭐지?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휴먼북이란 ‘사람책’ 이다. 흔히 도서관에 가면 ‘종이책’을 빌려 보지만 노원휴먼라이브러리에서는 ‘사람책’을 신청하여 그 책(?)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다. 노원휴먼라이브러리는 ‘사람책 도서관’으로 2012년 3월 21일 전국에서 처음 개관했다. 올해로 13년째를 맞이하고 있으며 그러고 보니 필자도 초창기 휴먼북이다.

 

휴먼북도서관의 태동은 덴마크 출신의 사회운동가 로니 에베겔이 2000년 덴마크에서 열린 한 뮤직페스티벌에서 창안한 것으로 유럽에서 시작되어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신개념의 도서관이다. 말하자면 도서관에 가서 종이책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휴먼북)을 빌리는 것이다. 독자들은 준비된 휴먼북 목록을 살펴보고 읽고 싶은 책(휴먼북)을 선택하여 휴먼북과 마주 앉아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경험을 읽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노원휴먼라이브러리에는 현재 다양한 분야의 휴먼북을 모셔놓고(?) 있는데 김성민 관장에 따르면 837명의 휴먼북이 등록되어있다고 한다. 책에서는 얻을 수 없는 체험과 경험이 가득한 휴먼북을 신청하여 대화를 나눠본다는 것은 색다른 ‘독서체험’이자 ‘인생체험’일 것이다. 필자는 일본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비롯하여 여성독립운동가 관련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휴먼북으로 등록했다. 독서는 영원히 인류를 행복하게 해줄 ‘그 무엇’이겠지만 휴먼북 또한 미래세대에 관심을 끌만 한 또 하나의 분야라고 생각한다.

 

“무더운 여름에 도서관만한 피서지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방학을 맞아 초등학생인 아이들과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여성독립운동가 강연’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광복절 80돌이라는 말이 실감 나지 않았지만, 오늘 강연으로 다시 한번 빼앗긴 나라의 운명 앞에 좌절하지 않고 불굴의 투지를 불태운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삶에 옷깃을 여미어봅니다. 특히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도 역사의 조명에서 비껴나 있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뒤돌아보게 된 것은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아이들과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책도 많이 읽을 생각입니다.”  -조수민 (주부, 상계동) -

 

 "빼앗긴 나라를 위하여 이름없이 가신 수많은  의사, 열사, 지사님들의  독립운동 행적 가운데 특히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뒤돌아보고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의 의로운 활동을 기록하고 세상에 널리 알리는 일을 하는 작가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배덕정 (시인, 서예가)

 

"오늘 북토크에서 뵙게되어 기뻤습니다. 그동안 잘 몰랐던 여성독립운동가의 삶을 뒤돌아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으며 저 자신이 숙연해짐을 느꼈습니다. 조국 독립을 위해 투쟁하신 선열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동화작가 진영희, (사) 한국문인협회 노원지부 명예회장)-

 

 이처럼 강연에 참석한 여러분들이 '앞으로도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할 것' 이라는 목소리를 내주어 기뻤다.  밖을 나서기가 무서우리만치 한증막 같은 더위에는 도서관만 한 곳도 없을 것이다. 요즘 도서관은 가만히 앉아서 찾아오는 사람들만 맞이하지 않는다. 책을 아예 큰차에 싣고 다니는, 이른바 ‘찾아가는 도서관’이 있는가 하면 각종 행사와 유익한 강좌를 이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곳도 꽤 있다. 그런 가운데 휴먼북(사람책)도서관을 국내 처음으로 만들어 독자와 호흡을 시작한 곳이 있으니 바로 노원휴먼라이브러리다.

 

 

 

초창기 휴먼북이 된 지 어느덧 13년째인 올해, 광복 80돌의 뜻깊은 날을 앞두고 독자들과 함께 여성독립운동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기뻤다. 더욱 다양한 주제로 노원휴먼라이브러리를 찾는 독자들이 늘어나길 바라면서 도서관을 나왔다.

 

<노원휴먼라이브러리>

 서울시 노원구 노원로 34길 43

 ☎ 02-950-0041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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