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은 충주박물관(관장 박흥수)과 함께 2025 K-musems 《연기 위에 지어진 삶, 충주 엽연초 이야기》 공동기획전을 연다. 오는 9월 11일(목)부터 12월 14일(일)까지 충주박물관 2관 2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120여 년 동안 이어온 충주의 담배 농사와 농민의 삶을 주제로, 충주의 주요 특산물이었던 황색종 잎담배와 함께 삶을 일구어 온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바다 건너 온 담배, 충주에 뿌리내리다
“연초(煙草)” 충주의 특산물이오 동시에 충주의 생명선과 다름없는 황색연초…
1938. 6. 30. 동아일보
일제강점기의 한 신문기사에서는 이름도 낯선 ‘황색연초’를 충주의 생명선과 다름없는 특산물이라고 소개했다. 여기서 ‘황색연초’는 황색종 담배의 잎을 말린 것으로, 황색종 담배는 상품성이 좋아 지금까지도 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되는 품종이다.
본래 충주에는 개천초(開天草)라는 재래종 담배가 있었지만, 특산물로 불릴 정도로 큰 규모로 재배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충주 땅에 외래종인 황색종 담배가 처음 뿌리를 내린 것은 1912년의 일이다. 당시 전매작물인 담배의 재배를 장려하기 위해 새로운 품종인 황색종을 충주에서 처음 재배한 것이다. 그 후로 황색종 담배는 충주를 중심으로 충청북도와 경상북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로 퍼져나갔다.
“충청북도는 연초산지로서는 조선 제일”
1912년 농민 251명, 경작면적 14ha로 시작한 충주의 담배 농사는 큰 폭으로 성장했다. 충주의 담배 농사가 가장 전성기를 이루었던 1978년에는 농민 5,155명이 2,401ha의 농지에서 잎담배를 생산했다. 청주, 증평, 제천, 괴산을 비롯한 인근 지역도 담배 농사가 번성하여 충청북도에만 16개의 엽연초생산조합이 결성되었다.

충주의 잎담배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부터 지역의 특산물로 자리 잡았으며, 전체 산업에서 잎담배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었다. 광복 뒤에도 충주는 잎담배의 주요 생산지로 성장했고, 1968년에는 나라 밖으로 수출하는 잎담배를 가공하기 위한 원료공장이 세워지기도 했다.
고생 끝에 보람이 오는 담배 농사
잎담배 재배는 옛날부터 힘든 농사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파종부터 수확과 건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 온 마을 사람들이 모두 달려들어야 했다. 특히 무더위가 한창인 7~8월에 담배를 수확해야 했기에 ‘세상에서 가장 힘든 농사’라고들 말하곤 했다. 하지만 힘든 농사가 끝나고 잎담배 수매 철이 되면 마을에는 활력이 돌았다. 등급에 따라서 한 해 농사의 성과가 매겨지면, 농민들은 큰 목돈을 챙겨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수매를 통해 얻은 수입은 자녀의 학비와 농지 구매대금, 생활비 등으로 쓰이며 농가의 중요한 버팀목이 되었다.
담배 건조장에서 피어난 생활의 풍경


황색종 담배는 잎을 수확한 뒤 고온으로 장시간 건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품종이다. 온 마을이 담배 농사를 짓던 1980년대까지는 황토로 지은 건조장이 동네 집집이 서 있었다. 이 시기 농부들은 담배 건조실에서 목재나 연탄을 연료로 담뱃잎을 말리는 작업을 했다. 건조에 적합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불을 조절하며 밤을 지새우곤 했다. 건조장은 담배농사의 고단함과 성취가 동시에 스며드는 공간이었다.
이들 담배 건조장은 지금도 일부 남아 충주를 상징하는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자동화된 벌크 건조장이 사용되는 오늘날, 옛 건조장의 대부분은 기능을 잃고 오래되어 점차 허물어져 가고 있다.

줄어드는 담배 산업과 충주 담배 농가의 미래
1970년대에 정점을 찍은 충주의 잎담배 산업은 80년대에 이르러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도시화에 따른 농촌의 축소의 영향도 있었지만, 담배 산업 자체의 환경 변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 1980년대 이후 사회 전반에 퍼진 금연 분위기와 건강 담론은 담배 전체의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 여기에 담배 시장의 점진적인 개방, 전매제도의 폐지와 민영화 정책이 더해지면서 담배 농가의 수익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때 지역의 특산물로 자리매김하던 잎담배의 생산은 시장 변화에 따른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2005년, 올해에는 충주 농민 105명이 146㏊의 땅에 담배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내년, 또 내후년 충주의 담배 농사는 어떻게 될 것인지, 이 전시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전시 구성과 특징
이번 전시는 충주 담배 농업의 성장사와 농민들의 삶을 다룬 1부 ‘푸른 잎에 금빛 꿈이 물들면’, 1980년대 이후 금연과 시장 개방의 흐름 속에 축소된 산업과 그에 따른 생활상의 변화를 다룬 2부 ‘한모금의 연기가 되어’, 그리고 관련 종사자들의 인터뷰를 다룬 에필로그 ‘기억의 방’ 순으로 구성된다.
전시에서는 담배 종자 선별기, 담배 농사 교본 등 충주의 담배 농·산업과 관련된 자료 등을 선보이며, 황토로 지은 옛 담배 건조실과 담배가게, 담배 자판기 등을 재현하여 담배와 관련된 대중의 기억과 향수를 자극한다. 또한 충주 농민들의 구술 영상과 기록 사진을 통해, 담배 농사가 지역민들의 삶에 어떤 의미였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