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비늘구름

  • 등록 2025.11.10 12: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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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물고기 떼, 비늘구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높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볼 때, 아주 엷고 하얀 구름 조각들이 하늘 가득 촘촘히 깔린 모습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마치 잔잔한 바다 위로 윤슬이 반짝이는 것 같기도 하고, 수많은 물고기 떼가 헤엄치고 지나간 뒤 남은 '비늘' 자국 같기도 한데요.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토박이말은 이처럼 높고 맑은 하늘을 아름답게 만드는 구름, '비늘구름'입니다. '비늘구름'은 그 이름 그대로 물고기의 '비늘'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참 고운 이름입니다. 하얗고 작은 구름 조각들이 겹겹이, 그리고 촘촘히 모여 있는 모습이 꼭 그와 같아 보였던 것이지요.

 

 

말집(사전)에서는 이 구름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습니다.

높은 하늘에 그늘이 없는 희고 작은 구름 덩이가 촘촘히 흩어져 나타나는 구름. 높이 5~13km 사이에 나타난다. 구름을 통하여 해나 달의 위치를 알 수 있을 만큼 엷다. 표준국어대사전

높이 5~13킬로미터 사이에 분포하고, 미세한 얼음의 결정으로 이루어진 구름. 높은 하늘에 그늘이 없는 희고 작은 구름 덩이가 촘촘히 흩어져 나타난다. 구름을 통하여 해나 달의 위치를 알 수 있을 만큼 엷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

 

두 풀이를 모아보면, '비늘구름'은 우리가 볼 수 있는 구름 가운데 아주 높은 곳(5~13km)에 떠 있는 구름입니다. 이렇게 높은 곳은 몹시 춥기 때문에 물방울이 아닌 아주 작은 얼음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지요.

 

그래서 구름이 짙은 그늘을 만들지 못할 만큼 아주 엷어서, 해나 달이 그 뒤로 비쳐 보일 정도입니다. 이 엷은 구름이 하늘에 쫙 퍼지면서 비늘이나 조개껍데기 같은 무늬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비늘구름'은 그 생김새가 참 예뻐서인지, 보는 사람의 눈길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을 얻었습니다. 촘촘히 흩어진 모습이 꼭 갯벌에 늘어놓은 작은 조개껍데기 같다고 해서 '조개구름'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털쌘구름'이라고도 하는데 '비늘구름'과 비슷하게 높은 하늘에 뜨는 구름을 아우르는 멋진 토박이말입니다.

 

배움책에는 '권적운(卷積雲)'이라는 한자말을 씁니다. 여기서 쓴 한자는 '새털 권(卷)' 자, '쌓을 적(積)'자 를 써서 '새털구름(권운)'처럼 높은 곳에 '뭉쳐 있는(적운)' 구름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비늘구름'은 주로 맑은 날씨에 나타나지만, 예로부터 어르신들은 '비늘구름'이나 '물결구름'이 하늘에 촘촘히 끼면 곧 날씨가 바뀔 낌새로 보기도 했습니다. 나날살이에서는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늘 좀 봐.  비늘구름이 쫙 깔려서, 물고기 등처럼 반짝이네.

낮에는 비늘구름이 촘촘하더니, 저녁 되니까 바람이 불고 흐려지기 시작하네요.

저 구름을 '비늘구름'이라고도 하고, '조개구름'이라고도 한대. 조개껍데기를 뿌려놓은 것 같지?

 

무심코 지나쳤던 하늘의 결을 '비늘'이나 '조개'에 빗대어 살가운 이름을 붙여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마음결이 참 곱습니다. 어느 날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하늘 가득 촘촘히 펼쳐진 '비늘구름'을 만나게 된다면, 곁에 있는 분에게 '비늘구름'이라는 고운 이름을 꼭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이창수 기자 baedalmaljig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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