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갑사에서 말띠해를 열다

  • 등록 2026.01.03 10: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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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계룡산 매운바람 잠든 숲을 흔들고

빈 가지 사이로 몰아친 숨결에

조릿대 서걱대며 생(生)을 깨운다

천 년 고찰 갑사에 떠오르는 아침햇살 가르며

청아한 댓잎 소리에 묵은 마음 씻어본다

찬 공기 뚫고 솟아오른 병오년 첫 태양

비워진 나무들은 비로소 하늘 소리를 담아내고

서로 몸 부딪쳐 깨어나는 푸른 대숲의 아우성은

시련을 견디고 일어설 강인한 생명의 예언이다

 

굽이치는 세월의 골짜기를 지나온 고요한 다짐

계룡산의 기개가 이 아침 남은 생의 

빛으로 다가온다.

                            -  계룡산 갑사에서 이윤옥 -

 

 

 

 

 

 

'춘마곡 추갑사(봄에는 마곡사, 가을에는 갑사가 으뜸이라는 뜻'라 불릴 만큼 가을 단풍이 빼어난 계룡산 갑사엘 추운 겨울에 다녀왔다. 바로 어제(2일), 차 시동을 켜니 밖의 온도 는 영하 7도다. 아침 5시 반, 충남 계룡산 갑사를 목적지로 잡았다.

 

어제와 그제,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러 종로 보신각에 모인 인파와 시시각각으로 중계되는 전국의 명소 해돋이 장관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텔레비전 화면에 가득했지만 그 엄청난 인파에 몸을 맡길 엄두가 나지 않아 초하루가 지난 초이틀 고요한 산사행을 택했다. 세 시간을 달려 갑사에 도착한 시각은 8시 조금 넘은 시각, 절은 고요하다.

 

나목(裸木)사이로 겨울 바람 한줄기가 훅하고 지나간다. 고요해야 비로소 시심(詩心)이 떠오르는 것은 ‘글 못쓰는 사람의 대표적 이상 증상’ 이라고 혼잣말을 하며 고즈넉한 산사를 걸어본다. 산공기가 깨끗하듯 모든 것이 정갈하다. 마음이 그냥 공(空)하다.

 

번잡함을 벗어나야 한다느니, 마음을 내려 놓아야 한다느니....그런 주문들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가! 고즈넉한 산사의 뜰을 걸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병오년 초이틀, 어제는 오롯이 자신의 시간을 즐긴 그런 하루였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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