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의 진실을 아십니까?

  • 등록 2002.11.28 09: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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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시대 도깨비무늬


현대에 살펴보는 도깨비의 의미


<한국전통문양집>에서, 안상수, 안그라픽스 이제야 때문에 잠을 설치는 한여름이 왔다. 어릴 적 긴긴 여름밤에는 모깃불을 놓고, 옛날이야기, 도깨비 이야기 등을 들으며, 옥수수를 쪄먹던 일들이 생각이 난다. 나는 유달리도 도깨비, 귀신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나의 어머니가 겪으셨다는 이야기며, 이웃 아저씨들이 들려줬던 것들은 나를 오싹하게 만들고, 밖에 아무도 없을 때는 방문을 열고 나가질 못할 정도였다. 그 때 들은 이야기 중 하나를 생각해 본다.


이웃집 아저씨가 밤길을 오는데 길이 갑자기 환해지더라고 했다. 그래서 무작정 오다보니 갑자기 개천에 빠져 버렸다. 무서운 생각이 들어 돌멩이를 집어 마구 던지니 다시 어두워졌다고 했다. 이때 그 집 아주머니가 남편이 올 방향을 보았는데 파란 불이 보였다는 말을 들었다. 그것은 도깨비 장난이라고 어른들은 말했다.


흔히 신민요로 알려진 노래 중에 '산도깨비'가 있다. "...... 머리에 뿔달린 도깨비가 방망이 들고서 에루화 둥둥 ...... 저 산도깨비 날 잡아갈까 가슴소리만 콩닥콩닥 걸음아 날 살려라------ 꽁지 빠지게 도망갔네" 나는 풍물패들에게 이 노래를 부르게 하고는 혹시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물었다. "뿔 달린 게 이상해요. 우리 도깨비는 뿔이 없는 게 아닌가요?" 역시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은 탓인지 예리한 지적을 하는 학생이 있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학생의 말대로 우리 도깨비에는 뿔이 없다. 아니 뿔이 달렸는지 어떤지 모른다. 상체 위로는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물론 삼국시대 때부터 전해오는 기와의 무늬(귀면와:鬼面瓦)등에는 두 세 개의 뿔로 보이는 형상이 있기도 하지만 분명한 근거는 없다. 대부분의 도깨비 그림이나 노래에서 보는 뿔 하나 달린 도깨비는 일본 도깨비 '오니'를 우리 도깨비로 착각한 것으로 보여진다. 일본 도깨비 '오니'는 뿔이 하나 있고 포악하다고 전한다. 어쩌면 우리 조상의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과 일본의 칼을 좋아하는 무사 정신이 도깨비에도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그럼 우리 도깨비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을까? 도깨비의 모든 것을 알아보기로 하자. 도깨비의 어원, 도깨비의 다른 말 도깨비는 '돗+가비'의 합성어로 보며, 돗은 '불(火)'이나 '씨앗'의 의미로 풍요를 상징하는 단어이고 '아비'는 '장물애비', '처용아비' 등에서 보듯이 아버지 즉 성인 남자로 생각할 수 있다. "돗+가비>도ㅅ가비>도까비>도깨비"로 변화되었다. 지방의 사투리로는 토째비(경북 월성), 돛재비(경남 거창), 도채비(제주도 전남 신안) 등이 있으며, 돗가비, 독갑이, 도각귀, 귀것, 망량, 영감, 물참봉, 김서방으로 불리기도 한다.


서해안에는 주로 선착장 주변에 살면서 어민들을 도와주는 도깨비참봉, 또는 물참봉이라 불리는 도깨비들이 있다고 알려진다. 제주도에는 집안을 지켜주거나 물고기를 몰아다주는 도깨비영감이 전해진다. 도깨비불 도깨비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도깨비 불'이다. 조선 중기 성현의 수필집 '용재총화'에도 도깨비불 이야기가 나온다. 하나가 여럿으로 흩어졌다 다시 합쳐진다. 빙 돌다가 위아래로 흔들리고 쫓아가면 이내 없어져버린다. 또 여기서 꺼졌다가 다른 곳에서 켜지기도 한다고들 말한다.


나는 어렸을 때 소위 도깨비불을 본 적이 있다. 우리 마을 외딴집 굴뚝근처 지붕에서 불이 붙었다. 동네 사람들이 불을 끄러 달려갔는데 갑자기 불이 꺼졌다. 아무도 영문을 몰랐다. 그 집 뒤에 한적한 길이 있는데 밤마다 파란 불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보았다. 모두 도깨비불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무서워서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 도깨비무늬(백제, 고구려) / <한국전통문양집>에서, 안상수, 안그라픽스


그럼 도깨비불이란 무엇일까?


인(P) 화합물은 공기 중에서 쉽게 자연발화 된다. 액체로 된 인화수소는 보통 온도에서도 저절로 불이 붙는다. 사람의 시체가 썩었을 때도 인화수소가 생기는데, 이것이 무덤 주변에 도깨비불이 나타난다고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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