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는 우리 겨레 또 하나의 명절 정월대보름입니다. 정월대보름은 신라시대 때부터 처녀들이 일 년 중 단 한번 공식적으로 외출을 허락 받은 날이었습니다. 그 외출은 '탑돌이'를 위한 것이었는데 미혼의 젊은 남녀가 탑을 돌다가 눈이 맞아 마음이 통하면 사랑을 나누는 그런 날이지요. 탑돌이 중 마음에 드는 남정네를 만났지만 이루어지지 못하여 마음의 상처를 간직한 채 울안에 갇혀 사는 처녀들의 상사병(相思病)을 '보름병'이라 했다고 전합니다. 조선 세조 때 서울 원각사(圓覺寺) '탑돌이'는 풍기가 문란하여 금지령까지 내릴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이 대보름날은 경칩, 칠월칠석과 함께 우리 토종 연인의 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백 만 원 짜리 초콜릿까지 파는 상술의 밸런타인데이가 아니라 정월대보름을 연인의 날로 하여 아름다운 풍속을 만들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