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일입니다. 정월대보름 아침 이웃에 사는 동무가 찾아와서 불렀습니다. 나는 엉겁결에 "왜?"하고 대답을 했는데 그 친구는 "내 더위!"라고 했습니다. 아뿔싸 "먼저 더위!"를 외쳤어야 하는 건데... 그 해 나는 그 동무의 더위를 대신 먹을 수밖에 없었지요. 이런 풍속을 ‘더위팔기’라고 했으며, 이렇게 우리는 정월대보름을 시작하곤 했습니다. 정월대보름은 우리 민족 명절 중의 하나로 정월대보름날 뜨는 보름달을 보며 한 해의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초저녁에 횃불을 들고 높은 곳에 올라 달맞이하는 것을 망월(望月)이라 하며, 먼저 달을 보면 재수가 좋다"고 써 있습니다. 가까이 뒷동산이 없다면 강 둔치나 베란다라도 나가 달맞이를 하며, 소원을 빌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너그럽고 포근하며, 아름다운 달빛에 온 몸을 맡긴 채 지난 어린 추억을 더듬어 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