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존중하고 덕있는 사람을 높이는 향음주례(鄕飮酒禮)

2013.08.21 17:54:29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배려로 올바른 술 문화 만들어가자

 [그린경제=육철희 기자] 조선시대에 어른이 되면 처음으로 술 마실 수 있는 자격을 주며 술은 적당히 마시면 맛이 좋고 향기로운 음식이지만 지나쳐서 몸을 해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당부의 말을 하지만 예전에도 고주망태술 먹은 개라는 표현을 했던 것을 보면 술로 인해 일어나는 부작용은 과거에도 늘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술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이제는 개인차원을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요즘 사람들은 술 마시는 법에 대해 어른들에게 직접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에 술 마시는 예절에 대해 잘 모른다. 술 마시는 예절에 대해 조금 배워서 아는 사람들도 실제 술자리에서 그대로 실천하는 경우는 드물다. 

조선시대에는 향촌의 선비와 유생들이 향교나 서원에 모여 예로써 주연(酒宴)을 함께 즐기는 의례인 향음주례(鄕飮酒禮)를 하였다. 향음주례는 학덕과 연륜이 높은 분을 큰 손님으로 모시고 여러 유생들을 손님으로 모셔서 진행하였다. 향음주례는 주인이 손님을 초청하여 주인과 손님 사이의 예절바른 주연을 통하여 연장자를 존중하고 덕 있는 사람을 높이며, 바른 예법과 풍속을 일으키기 위하여 시행하였다. 

   
 

예기(禮記)45편 향음주의에 의하면, “향음주란 향대부가 나라 안의 현인(賢人)을 대접하는 것으로 향음주례를 가르쳐야 존장(尊長)과 양로(養老)하는 것을 알며, 효제(孝悌)의 행실도 따라서 실행할 수 있는 것이고, 귀천(貴賤)의 분수도 밝혀지며, 주석(酒席)에서는 화락하지만 지나침이 없게 되어 연회를 즐기면서도 어지럽지 않게 되고, 자기 몸을 바르게 하여 국가를 편안하게 하기에 족하게 된다.”라고 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고려시대에 기록이 나타나며 고려말에서 조선초에 널리 보급되었다. 세종실록(世宗實錄)》 「오례의(五禮儀)에 향음주례는 가례(嘉禮)의 하나로서 매년 맹동(孟冬)에 한성부 및 여러 도, , , , 현에서 길일을 택해 그 예를 행한다.”라고 하였다. 향음주례는 기본적으로 술로 인해서 발생할 폐해를 막고 예를 바로 세우기 위한 우리 선조의 대응 방안이었다.  

또한 어른과 어린이가 각자 서로 권하여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고, 안으로는 가정이 화목하고, 밖으로는 사회 구성원이 서로 친밀하며, 서로 충고하고 가르쳐서 혹시 실수나 게을러서 그 조상에게 욕이 향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 그 진정한 뜻이 있었다. 

예절이란 본래 숭고한 정신과 깨끗한 물질이 한데 어우러지는 것이므로 옛 사람이 향음주례를 행함에 있어 경건하고도 신중하였던 까닭은 바로 이와 같은 예절의 엄숙성으로 인하여 개인의 인격이 술자리에서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 향음주례 시연후 음복장면

향음주례를 할 때는 첫째, 의복을 단정히 입고 끝까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말 것. 둘째, 음식을 정결하게 요리하고 그릇을 깨끗이 할 것. 셋째, 행동이 분명하여 활발하게 걷고, 의젓하게 서고, 또렷하게 말하고, 조용히 침묵하는 절도가 있을 것. 넷째, 존경하거나 감사할 때마다 즉시 행동으로 표현하여 절을 하거나 말을 할 것 등을 강조하였다. 

요즘의 술자리에서는 시비가 붙거나 목청을 높이는 사람, 횡설수설하는 사람, 무례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사람을 자주 보게 된다.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셔서 통제 능력이 떨어져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옛 고사에서도 "주불취인인자취(酒不醉人人自醉), 색불미인인자미(色不迷人人自迷)라 하여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요, 색이 남자를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가 스스로 유혹되는 것이니 마땅히 경계해야 한다."고 하였다.

   
 

술 마실 때의 예절은 술자리에 앉는 것부터 시작하여 술을 따를 때, 술잔을 주거나 받을 때, 술을 마실 때, 상대방에 대하여 예의를 지키고 배려하면서 기분 좋은 술자리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과음은 자신의 목숨을 저당 잡히는 것과 같으며 그 동안 쌓아 놓은 신뢰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혹시 나쁜 술버릇이 있는 사람들은 당장 고쳐야 한다. 술은 만취하지 않도록 그 양을 스스로 조절해야 한다. 특히 마시기를 꺼려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권하는 건 큰 결례임을 알아야 한다. 

술 먹고 말없는 사람이 진짜 군자(酒中不言眞君者)라는 옛 성인들의 말을 곰곰이 되짚어 생각해 볼 일이다.  

술자리에서 지켜야 할 예절과 술에 관한 재미있는 내용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1. 술자리 예절

. 술자리 앉기
술자리에서의 상석은 장소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보통 다른 좌석의 간섭을 받지 않는 편안한 자리가 상석이다. 방의 경우 식탁이나 상의 안쪽(벽쪽)의 중앙, 홀이나 원탁 또는 상이 여러 개 놓인 장소는 술이나 음식을 나르는 종업원이나 다른 손님들의 간섭을 받지 않는 위치가 상석이며, 여러 사람이 자리를 같이 할 때는 가장 윗어른부터 앉은 다음 차례로 앉는다.

. 술잔 주고 받기
줄 때나 받을 때 오른손으로 하는데 윗사람에게 술잔을 줄 때는 상대방이 술잔을 받기 좋도록 오른손으로 술잔을 잡고 왼손 끝으로 잔의 밑이나 오른손을 살짝 받쳐 공손하게 주며, 아랫사람에게 술잔을 줄 때에는 한손으로 주어도 괜찮지만, 상대방에게 술잔을 직접 주지 않고 상위에 술잔을 놓고 따라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윗사람에게서 술잔을 받을 때는 술잔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고맙니다", "기쁘게 마시겠습니다." 또는 가볍게 목례를 건네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술잔을 받은 후 바로 술잔을 내려놓으면 달갑지 않다는 뜻으로 비치므로 일단 입에 대어 조금 마신 후에 내려놓아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예로부터 술은 홀수 잔 단위로 마시는 게 관습이다. 술은 일불(一不), 삼소(三小),오의(五宜), 칠과(七過)라 하였다. 이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으면 한 잔으로 끝나는 법은 없고, 석 잔으로는 부족하며, 다섯 잔이 적당하고, 일곱 잔부터는 과음이 되니 먹지 말라는 의미이다. 상대방의 주량을 배려해 가면서 기분이 좋을 만큼만 마시고 자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술 따르고 권하기
주전자인 경우에는 오른손으로 주전자의 손잡이를 잡고 왼손으로 주전자의 뚜껑이 떨어지지 않도록 살짝 누르면서 공손하게 따르고, 병인 경우에는 오른손으로 병의 몸통 중간을 잡고 왼손바닥 끝으로 오른쪽 팔목을 살짝 받치고 공손하게 따른다. 

예전에는 술잔을 받고 난 뒤에는 곧 연장자에게 술잔을 권하는 것이 예의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입을 댄 술잔을 돌리는 것을 꺼려하고 건강상의 이유로 거절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그대로 잔을 올리는 것은 결례이고 반드시 "한잔 올리겠습니다."라고 여쭈어 본 뒤에 승낙이 있으면 술잔을 권해야 한다. 또 자신이 마신 술잔을 권할 때는 시탁종이(냅킨)나 청결한 물을 이용해서 자신의 입술이 닿았던 부분을 깨끗하게 닦은 다음 권해야 한다. 권하는 잔은 반드시 오른손으로 잡아야 한다. 왼손으로 술잔을 주는 건 술자리에서 사람을 쫓는다는 의미로서 금기시 하고 있다. 

예로부터 술을 권할 때는 세 번을 요청한다. 처음 요청하는 것을 예청(禮請)이라고 하고 이에 대하여 사양하는 것을 예사(禮辭)라 한다. 두 번째 청하는 것을 고청(固請)이라고 하는 바 이에 대하여 거듭 사양하는 것을 고사(固辭)라 하며 세 번째 청하는 것을 강청(强請)이라고 하며 끝까지 사양하는 것을 종사(終辭)라고 하여 여기에 이르면 더 이상 권하거나 요청하지 않는 것이 예이다. 

. 술 마시기
윗사람이 술을 따라주면 바로 상위에 놓지 말고 한 모금 마신 뒤에 내려놓아야 하며, 아버지 연배에 가까운 어른이나 어려운 상사의 술잔을 받았을 때에는 고개를 약간 옆으로 돌리고 자연스럽게 마신다.
 

2. 재미있는 술 이야기

<술의 진경과 진미를 모르는 단계>
1. 불주(不酒) : 술을 아주 못 마시지는 않으나 안 마시는 사람 - 9
2. 외주(畏酒) : 술을 마시기는 하나 겁내는 사람 - 8
3. 민주(憫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 7
4. 은주(隱酒) : 마실 줄도 알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까워서 혼자 숨어서 마시는 사람 - 6 
                         <목적을 위하여 마시는 술로써 술의 진체를 모르는 단계>
5. 상주(商酒) : 마실 줄도 알고 좋아도 하지만 무슨 잇속이 있을  때만 마시는 사람 - 5
6. 색주(色酒) : 성생활을 위해서 마시는 사람 - 4
7. 수주(睡酒) : 잠이 안 와서 마시는 사람 - 3
8. 반주(飯酒) : 밥맛을 돋우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 - 2
9. 학주(學酒) : 술의 진경을 배우는 사람 - 주졸(酒卒) 초급 

<술의 진미, 진경을 통달한 프로 주당>
10. 애주(愛酒) : 술을 취미로 맛보는 사람 - 주도(酒徒) 1
11. 기주(嗜酒) : 술의 미에 반한 사람 - 주객(酒客) 2
12. 탐주(耽酒) : 술의 진경을 체득한 사람 - 주호(酒毫) 3
13. 폭주(暴酒) : 주도를 수련하는 사람 - 주광(酒狂) 4
14. 장주(長酒) : 주도 삼매에 든 사람 - 주선(酒仙) 5
15. 석주(惜酒) :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 - 주현(酒賢) 6
16. 낙주(樂酒) :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 - 주성(酒聖) 7
17. 관주(觀酒) :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 없는 사람 - 주종(酒宗)8
18. 폐주(廢酒) :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 주신(酒神)9

  

외바위 기자 sinsim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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