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명곡인데요 제 가사좀 찾아주실래요?

  • 등록 2013.10.18 20: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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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처럼


 [그린경제/얼레빗=김동규 음악칼럼니스트]
  가을, 특히 10월이면 여기저기서 많이 듣게 되는 노래들이 연대별로 몇 곡 있다.
 
피아노 경음악 장르에서는 70-80년대 시낭송과 어우러져 유행했던 리차드 클레이더만 (Richard Clayderman) 의 <가을의 속삭임>일 것이다. 그는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연주로 유명하며 낭만적인 피아노 경음악의 장을 열었고 요즘 뉴에이지 음악의 모태라고도 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다. 그런데 <가을의 속삭임>의 원제는 <A Comme Amour, 사랑처럼>인데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제목이 바뀌어 불리고 있다. 리차드 클레이더만 (Richard Clayderman)은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7080
가요의 가을 노래 1위는 아마도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노래하는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리라. 중년과 장년층의 잊혀진 가을 사랑 이야기가 애절하여 이용 씨의 노래도 참 좋지만 경음악으로 들어도 좋다. 

최근에는 크로스오버 부문의 노래로 나와 동명인 바리톤 김동규의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당당하게 젊은 층을 대상으로 10월 한 달을 정복하고 있다. 아니 1년 내내 불리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나와 아내도 공연을 하면서 1월이면  <1월의 어느 멋진 날에>,  2월에는 <2월의 어느 멋진 날에>,... 하면서 12월까지 관객들에게 매달 가사를 바꾸어가며 전천후로 노래한다.
 
그런데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원래 우리나라 곡이 아니다. 원곡은 노르웨이의 뉴에이지 그룹 '씨크릿 가든(Secret Garden)'의 롤프 러브랜드(Rolf Lovland)가 작곡한 <Serenade to Spring, 봄의 세레나데>인데 아름다운 선율에 바리톤 김동규가 가사를 붙여 노래하여 한국 시장에서 대히트를 시킨 노래다. 최근 세계적으로 지속적인 유행을 하고 있는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도 원래는 같은 작곡자의 경음악인데 '씨크릿 가든'은 보컬이 없는 그룹이라 다른 가수를 초청하여 노랫말을 붙여 부르게 하여 지금의 'You raise me up'이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악기로만 연주되었던 클래식이나 팝의 명곡들이 아름다운 시의 날개를 달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프랑스 작곡가 구노의 아베마리아는 독일 작곡가 바흐(Bach)의 평균율 피아노곡집 1권 1번 전주곡에 라틴어 성모송을 붙여 지금도 성악곡과 피아노곡 모두 명곡을 남아있다.

폴란드의 피아니스트 작곡가 쇼팽(Chopin)의 연습곡 op.10 no.3는 '이별의 노래 (Chanson De L로 가사가 붙여져 지금은 세계의 성악가들이 즐겨 부르는 클래식 가곡이 되었다. 3대 테너 중에 호세 까레라스('Adieu)'José Carreras)도 '이별의 노래'를 이태리어로 Tristezza(슬픔)라는 제목으로 노래하였는데, 그의 음반 <Passion>에는 스페인의 기타 명곡 로드리고의 아랑페즈 협주곡, 드보르작의 신세계교향곡을 비롯하여 모짜르트, 베에토벤, 마스까니 등의 불후의 명곡들에 가사를 붙여 악기 연주곡들이 노래로 전환되어 새로운 창작품으로 탄생한다. 

이미 교회나 성당에서는 클래식 명곡들에 성가로 가사를 만들어 종교음악으로 탈바꿈된 것도 있는데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마스까니의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 헨델의 Ombra mai fu 아리아 등 찾아보면 꽤 된다. 심지어 요즘 한참 유행하고 있는 대중가요 중에 박상철의 '무조건'에 단어를 바꾸어 <주님이 부르시면 달려갈 거야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 인도양을 건너서라도 주님이 부르면 달려갈 거야 무조건 달려갈 거야> 하면서 세속적인 노래에 장난기 있는 개사를 하는 경우도 있으니 . . .
 

이런 전통은 이미 우리 아리랑에 있었지 않았나? 같은 선율에 그때그때의 마음을 담아 다양한 가사로 노래했던 우리의 아리랑은 노래뿐만 아니라 기악곡으로도 그 가능성은 이미 입증이 된 장르가 되었다. 


어쩌면 바람직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요즘 허물어지기 직전의 고택들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현대의 기술로 인테리어를 가미하여 새로운 생활공간으로 만들어 사용하니 그 속에서 우리 마음이 왠지 편해지는 것을 느끼듯이 음악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오래 잊혀져서 거의 사라져갈 뻔한 서양의 고음악들도 요즘 시대의 가사를 만나거나 현대적으로 새롭게 편곡되면서 어렵게 느껴졌던 음악들이 친구가 된다.
 
요즘은 저작권이 강화된 시대라 현대적인 저작물의 재편집은 제약이 따르겠지만 저작권법이 생기기 이전의 세계 음악들을 재조명하여 편곡이나 가사를 붙인다면 이는 새로운 음악 장르로 이미 가진 재료를 가지고 시장을 만드는 효율적인 상품이 되리라 예상된다.
 

불후의 클래식 기악곡들. 이제 좋은 가사를 만나기 위해 줄을 잘 선다면 적절한 노랫말을 만나 새롭게 재탄생 될 것이고 음악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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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세페 김동규
** 김 동규 (예명_ 주세페 김)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팝페라테너, 예술감독, 작곡가, 편곡가, 지휘자, 음악칼럼니스트)로 아내 김 구미(소프라노)와 함께 국내유일의 팝페라부부 '듀오아임'이라는 예명으로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김동규 음악칼럼니스트 duoa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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