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명인명창을 찾아서 ⑨ 박지혜

2013.11.07 10:43:32

기교가 아니라 마음으로 춤을 출 터

[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기자]  이번엔 전통춤을 추는 명인 후보를 소개한다. 한국무용의 정제된 멋과 함께 계곡 물 흐르듯 요동치는 춤사위로 한국무용의 참맛을 보여 온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보유자 후보(준인간문화재) 정명숙 명인이 추천하는 박지혜 씨다. 박지혜 씨는 고등학교 때 이미 한양대 콩쿨 최우수상을 받았고, 지난해 임방울 국악제 최우수상(장관상)을 받아 차세대 명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 춤은 어떻게 추게 되었나요?  

“어머니께서 춤을 무척이나 좋아하셨어요. 아마도 본인이 좋아하셨지만 외할머니의 반대로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을 딸인 제가 이루어주기를 원하셨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7살 때 어머니께서 리틀앤젤스 비디오를 가져오셔서 보여주시고는 해보라고 하셨어요. 이후 잘 한다고 어머니나 어른들이 칭찬해주시는 게 신나서 학원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어머님께서는 병원에서 퇴원한 날 춤 공부하러 갔을 정도로 우리춤을 좋아하셨습니다.” 

   
 
- 정명숙 선성님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요? 

“영남대학교 국악과에 정재(궁중무용) 전공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대구시립국악단 공연에 선생님께서 특별출연하셨어요. 이때 저는 선생님의 춤에 완전히 사로잡혔습니다. 이후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서 선생님의 연락처를 알았지요. 용돈을 모아서 무궁화호 첫차를 타고 서울에 도착하니 아침 7시 30분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선생님을 뵙는다는 생각에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지요. 인사를 드리니 경북여고 후배란 걸 아시고는 참 반가워하셨어요.  

이후 선생님의 제자가 되었는데 지난 4년 동안은 24시간 동행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춤을 추시면 매번 다른 춤이 나옵니다. 그 무궁무진함에 저는 최소한 하루에 한 번은 놀랍니다. 자나 깨나 선생님께서는 온몸으로 가르쳐 주십니다. 진지를 드시다가도 제게 ‘호흡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하시지요. 선생님을 만난 것이 저에게는 일생 가장 큰 행운일 것입니다.” 

- 우리의 전통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아직은 배우는 단계여서 감히 전통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조심스럽니다. 다만, 저는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늘 새롭게 춤에 대해 공부하는데 우리 전통춤은 내면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라 생각합니다. 또 선생님 말씀처럼 기교가 아니라 자신의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것으로 간드러진 교태가 아닌 정제된 아름다움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 좀 더 완벽한 춤을 추기 위해서 지혜 씨가 더 노력할 부분이라면? 

“언젠가 뮤지컬 연습하는 걸 보았는데 그들은 연습이지만 정말 실제 공연하듯이 치열하게 하는 것을 보았어요. 우리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며, 그렇게 해야 만이 관객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살풀이를 추실 때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을 보았습니다. 바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신 것이지요. 저도 그렇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온 정성을 쏟을 각오를 합니다.” 

지혜 씨는 말한다. “선생님께서는 제게 ‘관객에게 그냥 너를 보여줘라. 욕심만 내서 거짓으로 춤을 추면 이미 관객들을 다 꿰뚫어 본다. 편안하게 다 내려놓고 추거라’라고 늘 다그치시지만 아직 그 경지까지 다다르지 못해 고민스럽습니다. 다만, 그 말씀이 춤을 추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 생각되기에 노력하고 또 노력할 겁니다.” 

다짐하는 지혜 씨, 마음만은 이미 명인의 경지에 다다른 듯 했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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