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명인명창을 찾아서 ⑩ 이민영

  • 등록 2013.11.14 10: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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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가야금 명인 백인영 선생 맥 잇겠다

[그린경제/얼레빗 =김영조 기자]  지난 1013일 서울 삼성동 한국문화의집(KOUS)에서는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바로 가야금의 명인 고 백인영 선생의 추모음악제였다. 이날 공연의 정점은 시나위 합주로 김청만(장구), 최경만(피리), 원장현(대금) 등 이 시대 최고의 명인들이 함께했다. 그런데 앞자리 가운데는 가야금 한 대와 방석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였다. 바로 고 백인영 선생은 명인들이 연주를 멈추자 영상과 음악으로 환생한 것이다. 나는 강동했고, 가슴이 미어졌다. 특히 이승에 없는 백 명인과 대담할 수 없음이 안타까웠다. 이를 안 한국전통음악학회 서한범 교수는 내게 백 명인의 수제자 이민영을 소개했다. 

   
 

- 백인영 선생과는 어떤 인연인가요?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가 권해서 백인영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 뒤 선생님은 제게 성금련류부터 하나하나 되짚어 가르쳐 주셨는데 저는 그때 이미 선생님의 음악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특히 선생님께서는 제가 재수하는 1년 동안 늘 저를 데리고 공연에 가셨는데 이때 어린 제게 무대 경험을 쌓게 해주시려는 듯 본인은 아쟁을 잡으시고 제게 가야금을 연주하도록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연습할 때 제 장단이 맞지 않으면 제 허벅지에 장단을 치셨습니다. 집에 가서 보니까 피멍이 잡혔고, 어머니께서는 꼭 그렇게 배워야 하냐며 가슴 아파 하셨지요. 하지만 저는 꼭 가야금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대학 갈 때까지만 버텨보자고 맘먹었는데 막상 대학에 가니까 그렇게 공부할 기회가 없어서 그때가 참 그리웠습니다.” 

- 그런데 백인영 선생님은 무형문화재 지정받지 못한 채 세상을 뜨셨습니다. 결국 그것이 제자들에게는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데……. 

선생님께서 무형문화재 지정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뜨신 것은 참으로 안타깝지만 저는 선생님 가락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선생님의 연주 속에는 모든 시김새가 들어있고, 그 누가 흉내 낼 수 없는 세상 최고의 가야금입니다. 그런 음악을 잇는다는 것이 제게는 얼마나 큰 행운인가요? 선생님은 늘 너는 미국사람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다. 가야금 한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하시곤 하셨는데 선생님의 그 말씀을 언제나 가슴에 새긴 채 가야금을 할 각오입니다.” 

- 가야금을 하게 된 계기는? 

어머니는 제가 5살 때부터 피아노 등 여러 가지 경험을 하도록 해주셨어요. 그러다 5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가야금을 하는 게 어떨까 하는 말씀을 하셨는데 어머니께서는 힘들다고 반대하셨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어머니와 마주칠 때마다 가야금 하고 싶어요라고 했고, 밥도 대충 먹고 피하는 등 은근한 저항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한학 공부 스승님께서 제 손을 보시더니 가야금 해야 될 손이라 하시면서 큰돈을 들여 가야금을 사주셨어요. 결국 그 뒤부터 어머니의 삶 절반은 저의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길게는 유대봉제 백인영류를 잇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내년 봄에 독주회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청중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25현과 옥류금으로 민요를 연주할 계획인데 특히 백 선생님께서 작곡하신 아리랑 연곡을 12현으로 연주할 생각입니다. 또 내년 선생님 2주년 추모음악회에서는 선생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18현 가야금 곡을 연주할 생각입니다.” 

백인영 명인은 이민영 씨를 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민영 씨는 가야금을 배우기 위해 명인의 어떤 질책도 견디고 열심히 따랐다는 말이다. 그런 성격을 백 명인은 좋아했던 것 아닐까? 이미 재수할 때 중앙대학교 콩쿨에서 1등으로 수시합격 했었고, 한국국악협회주최 제4회 전국국악대전 현악부문 최우수상[문화관광부장관상]을 받는 등 이미 그의 실력은 차세대 명인으로 인정받고 있음이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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