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권영훈 교수] 음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 넷이 나의 거소를 찾아왔다. ≪악기(樂記)≫와 ≪악학궤범(樂學軌範)≫에 대해서 강의를 듣고 싶다고 했다.
“그건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느냐?”했더니,
그들은 워낙 한문 실력이 없어서 대개 꾸지람만 듣다가 거의 한 학기를 마치는데 잘해야 서문 몇 장정도 진도 나가면 다행이라고 했다.
“악고(樂考)는 읽었느냐?”
“못 보았습니다.”
“그러면 상복음(桑濮音)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있느냐?”
“없습니다..”
“지음(知音)에 대해서 아는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너희는 도대체 학교에서 손가락 운동만 하느냐?”
이렇게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동양음악을 전공하면서 동양음악이론을 전혀 모른다면 가히 한심한 일이다. 교과 편성과정에서부터 벌써 동서양의 비중이 다르기 때문이다. 음악·미술·문학 할 것 없이 거의 서양 이론만 배웠지 동양에는 그런 이론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형편이다.
▲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
“내가 어젯밤 꿈을 꾸었는데 종달새 두 마리를 잡았다. 아마 그대들 방문을 받으려고 그랬나 보다. 종달새의 본 이름은 종지리새[從地理鳥]다. 봄볕이 따뜻하여 땅기운이 위로 떠오를 때, 이 세가 지기(地氣)를 따라 점점 높이 올라가 하늘과 땅 기운이 맞닿는 데서 울면, 삼라만상이 만화방창(萬花方暢)하여 꽁꽁 얼어붙었던 대지가 신비한 조화의 세계로 변하기 때문에 그 이름도 종지기새인 것이다. 너희는 우리 음악을 세계에 드날려라. 자 종달새와 같이.
두땅뚱! 뚜뚜뚱!
현을 고르면 그대들의 가락을 듣는 자가 사악한 마음은 다 사라지고 제대로 선한 마음이 생긴다면, 이는 마치 극락정토에 백학·공작·사리·가릉빈가 공명의 새가 법음(法音)을 선류(宣流)하기 위해서 변화하여 공덕을 장엄함을 성취해 있듯이, 그대들 또한 하늘이 보낸 신비로운 조화의 악사가 틀림없으리라!“
이 말을 듣고 있던 한 녀석이 불쑥 내게 물었다.
“선생님 우리는 지금 넷이 왔는데요. 선생님은 종달새를 두 마리만 잡았으니…….”
“야! 이 녀석아! 내가 두 마리만 잡았다고 말하지 안했느냐? 그 나머지야 내가 알 바 뭐냐? 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열심히 배우기나 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