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벳 = 최미현 기자] 첫 장면은 엄마의 치마속 모습이다. 그 기억이 잊혀질까 두려워 늘 생각하곤 했다. 그날 본 것들을 떠올리려 하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그 속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진이 허상이라 하지만 불확실한 기억보다 사진은 더 진실에 가깝다. 나의 모습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 어릴적 모습이 여자아이 피부처럼 희고 고왔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사진을 보여달라 한다.
사진은 기억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사진은 프레임 밖의 상황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보여주려는 것과 진실이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이 작업은 커밍아웃에 관한 것이 아니다. 한 인간이 남자로 살아가는 과정의 일부이며 첫 시작이다. 엄마의 자궁속에서 복잡한 분열과정을 거치고 성염색체가 결정된 후 태반을 통해 뇌로 정보를 받아 남자가 되었다. 이 작업은 그 후의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기억하는 이후부터 학교를 다니기 전까지 일어났던 모습들이다.
희미한 기억의 파편들을 들여다 보고 맞추기를 반복하면 기억에서 사라졌던 것들이 되살아 난다. 사진과 기억이 경계를 허물고 뒤섞여 무언가 드러내는 순간에 나는 그것들을 정지 시키고 새롭게 해석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보았는지, 사진의 프레임 밖에서 일어난 것들을 다시 사진안으로 밀어넣었다. 이제서야 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업노트>에서-
*사진공간 배다리는 인천에 있다.
인천광역시 동구 금곡동 14-10번지
김규식사진전
'A MAN'
2014. 8. 22 ~ 9. 3
작가와의 만남 8. 23. 오후3시
사진공간 배다리
오픈 오후1시 ~ 오후6시
<김규식>
2008 홍익대학교 대학원 사진학과 수료
개인전
2010 판타스틱 플라스틱, 갤러리 누다, 대전
2009 플라-워즈, 트렁크갤러리, 서울
2006 Mediators: The look of shamans, Palagio di Parte Guelfa, 플로렌스, 이탈리아
2004 The apartment, 그린 포토갤러리,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