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정석현 기자] 조선불교는 경술국치를 전후해 일본 불교의 침투로 인해 정통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에 대항하여 조선불교를 지키기 위한 사대부중의 처절한 몸부림은 곳곳에서 분출 되어왔다. 그 처절했던 근, 현대불교 사료를 모아 군산 동국사에서는 특별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 전시회에는 일본불교의 침투과정, 친일승려와 반일승려의 행적, 일제강점기 희귀 불교자료와 불구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 조선전기 <쌍람열반도>, 환수문화재
▲ 금오계첩(金吾契帖 ), 18세기 무렵, 환수문화재
이번 특별전에는 일본에서 최근 환수된 <조선전기 쌍림열반도> <금오계첩> <김옥균 유묵> <소치 허백련 수묵화> <의친왕 이강공 유묵>을 비롯하여 백용성스님의 한글대장경인 <신역대장경>과 <귀원정종>. 최초의 조선불교학인대회록,1900년의 신도증, 금타대화상 정보정음 관음문자 목판본, 전등사본 말사지, 1900년 초기 안거증 등 근현대 불교자료 20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전북 군산시 금광동에 자리한 동국사는 일본 조동종(曹洞宗) 스님이 100여 년 전에 만든 ‘금강선사(錦江禪寺)’를 1970년대에 해동대한민국이란 말의 준말로 ‘동국사’로 바꾸어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 동국사 전경
▲ 조동종 김천 포교소 봉안 불화
▲ 백용성 스님의 한글대장경
이 절은 본당에 단청 장식이 없는 흰색과 검정을 기조로 한 목조건물로 한국의 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일제침략기 해방 전에 지어진 일본식 사찰건축으로 남아 있는 유일한 모습이다. 이는 일제침략기에 불교조차 일본화하기 위한 역사의 아픈 흔적임을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환수문화재, 근현대불교사‘ 특별전을 연 동국사 주지 종걸 스님은 “일제 침략 시기에 한국불교가 어떻게 성장해 왔는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환수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높였으면 좋겠다. 그간 모은 5천여 점에 이르는 자료를 별도의 전시공간이 마련되는 대로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군산 동국사와 종걸 스님, 그리고 일본 운상사 주지 이치노헤 스님은 어떤 분?>
군산은 일본강점기 때에 쌀 수탈기지로서 1만 명에 가까운 일본인이 살았던 도시이며 지금도 ‘적산가옥’인 일본식 건물이 무려 170여 채가 남아있는 곳이다. 2005년에 동국사 주지가 된 종걸스님은 부분적으로 한국식으로 개조되어왔던 동국사 건물을 옛날 그대로의 일본식 건물로 복원했다 그 까닭은 역사를 본보기로 삼아 후세에 전하기 위해 부끄러운 역사도 지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 때문이다.
▲ 1900년 초기 신도증
▲ 불교잡지 <조선불교>와 <불교>
한편 일본 아오모리현(靑森縣)에 있는 운상사 주지인 이치노헤쇼코(一戶彰晃)스님은 일제 강점기에 자신의 종파인 조동종이 침략전쟁에 가담했던 과거에 대해 검증작업을 하는 ‘양심 스님’이다. 그는 중국대륙과 한반도를 답사하여 ≪조동종의 전쟁≫과 ≪조동종은 조선에서 무엇을 했는가≫라는 두 권에 책을 일본에서 출간한 바 있다.
2011년 이치노헤 스님이 군산 동국사를 찾아와 종걸 스님과 ‘동국사를 지원하는 모임’을 만들어 동국사의 복원을 도운바 있다. 또한, 이치노헤 스님은 그동안 모은 자료를 동국사에 기증하여 2011년 봄에는 “일제감점기 치욕의 역사 유물전시회” 를 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2012년 9월 16일에는 동국사에서 조동종이 발표한 ‘참사문(懺謝文)’을 새긴 ‘참사문비’를 세우기도 했다. ‘참사문’이란 조동종이 아시아에서 행한 과거 침략의 죄를 사죄하기 위해 20년 전에 조동종 종무총장 이름으로 발표 된 문서다. 이치노헤 스님은 바로 이 문서를 보고 일본불교가 교리를 벗어나 침략에 가담한 사실을 검증하는 연구에 몰두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시: 5월 31일 까지 군산 동국사 침탈 사료관(대웅전) *전북 군산시 금광동 동국사길 16호 *064-462-53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