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슬옹 교수] 세종시는 날로 팽창하고 있다. 2030년까지를 도시 건설 완공 목표로 착착 진행됨에 따라 실제 거주 인구가 2015년에는 전년대비 30%이상 증가하여 2016년 3월 현재 인구 227,025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제는 양적 발전에 걸맞은 세종시의 위상을 세우는 일을 좀 더 고민할 때이다. 세종대왕의 이름을 딴 도시다운 세종 정신으로 내실을 다지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세종과는 아무 관계없이 ‘세종’이 들어간 수많은 상호들과는 격이 다른 ‘세종’의 이름값을 해야 할 의무가 세종시에 있다. 사실 세종시는 처음부터 한글 디자인과 우리식 건물명 등을 통해 세종 정신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도 세종 정신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침 이춘희 세종시장과 이충재 행복건설청장 모두 세종 정신을 구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물론 이 문제는 지도자 의지만으로 이뤄내야 할 문제는 아니다.
세종 정신을 제대로 반영하여 세종시의 위상을 국제적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세종시에 세종학 대학원대학교 설립을 제안한다. 세종학은 세종대왕에 대한 인물론부터 그가 남긴 업적과 계승 문제를 연구하는 일종의 융합학문으로 21세기 융복합 시대에 가장 잘 맞는 분야이다. 실제로 세종은 언어학은 물론 인문학, 철학, 수학, 과학, 음악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진작시키고 융합시킨 인류 역사상 으뜸가는 학자이자 사상가요 정치가였다.
이제 세종을 정치가로서 뿐만 아니라 학자와 사상가로 조명하여, 우리가 링컨과 처칠을 알고 기리듯 전 세계인들이 세종을 기억하고 기리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세종학을 통해 전 세계 인재들이 세종을 배우러 한국에 오게 해야 한다. 세종시가 이러한 가슴 벅찬 꿈을 이루는 도시가 된다면 세종시로도 좋고 나라 전체로 보나 인류 전체로 보나 큰 축복임에 틀림없다.
▲ 세종시에 세종학 대학원대학교를 꿈꾼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
사람다움을 지향하는 문화, 문학, 예술, 과학 등을 꽃피운 시대를 흔히 르네상스라 부른다. 서양의 르네상스는 대략 14세기 후반부터 17세기까지 진행되면서 중세의 암흑시대를 끝내고 근대화의 발판이 되었다. 15세기 무렵 동양의 조선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세종대왕이 1418년 22세에 임금 자리에 오른 뒤 54세에 운명할 때까지 대략 30여 년간 서양 르네상스를 뛰어넘는 사람다움을 지향하는 음악, 과학, 복지 등 온갖 업적을 꽃피웠기 때문이다. 또 통치 막바지에 사람다운 세상을 여는 가장 중요한 문자 혁명인 훈민정음 창제 반포가 이루어진다.
현재 대학들이 난립하고 있고 많은 대학들이 학생 부족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특별자치시 세종시에는 대학교와 대학원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세종시도 코넬대 등 여러 명문 대학들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세우고 있다. 세종시가 자체적으로 대학을 설립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므로 설립이 비교적 자유롭고 쉽게 내실을 기할 수 있는 대학원대학교를 설립하면 세종시가 뜻하는 바를 더 잘 이룰 수 있다.
이런 대학원이 필요한 것은 세종학은 일종의 융합 학문으로 기존 대학 프로그램으로는 감당해 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종 사상을 정립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세종학 전공 인재들이 필요하다.
단순한 학문 연구를 떠나 세종 리더십과 세종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작지만 강한 연구 전당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세종시가 세종이란 인물을 세종시에 바로 세움과 동시에 전 세계인들이 세종을 배우러 오는 세종의 성지(메카)로 만든다면 세종시의 위상은 절로 올라갈 것이다. 세종시는 이제 단순한 행정 도시가 아니다.
* 대학원대학(大學院大學, graduate university) : 석ㆍ박사 과정의 대학원만 두고 있는 대학교
김슬옹(세종대왕기념사업회 전문위원, 인하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