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의 한시, 처마 타고 담장 무너뜨리는 고양이

  • 등록 2016.12.08 06: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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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44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鼠本小盜其害小      쥐는 원래 좀도둑이라 그 피해가 적지마는

汝今力雄勢高心計麤 너는 지금 힘세고 권세 높고 마음까지 거칠어

鼠所不能汝唯意      쥐들도 못 하는 짓 너는 맘대로 하니

攀檐撤蓋頹墍塗      처마 타고 뚜껑 열고 담장까지 무너뜨리네


 

위는 다산 정약용이 쓴 <이노행(貍奴行)>라는 한시 일부입니다. 1810년에 지은 것으로 남산골 늙은이가 고양이를 키웠는데 그 고양이가 오래 묵으니 요사하고 흉악한 늙은 여우가 되어 온갖 패악질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처마 타고 뚜껑 열고 담장까지 무너뜨리고, 고기 훔쳐 먹고, 항아리까지 뒤집는고양이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또 고양이에게 쥐잡이 대장 삼았는데 지금은 쥐 한 마리 잡지 않고 도리어 스스로 도둑질을 한다고 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많은 쥐떼들이 하인처럼 떠받들고는 나팔 불고 북치고 떼를 지어서는 깃발 휘날리며 앞장서 가기까지 한다는 한탄을 하지요. 이에 늙은 주인은 화살로 쏴 죽이고 싶다고까지 합니다. 이 한시는 다산의 대표적인 우화시(寓話詩)이며, 남산골 늙은이는 일반 백성, 쥐는 백성의 재물을 수탈하는 벼슬아치들에 각각 비유하여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가하고 있습니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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