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 도쿄 이윤옥 기자] 무궁화 꽃을 길거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것도 일본의 거리에서 말이다. 무궁화가 나라꽃인 한국에서 특히 서울 같은 경우에는 거의 거리에서 무궁화를 보기가 어렵다. 대관절 이래 가지고 무궁화가 나라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은평구 홍제천변 등을 걸어보면 새로심은 벚나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구파발역에서 가까운 삼송농협하나로마트 길에도 새로운 거리를 조성하면서 벚꽃만 무더기로 심었다.
기자는 지난 2주동안 와세다대학 도서관에 가기 위해 지인 집에서 묵으면서 4개의 정거장을 걸어다녔다. 지인 집이 있는 시미즈로부터 메구로역까지는 쇼보쇼, 모토케바죠, 오오도리신사, 곤노스케자카를 지나야 역이 나온다. 이렇게 걸으면 걸음수로는 5천보 정도이고 시간은 30분 정도 걸린다. 걷는다는 것은 몸에도 좋은 일일뿐더러 동네를 샅샅이 관찰하기에도 좋다. 그것이 이국땅이면 더욱 좋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손바닥만한 공간만 있으면 꽃을 심는 일본인들의 습관이다. 그것도 자기 정원도 아니고 큰 길가의 가로수가 있는 작은 공간을 이용해 온갖 꽃을 가꾸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더 인상적인 것은 심은 꽃 가운데 무궁화 꽃이 많다는 점이다. 누가 왜, 무궁화를 심었는지는 알아볼 길이 없지만 우리의 나라꽃이라 그런지 반갑기 짝이 없다. 말로만 무궁화 삼천리이지 대관절 한국땅 어디서 무궁화를 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 가운데 오는 12일(토)부터 15일(화) 광복절까지 나흘간 서울시는 ‘서울로 7017 상부와 하부 만리동 광장'에 무궁화 860여 그루를 심어 “깜짝쇼”를 한다고 한다. 서울시와 우리은행이 광복 72주년을 맞아 ‘무궁화와 서울, 그 새로운 탄생’ 을 주제로 하여 오는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로 7017에서 ‘우리의 꽃, 무궁화축제’를 연다는 것이다.
이러한 ‘깜짝쇼’도 때론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에서 무궁화를 볼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점이다. 자기 나라꽃을 자기 나라 거리에서 볼 수 없다면 그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이 참에 도심에 심은 가로수로 무궁화꽃을 제안하고 싶다. 다른지역은 둘째치고라도 서울시 곳곳에 도시정비를 하는 구간의 가로수를 유심히 보면 언제나 벚꽃 일색이다. 서울시는 각 구청별로 가로수 현황을 조사하여 새로 정비하는 구간만이라도 우리꽃 무궁화를 심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깜짝쇼는 깜짝쇼대로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