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냄과 맞이함의 달 12월을 맞아 호매실도서관이 마련한 이번 전시는 서예가 도곡 홍우기 선생의 주제전으로 열린다. 홍우기 선생을 중심으로 결성된 서예작가 모임 ‘도곡서회’의 작품 82점, 초청작가 작품 20점 등 102점의 만장이 전시된다.
제주에 유배 중이던 추사 김정희가 세상을 떠난 아내를 위해 쓴 ‘도망(悼亡)’, 정조가 사도세자의 능을 현륭원으로 이장할 때 정약용이 읊었다는 현륭원개장만사(顯隆園改葬輓詞), 조선시대 단종 복위를 꾀하다 처형당한 성삼문이 형장으로 가는 수레에 실릴 때 남긴 절명시(絶命詩) 등 역사적 의미가 담긴 서예 작품을 선보인다.
또 스님들이 속세를 떠나며 읊었다는 열반송(涅槃頌), 기독교의 성경구절과 기도문, 원불교 교전(敎典)과 대종사(大宗師)의 말씀 등 종교적 색채가 가미된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이병덕 호매실도서관장은 “시민들이 사라져가는 전통 장례문화를 경험하며 품격 있는 만장에 대해 이해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상장제례 의식이 간소화되고 고인을 향한 슬픔마저 생략되는 요즘, 진정한 문상(問喪)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