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보다도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이요?

2018.09.29 10:53:26

소설 이순신의 나라 3 의리의 장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항왜가 되겠다는 것이냐?”

“그렇소이다. 장군을 따르겠소.”

“돌아가도 어차피 적장의 손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로군. 하지만 널 받아줄 수 없다. 내게는 살아남기 위해서 투항하는 부하들은 소용없다.”

김충선의 담담한 얼굴을 바라보면서 무라야마가 문득 물었다.

“목숨보다도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이요?”

“신념(信念)이다. 진리(眞理)이다. 그리고 도리(道理) 즉 의리(義理)라고도 할 수 있지.”

 

무라야마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우리같이 무지한 자들은 모르오. 우린 살아남는 것이 의리요. 그것이 부모와 자식에 대한 마지막 도리외다.”

김충선은 그럴 수 있다고 이해했다.

“고향에 부모님과 아이들이 있는가?”

무라야마 수병의 눈에서 금세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가족이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소? 부모님과 처자식이 모두 합하여 일곱이오.”

김충선 역시 일본 땅에 남겨졌던 부모에 대한 회한(悔恨)이 가슴을 할퀴고 지나쳤다.

 

 

“무라야마라고 했나?”

“네.”

“적장이 누군가? 내 친구의 다리를 자른 자가 누군가?”

“구루시마 미치후사 장군입니다. 그는 명량에서 두 다리를 잃었습니다.”

“그래서 보복을 가한 것이로군.”

“적을 생포하면 무조건 두 다리를 동강낸다고 하더이다.”

“이제 떠나라.”

김충선이 조용한 어조로 무라야마에게 지시했다. 무라야마는 놀란 눈으로 김충선의 담백한 눈빛을 마주했다.

 

“부산항에 도달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소이까?”

“그리되면 그대 목숨은 보장할 수 없지 않겠는가? 여기서 되돌아가 구루시마에게 보고한다면 희망이 있을 것이지만.”

무라야마는 노를 젓다말고 엉거주춤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되면 장군이 위험해질 것이요.”

“부산에 도달하기 전에 잡힐 것으로 믿어지는가?”

“혼자서 노를 저어 달아나봐야 얼마나 가겠소이까.”

김충선은 무라야마를 지그시 바라다봤다.

 

“구루시마에게 나의 행적에 대해서 함구해 주면 되겠지. 그대는 그냥 탈출했다고 하게. 배에서 무작정 바다로 뛰어 들었다고 하면 믿어주지 않겠나.”

무라야마가 두 손을 모아 합장했다.

“부디 부처님의 가호가 있으시길.”

그리고 그는 바다로 뛰어 들었다. 가덕도 해안까지 까마득한 거리 이기는 하지만 헤엄을 잘 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거리였다. 김충선은 그와 반대 방향으로 힘차게 배를 저어갔다. 무라야마 역시 전력을 다하여 바다를 갈랐다.

“허, 허억.”

 

유광남 작가 ykncf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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