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한 탐관오리에게 내리는 벌 ‘팽형’

  • 등록 2025.08.16 16: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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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513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조선시대 형벌제도는 《경국대전》에 명시되었는데 회초리로 가볍게 때리는 것부터 시작하여 중죄인에게는 능지처참(陵遲處斬, 대역죄를 지은 죄인을 머리, 몸뚱이, 팔, 다리를 토막 쳐서 죽이는 극형)까지 처했습니다. 그런데 참 특이한 형벌로 ‘팽형(烹刑)’이라는 것이 있었지요. 이는 탐관오리를 벌주는 것으로 곧 끓는 가마솥 속에 죄인을 넣어 삶는 공개처형을 말합니다.

 

팽형은 혜정교(지금 교보문고와 광화문우체국 사이에 있었던 다리로 사람이 많이 건너다님) 한가운데 임시로 높다란 부뚜막을 만들고,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만한 큰 가마솥을 거는데 솥에는 물을 붓고 아궁이에는 불을 땔 수 있도록 장작을 넣습니다. 그 앞쪽에 천막을 치고, 포도대장이 앉으면 팽형이 시작되는데 진짜 삶는 건 아니고 죄인을 가마솥에 담고 솥뚜껑을 닫은 다음 구령에 따라 장작불을 지피는 시늉만 하고 실제로 불을 붙이지는 않습니다.

 

 

그런 다음 솥 속에 든 죄인을 꺼낸 뒤 "살아있는 주검"을 식구들에게 넘기면 식구들은 미리 준비해 간 칠성판에 이 "살아있는 주검"을 뉘여 집으로 데리고 가서 격식대로 장례를 치릅니다. 이렇게 장례가 끝나면 호적이나 족보에 죽은 사람으로 오르는데 먹고사는 건 할 수 있고 아이도 낳을 수 있지만 "살아있는 주검"의 아이는 태어나도 아비 없는 사생아가 됩니다. 요샛말로 생매장하는 셈이지요. 살아 있으되 산 사람이 아닌 팽형은 부정부패를 저지른 탐관오리에게는 죽음과 같은 벌이라는 경고를 던지고 있으며 이로써 부정부패의 근원을 뿌리 뽑으려는 효과를 노렸습니다. 요즈음은 수십억에서 수천억 원의 뇌물을 먹은 사람들한테 솜방망이 벌을 내려 국민이 실망하는데 이때 혜정교의 ‘팽형’을 내리면 얼마나 좋을까요?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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