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곽재우와 정기룡 장군은 의병 3,000명과 관군 500명, 도합 3,500명을 규합하여 부산 함락에 나서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은 진해에 머물다가 동래성 십리 밖으로 진영을 옮겼다. 그리고 동래성을 점령하고 있는 아사노 요시나가의 행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통제사의 함대가 부산을 공격하게 된다면 반드시 아사노의 육군은 부산을 지원하기 위해서 군사를 이원화 하게 될 것이고, 그때가 우리의 공격 시점이 된다.”
“그런데......아직 움직일 생각을 않고 있습니다.”
정기룡 장군은 탐문에 나섰던 척후병들의 보고를 받고 곽재우에게 의논했다. 지금쯤이면 부산으로 향했던 이순신 함대가 항구를 쑥밭으로 포격해야 하는 것이고 동래의 아사노 부대가 이동을 해야 하는 것인데 모든 것이 잠잠했다.
“통제사의 함대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확실합니다."
“이번에는 세자 저하도 승선하셨다고 들었소.”
정기룡의 표정이 불안하게 변하였다.
“전령을 통하여 진린의 곳간을 성공적으로 털었다는 소식과 바로 부산으로 출항 한다고 하였는데......어쩌면 좋습니까?”
곽재우도 경험이 풍부한 의병장이었으나 쉽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일본 본토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부산에 정박해 있는 일본 측 수송선을 꼭 탈환해야 하지 않겠소?”
“허면, 공격을 감행 할까요?”
“우리 측의 피해가 막심하게 될 것이요. 또한 승리 한다는 보장이 없소.”
곽재우의 판단은 옳은 것이었다. 동래성을 지키고 있는 아사노 군사의 숫자도 5,000 명에 가까웠으며 그들은 정규 부대였다. 민초들을 중심으로 한 의병이 아니었기에 전력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으음.”
정기룡 장군 역시 말은 그리하였으나 섣부른 행동이나 무모한 도발을 할 정도로 무지한 장수가 아니었다.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번에는 동래성으로가 아니라 부산으로 척후병을 파견해야겠소. 부산에서라면 이순신 함대의 소식을 접할 수도 있을 것이요.”
곽재우가 의견을 내 놓았다.
“척후병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정기룡이 대답하고 몸을 돌리자 곽재우가 그의 손을 잡았다.
“정장군, 그 임무를 내가 직접 맡고 싶소이다.”
정기룡은 펄쩍 뛰었다.
“영감이 하실 일이 아닙니다. 의병대장은 의병들을 통솔해야 합니다.”
곽재우가 수염을 어루만졌다.
“정장군의 말씀이 지당하오. 그러나 사태가 매우 위중한지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소이다. 특히 부산항구의 일본 측 수송선을 수중에 넣기 위해서는 현장을 체험하는 것이 맞을 것 같소.”
“위험하기 때문에 만류하는 것이 아닙니까.”
“난 위험하기 때문에 가야 한다고 믿소.”
정기룡은 입이 딱 벌어졌다. 망우당 곽재우의 명성이 그토록 세인들을 감동시키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