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이태원 부군당의 당굿은 음력 4월 초하루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일 치러진다. 당굿은 이곳 부군당에서 가장 큰 행사이기 때문에 이 행사를 큰 굿이라고 부르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당굿, 부군당굿, 부군당제, 묘제, 부군묘제 등으로도 부른다.
당굿이 확정되면 부군당에 지켜야 할 여러 가지가 금기가 시작된다. 굿 날이 잡히면 보름 전부터 부군당에 금줄을 치고 출입구에 황토를 뿌려 부정한 인간이나 동물 또는 어떠한 해로운 것들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마을 사람들이나 관련자들은 몸가짐을 깨끗이 하고 매사에 신경을 써서 불결한 일들을 특히 삼간다. 그리고 화주 선정에 들어간다.
<이태원부군묘관리위원회(梨泰院洞府君廟管理委員會)> 모임에서 화주가 선정되면 이를 당주에게 알리고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추렴을 시작한다. 당주는 당굿을 함께할 만신과 악사를 섭외한다. 굿하기 전날 밤이 되면 장만한 모든 제물을 전각 내부로 옮긴다. 이때에는 남자들로 구성된 화주들이 제물을 직접 상에 차린다.
제물은 부군님 몫으로 시루떡, 두부(소적), 산적(소고기), 탕, 술(청주), 삼색 나물, 밥 두 그릇, 물, 수저 2쌍을 올린다. 다른 신령님들 전에는 시루떡, 우끼, 두부(소적), 산적(소고기), 포(마른 북어포), 튀각, 약과, 밤, 대추, 절편, 삶은 돼지고기, 인절미, 산자, 배, 사과, 감, 술 등을 각각 쟁반에 담아 올린다. 여기에 삼불제석님 앞에 백설기 3개를 더 진설한다. 그리고 돼지머리, 삶은 닭 두 마리는 제상 가운데 아래에 놓는다.
당굿이 시작되기 전 아침 7시쯤이면 마을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그 재차는 다음과 같다.
1)주당물림 – 당굿 시작을 알리고 주당살을 제거한다. 2) 길군악 - 화주청 내부에서 시작하여 부군당 정문 앞을 갔다가 다시 전각 내부까지 행하는 길놀이이다. 3)당울림 - 신령님에게 북소리와 쇳소리를 내어 본격적인 굿의 시작을 알린다. 4)부정청배 - 굿청에 끼어 있을지 모를 모든 부정한 것을 물리치고 굿청을 신성한 공간으로 정화한다. 5)가망청배 - 여러 신령님께 굿을 하게 됨을 청원한다. 6)진적 - 수화주를 포함한 모든 화주가 부군당에 봉안된 신령님들에게 절을 하고 신주를 올린다.
7)대내림 – 당주무녀가 서낭대를 잡고 대내림을 한다. 8)서낭거리 – 대를 내래서 서낭당으로 모셔간다. 9)본향바래기 - 이태원 본향 터에서 본향신 강림을 바라고 마을의 무사태평과 무병장수를 축원한다. 10)상산거리 - 부군신, 장군신, 별상신, 신장신, 대감신, 텃대감신 등을 모신다. 11)무감서기 – 동민들이 신복을 입고 춤을 추어 신명풀이를 한다. 12)밥솥띄기 – 화주들의 일 년 운수를 점쳐보기 위해 놎양푼 모서리를 흰 한지로 싸서 입에 물고 춤을 추다가 운수가 좋지 못한 화주의 액을 막는다. 13)군웅거리 - 동서남북 사방으로 활을 쏘아 마을의 나쁜 액을 없애고 혹여 침범할지 모를 좋지 못한 액을 막는다.
14)황제풀이 - 이태원에 점지해 계시는 성주님을 모신다. 15)불사제석거리 - 명바라 복바라를 팔고 바라 값을 받는다. 16)창부거리 - 하주들에게 창부 공수를 내린 후 창부타령을 하면서 일 년 열두 달 액을 막는다. 17)귀면거리 - 화주 및 동민들에게 귀면떡을 판다. 18)씨앗팔기 - 무녀가 바가지에 담긴 쌀을 집어 하주들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씨, 오이씨, 호박씨, 배추씨, 볍씨 등을 판다. 19)뒷전 – 굿청으로 모셔지지 못한 여러 신을 먹여 놀린다. 20)소지올리기 - 뒷전이 끝나면 화주들이 당목 아래에서 추렴에 동참한 마을 사람들을 호명하며 한지를 불태워 올린다.
모든 부군당굿이 끝나면 굿에 사용되었던 음식을 그릇에 몫몫이 담아 추렴에 동참한 집마다 반기(잔치나 제사를 지낸 뒤 이웃에 나누어주려고 몫몫이 담아 놓은 음식)를 돌린다. 이때 시루떡을 돌리기 때문에 한편에서는 ‘시루떡 반기’라고도 한다.
이태원 부군당굿의 신복
이태원 부군당굿을 주관하는 굿꾼들은 굿을 하기 위해 사전에 일상적인 평상복 차림의 치마와 저고리를 입는다. 그리고 굿이 진행되면 해당 신령과 굿거리 절차에 따라 치마, 장삼, 철릭, 동다리, 몽두리, 전복(쾌자), 원삼, 몽두리 등의 신복을 입는다. 신복과 함께 관모(冠帽)로 고깔과 흑립(黑笠), 주립(朱笠) 등을 쓴다. 여기에다 상황에 따라 홍색 면사나 홍치마를 씌기도 한다.
이들 신복은 굿 절차에 따라 입는 방식이 정해져 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처음부터 해당 신격에 맞는 신복을 입고 끝까지 굿을 하는 방식이다. 둘째, 굿 시작 전 여러 개의 신복을 중층적으로 겹쳐 입고 굿을 하면서 해당 신격을 모시기 위해 신복을 벗는 방식이다. 셋째, 굿을 진행하면서 해당 신격을 모시기 위해 신복을 입는 방식이다.
이태원 부군당굿의 신춤
서울지역의 여러 마을굿에서 행해지는 것과 같이, 이태원 부군당굿의 신춤은 전체적으로 처음에는 느린 장단에 맞혀 느리게 추다가 조금씩 빠르게 진행된 후 뒤에 가서는 빠른 장단에 맞혀 빠른 춤으로 변화한다. 도무에서는 발을 V자 형식으로 디디면서 뒤꿈치를 들고 두 발돋움하면서 뛴다. 두 발돋움으로 뛸 때는 발 앞쪽은 바닥으로 숙이게 뒤꿈치는 들게 하여 뛰는데 이때 동시적으로 무릎에 오금 주기를 하면서 몸 전체의 탄력을 이용한다.
신춤 기본은 삼진삼퇴(三進三退, 세 번 앞으로 나아가고 세 번 뒤로 물러남)이다. 삼진삼퇴 형식의 굿춤을 한편에서는 ‘도드림’ 또는 ‘거상제’라 칭한다. 도드림에서의 발디딤새 구조와 원리는 오른발을 오른쪽으로 왼발을 왼쪽으로 비켜 디디면서 삼각형의 그리고 동시적으로 한발을 딛고 난 후 다른 한발을 모을 때는 디디는 것이 아니라 끌어당기는 형식이다.
도드림 중간마다 원을 그리면서 돌기도 하는데 이때의 손놀림새는 주로 쾌자나 협수 자락을 양손으로 잡고 양사위로 엇갈리며 위아래로 올렸다 내렸다 하게 한다. 이태원 부군당굿에서 추어지는 신춤을 신복 및 신구(神具) 사용에 따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은 대내림춤, 장삼춤, 쾌자춤, 협수춤, 갓끈춤, 홍띠춤, 삼낭주머니춤, 홍포춤, 치마춤, 월도창검춤, 오방기춤, 본향지춤, 바라춤, 부채춤, 활춤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