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회화나무[학명: Sophora japonica L.]는 콩과의 낙엽활엽교목이다. 회화나무를 한자로는 괴화(槐花)나무라 하는데 발음은 중국발음과 유사한 회화로 부르게 되었다. 홰나무를 뜻하는 한자인 '槐'(괴)자는 귀신과 나무를 합쳐서 만든 글자이다. 괴화(槐花), 괴미(槐米), 괴실(槐實), 괴목(槐木), 괴나무, 홰나무, 회나무, 괴화나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일을 가져오는 행운목으로, 중국에서는 출세의 나무로, 서양에서는 학자의 나무로 알려져 있다. 사람이 사는 집에 많이 심은 것은 잡귀를 물리치는 나무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시대 궁궐의 마당이나 출입구 부근에 많이 심었다. 그리고 서원이나 향교 등 학생들이 공부하는 학당에도 심어 악귀를 물리치는 염원을 했다고 전해진다. 다른 이름으로는 학자수(學者樹) 또는 영어 이름도 같은 의미인 ‘스칼러 트리(scholar tree)’다. 예로부터 그 뜻 덕에 귀하게 취급되어 행복이 찾아온다고 믿어서 즐겨 심는 민속 나무라고 할 수 있다.
관상용, 밀원수종(꿀벌에 의한 충매화가 되는 나무), 약용, 황색 물감, 맥주원료이다. 회화나무 목재는 재질이 느티나무와 비슷하여 기둥과 가구재 등으로 쓸 수 있다. 두 나무를 다 같이 ‘괴(槐)’로 쓴 것은 이렇게 재질이나 쓰임이 비슷한 이유도 있다. 꽃말은 망향이다.
천연기념물 제472호 창덕궁 회화나무 무리는 창덕궁 돈화문을 들어서자마자 관람로 양 옆에 나란히 자라고 있는 회화나무 8그루로 나무높이는 15.0~16.0m, 가슴높이 줄기직경은 90~178㎝에 이르는 노거수(老巨樹, 나이가 많고 커다란 나무)다.
옛날 중국 궁궐 건축은 주나라의 관제를 기록한 《주례(周禮)》에 따랐다. 여기에는 ‘면삼삼괴삼공위언(面三三槐三公位焉)’이라 하여 회화나무 세 그루를 심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곧 궁궐의 외조(外朝, 임금이 국정을 듣는 곳)는 임금이 삼정승과 벼슬아치들을 만나는 장소인데, 이 가운데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의 삼정승자리에는 회화나무를 심어 특석임을 나타내는 표지로 삼았다는 것이다.
창덕궁의 돈화문 안에 있는 세 그루의 회화나무는 바로 외조에 해당하는 곳이다. 회화나무는 이렇게 꼭 외조의 장소만이 아니라 궁궐 안에 흔히 심었고, 고위 관직의 품위를 나타내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벼슬을 그만두고 낙향하여 만년을 보내는 고향 땅에도 회화나무를 심어 ‘학문을 게을리 하지 않는 선비가 사는 곳’임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창덕궁 회화나무는 위와 같은 까닭으로 궁궐 앞에 심은 것으로 짐작하며, 1820년대 중반에 제작된 「동궐도(東闕圖)」에도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수령은 300~400여년으로 짐작된다. 또한 이들 8그루는 조선시대 궁궐의 식물을 심는 기준과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노거수로 판단된다.
온 나라 곳곳에 분포하며, 나무의 높이가 약 25m까지 자란다. 많은 가지를 쳐서 넓게 퍼지며 새로 자란 잔가지는 푸른빛이고 잘라보면 특수한 냄새가 난다. 잎은 마디마다 서로 어긋나게 자리하고 있으며 7~17장의 잎 조각으로 이루어진 깃털 꼴이 계란 꼴 또는 계란 꼴에 가까운 피침(곪은 데를 째는 침) 꼴이다. 길이 3~5cm 정도 되는 잎의 끝은 뾰족하고 밑동은 둥글며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없이 밋밋하다. 표면은 푸르고 뒷면은 잿빛이며 잔털이 생겨나 있다.
꽃은 8월에 새로 자라난 가지 끝에 나비꼴의 작은 흰 꽃이 원뿌리 모양으로 모여서 피어난다. 아카시아꽃과 비슷하나 약간 작아 1cm 안팎의 길이를 가지고 있다. 꽃이 핀 뒤에 염주알이 이어져 있는 것과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꼬투리(열매를 감싸는 주머니)가 생겨나는데 빛깔은 초록빛이고 약간 살이 두껍다.
꽃봉오리를 괴화(槐花) 또는 괴미(槐米)라고 하며 동맥경화 및 고혈압에 쓴다. 꽃에는 10~25퍼센트에 이르는 ‘루틴(rutin)’이란 황색색소로 무장하고 있다. 루틴은 특히 종이를 노랗게 물들이는 천연염색제로 쓰인다. 또 모세혈관의 강화작용을 도와 뇌출혈 예방에 효과가 있고, 고혈압 약을 만드는 원료로 쓰이기도 한다. 열매를 괴실(槐實)이라 하는데, 가지 및 나무껍질과 더불어 치질치료에 쓴다.
《동의보감》에는 “회화나무 열매, 가지, 속껍질, 꽃, 진, 나무에 생기는 버섯까지 모두 약으로 쓴다.”라고 했다. 어린잎은 먹을 수 있으며 차의 대용품으로 쓴다. 약으로 쓸 때는 탕으로 하거나 가루약 또는 환약으로 만들어 쓰며, 술을 담가서도 쓴다. 열매는 쌀뜨물 또는 식초에 하룻밤 재워 증기로 쪄서 불에 말려 두고 쓴다.
꽃은 볶아서 쓴다. 줄기는 햇볕에 말려 두고 쓴다. 생열매를 짓찧어 탕으로 하여 쓰기도 한다. 약재를 다룰 때에 쇠붙이 도구를 쓰지 않는다.
[참고문헌:《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 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 서울대학교출판부)》,《우리나라의 나무 세계 2(박상진, 김영사)》「문화재청 문화유산정보」]